쿠바를 가기전에 본 사진에서 가장 강렬하게 닥아오는 것은 골목이였다.
박물관앞에서 난 일행들과 떨어져서 혼자 궁금했던 하바나의 골목색감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매년 깨끗하게 페인트칠을 하던 주인들이 경제가 어려워져
한 십년정도 칠을 못하였다면 아마도 이런 색이 나올 것같다.
전세계의 어디에도 하바나 같은 도시는 없다"는 여행서 론리 플래닛의 하바나 소개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하바나 시내를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보는 동안 굳어졌다
전세계의 어느 도시도 시대와 건축사조, 양식을 달리하여 지어진 건물들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도 않고 온전하게 남아 있지도 않다. 그러나 하바나는 틀리다.
하바나에 있는 스페인 식민지시대 건축물은 마이애미식 건축물,
아르 데코 풍의 장식이 더해진 건축물, 소련식 건축물들과 어울려 빛을 발한다.
건축물도 함께 어울려 있을 때 아름답고 풍요로워진다.
건축물들이 개발의 이름으로 없어지거나 변형되지 않고 형태가 온전하게 남은 데에는
카스트로가 1959년부터 집권한 49년 간의 사회주의체제에서 나온 빈곤이 있다.
이웃집과 소통은 자연스럽다
박물관 외벽
자영업·사유재산·대자본…변화하는 쿠바
2008년, 피델 카스트로가 물러나고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한 2년 뒤,
2010년 쿠바 공산당 대회에서 쿠바는 경제 정책의 큰 궤도 수정을 결정한다.
가장 큰 골자는 ‘공공 부문 축소와 민간 자영업 활성화’다.
라울 카스트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국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 100만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한다.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경제사회 시스템 대부분이 국영으로 운영되는 쿠바에서는 엄청난 변화다.
이후 2011년부터 시작된 공무원 100만명 줄이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쿠바 정부는 그렇게 해고된 공무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을 자영업으로 유도했다.
약 200가지의 자영업 즉 식당, 건설, 교통, 이미용 등을 허용하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자영업을 하려면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원래 사회주의에서 이른바 ‘부동산의 개인 소유’는 안되는 거다.
그럼 어디서 장사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집의 소유와 사고팔기를 허용했다.
정부에서 공급하고 배정해줘서 개인들이 살던 집을 그대로 개인의 소유로 등록하도록 했다.
식당, 미용실 등 자영업이 대부분 자신의 집 한 켠에서 시작된다.
또 자영업을 활성화하려면 물류가 가능해야 하기에 자동차의 소유와 사고팔기도 허용했다.
그렇게 ‘사유 재산’의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이른바 대규모 자본도 형성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공공연한 비밀은, 대형 식당, 마치 자본주의 국가의 밤문화를 보는 듯한 인기 나이트클럽 등,
쿠바에서 돈을 쓸어모으는 곳들에는, ‘외부 자본’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 정착해서 큰 돈을 번 쿠바계 미국인들이, 쿠바의 가족이나 친척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공급해,
대형 식당, 대형 나이트클럽 등을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쿠바인들은 바지사장, 진짜 주인은 미국에 있는 셈이다.
농업 분야의 변화도 크다. 1990년대 구소련의 붕괴 뒤 소련에서의 비료 지원이 끊기고,
미국의 경제 제재로 비료, 농기계 등의 수입이 봉쇄되고,
최대 수출작물이었던 사탕수수, 설탕의 수출길도 끊기면서 쿠바 농업이 빈사상태에 치달았었다.
계속된 농업의 쇠락을 보다 못한 쿠바 정부는 결국 민간 협동농장을 허용했다.
공산주의 국가의 상징 중 하나인 국영 협동농장 체제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 협동농장은 개인이 국가에서 땅만 빌려서 마음대로 운영하는 형태다.
처음 민간 협동농장을 허용할 때는, 땅의 규모, 농작물의 종류 등 제한이 많았다. 대형화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가격 체계였다. 쿠바 국가 공급 농산물의 가격은 매우 싸다. 공식적 월급이 30달러 수준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민간 협동농장들은, 도시의 호텔과 식당 등에서 요구하는 고품질의 작물을 생산해 비싸게 팔고 싶었지만,
가격을 국가 공급가에 맞춰야 하니 수지가 맞지 않았다. 그런데 2년 전부터 농산물 가격을 자율화했다.
이른바 ‘시장 가격 형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수요가 많으면 비싸게, 더 좋은 물건은 비싸게 팔 수 있게 됐다.
땅에 대한 규제도 풀어 대규모화가 가능해졌다. 민간 협동농장이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초기 민간협동농장시기에 시작된 아바나 근교의, 나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기농 농장’을 방문했다.
지렁이 유기농법, 유럽에서까지 관심을 갖는다는 기술이다.
농업부 공무원을 그만두고 이 농장을 시작한 농장 지배인은(민간협동농장도 땅은 국가 소유이기에 ‘농장주’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그냥 ‘농장 지배인’이다), 사실은 소련에서 비료 지원이 끊겨 비료가 없으니까 궁여지책으로 유기농법을 개발했다고 했다.
비료 없이 품질 좋은 작물을 생산할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지렁이 유기농법이, 웰빙 바람 속에 이제는 유럽에서 연구 투자를 받을 정도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My travel abroad. > Cuba(2015 J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8 구시가(Old Havana )를 거닐며 (0) | 2015.02.25 |
---|---|
15-7 구시가지의 중심-샌프란시스코 광장 (0) | 2015.02.25 |
15-5 노인과 바다의 어촌마을 코히마르(Cojimar) (0) | 2015.02.24 |
15-4 코히마르의 아히아꼬(Ajiaco) (0) | 2015.02.24 |
15-3 헤밍웨이 그리고 모히토 (0) | 2015.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