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화원읍 남평문씨세거지 멀리 비슬산 북사면의 한 자락인 장단산이 마치 독수리처럼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세거지 초입과 주위에 500여그루의 각종 매화가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수고 20~30m 소나무가 장승처럼 서 있어 더욱 기하학적 미학을 증폭시킨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오버랩된다. 몇몇 도보객들이 마을 안과 밭으로 연결되는 돌담을 걷는다. 초봄의 아침, 대구 도심에서 이런 호사스러움을 누린다는 게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때 국내 최고의 작문가이드북이었던 ‘문장강화’를 펴낸 소설가 김태준도 1935년에 동아일보에서 ‘고전섭렵 기행문’을 쓸 때 여기와서 저 정정한 풍광을 보고 무릎을 쳤다. 20세기 국내 한학계 거두로 불리는 청명(靑溟) 임창순도 이곳의 서향(書香)에 감동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