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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문씨세거지(南平 文氏 世居地)

봉들레르 2021. 10. 10. 06:44

 

달성군 화원읍 남평문씨세거지

멀리 비슬산 북사면의 한 자락인 장단산이 마치 독수리처럼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세거지 초입과 주위에 500여그루의 각종 매화가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수고 20~30m 소나무가 장승처럼 서 있어 더욱 기하학적 미학을 증폭시킨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오버랩된다.

몇몇 도보객들이 마을 안과 밭으로 연결되는 돌담을 걷는다.

초봄의 아침, 대구 도심에서 이런 호사스러움을 누린다는 게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때 국내 최고의 작문가이드북이었던 ‘문장강화’를 펴낸 소설가 김태준도

1935년에 동아일보에서 ‘고전섭렵 기행문’을 쓸 때 여기와서 저 정정한 풍광을 보고 무릎을 쳤다.

20세기 국내 한학계 거두로 불리는 청명(靑溟) 임창순도 이곳의 서향(書香)에 감동한 바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자신의 문화유산답사기 전집에 포함하지 못했던 이곳을 별도 지면을 통해 소개했다.

전국 명문거유의 집안을 두루섭렵하고 다녔고 현재 조선일보에서 글을 적고 있는

방외거사(方外居士) 조용헌씨도 이 동네를 자신의 책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에 소개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자리한 남평문씨 세거지.
최근 공원형으로 단장된 이 세거지는 18세기초부터 남평문씨 문중이 들어와 살면서 집성촌을 이룬다.

남평문씨는 문익점이 조상인 가문. 1715년 문익점의 18세손인 문경호라는 인물이 터를 닦았다고 한다.

현재 수봉정사, 인수문고, 광거당 등 모두 13채의 각종 한옥이 이마를 맞대고 있다.

특히 광거당은 지역 풍류객들이 마음푸는 공간으로 공연장, 세미나장 등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인수문고에는 8천500여권의 고서류가 소장돼 있는데 개인문고로는 전국 최고로 평가받는다.
총연장 1㎞ 남짓한 돌담길에서 보는 홍매와 산수유는 고졸하면서도 질박하다. 흐드러짐이 없어 좋다.

이 코스는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 성주군 한개마을과 함께 ‘대구권 명품돌담길’로 주목받고 있다.

토석혼축담으로 나눠진 집집마다 사람들이 실제 거주한다. 위계와 항렬에 따라서 일족 집의 규모가 조금씩 다르다.

마을 곳곳에 심겨진 500여그루의 각종 매화가 일제히 만개했다.
여기 매화는 광양 청매실 농원의 관광상품형 매화와 격이 다르다. 고매(古梅)의 기운이 감돈다.

구례 화엄사 무우전 옆 흑매, 선암사 청매와 같은 기품이 있다.

흑매, 홍매, 청매, 백매 등 모두 5종의 매화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은

모르긴 해도 대구에선 여기밖에 없는 것 같다. 매화뿐만이 아니다.

마을 앞뒤에서 마치 솟대처럼 서 있는 소나무도 동양화풍이다.

마을 터를 닦을 때 풍수학적으로 마을의 기운을 보하기 위해

200여그루의 소나무(수령 200~300년)를 심었는데 현재는 40여그루만 남아 매화와 잘 어울린다.

이밖에 기세등등한 300여년 수령의 세그루 회화나무, 두그루의 은행나무는 여기가 유림의 공간이란 걸 암시한다.

멀리서 보면 꼭 음나무처럼 생긴 콩과의 ‘조각자나무(일명 주엽나무)’는 죽었다가 부활했다.

고사한 자리에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거기서 새끼 조각자가 살아나 화제가 되고 있다.

시 당국이 이곳 수목의 가치를 인정, 자연보호림으로 지정했다.

 

비슬산 둘레길 제1구간 화원역사탐방로길

남평문씨본리(인흥) 세거지~인흥서원~본리임도~기내미재~함박산전망대~소계정을 잇는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