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omestic travel/서울시내

2012.11.03 성북동 비둘기

봉들레르 2012. 11. 5. 16:25

 

 심우장에서 한숨 돌린 후 좁다란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작은 터널이 나오고 벽화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벽화를 따라가다 보면

작은 공원이 나오고

여러가지 색깔의 비둘기가 벽면을 장식했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김광섭 시집 "성북동 비둘기"

 

 

1960년대부터 급격히 진행된 공업화가 만들어낸 그림자 같은 이야기가 바로 성북동 '비둘기'를 의인화하여

공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사랑과 평화를 상실한 인간을 비판했다.

인간이 처한 비정한 현실, 사랑과 평화를 저버리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슬픈 감정을 담아낸 시가 바로 성북동 비둘기다

비들기 쉼터

 

성북동은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에 같은 동네지만 한쪽에서는 가난한 이들 비둘기처럼 다닥다닥 터를 잡고 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재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궁궐같이 으리으리한 집을 지어 살고 있다.

 

한쪽은 까치발만 들면 옆집 철수네가 저녁 반찬으로 뭘 먹는지 보이지만,

다른 한쪽은 담이 너무 높아서 저 건물이 집인지, 도서관인지, 빈 건물인지 알 수도 없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달동네에 재개발로 철거를 반대하는 벽보가 여기저기 나붙었다.

노인정

주차장 경계에 병을 거꾸로 꽂아 놓았다

 내리막길을 좀 내려가서 

 팔각정을 지나 우측 언덕쪽으로 올라가니

성곽안쪽으로 들어가는 쪽문이 나온다. 

끝부분으로 나오니 성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