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omestic travel/전라내륙

1-1 고창 선운사

봉들레르 2017. 3. 18. 23:10

 

 

 

커플옷과 신발로 표현한 인생은 아름다워

 

 

 

 

 

 

 

 

 


 

 

 



 

 

 


 



 

 

 

 


 

 

 

 

 

 

 

 

동백꽃은 사연이 많다. 뇌쇄적인 아름다움에 비해 긴 세월 천대를 받아 왔다.

꽃봉오리 전체가 어느 순간 '툭' 떨어지는 모습이 불길하다고 해서 지배층의 외면을 받았다.

불길한 일들이 갑자기 생기는 것을 동백꽃 춘(椿) 자와 일 사(事)를 조합해 '춘사(椿事)'라고까지 표현한다.

일본도 비슷하다. 사무라이들은 질색한다.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칼날에 사람 목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해서 아예 마당에 들여놓지 않았다.

서양에서도 장미 못지않게 사연이 많다. 그래서 베르디는 오페라 '라 트 라비아타'에서 비운의 여주인공 비올레타 가슴에 동백꽃을 달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듯이 대부분의 꽃은 10일 이상 피지 않는다.

그러나 배롱나무는 붉은 꽃을 석 달 반 이상 피워올린다. 한 송이가 오래 피는 게 아니라 여러 꽃망울이 이어가며 새로 핀다.

아래에서 위까지 꽃이 다 피는 데 몇 달이 걸린다. 그래서 꽃말이 ‘변하지 않는 마음’이다.

예부터 부귀와 장수의 나무라고 믿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중국이 원산지이지만 고려 때 《보한집》이나 《파한집》에 꽃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그 전에 들어온 듯하다.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도 “비단처럼 아름답고 이슬꽃처럼 온 마당을 비춰주어 그 어느 것보다도 유려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매천 황현은 ‘아침이고 저녁이고/ 천 번을 보고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며 이 꽃을 특히 아꼈다. 

나무껍질은 매끄럽고 얼룩무늬가 있다.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배고팠던 시절 꽃이 다 질 때쯤이면 벼가 익는다는 의미에서 쌀밥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원숭이가 미끄러지는 나무라 해서 ‘사루스베리’라고 한다. 

배롱나무 붉은 꽃의 또 다른 이름은 자미화(紫薇花)다. ‘자’는 붉다, ‘미’는 배롱나무를 뜻한다.

당나라 현종이 너무나 좋아해서 국가적으로 장려했고 장안의 성읍을 자미성으로 바꿔 불렀을 정도다.

현종과 양귀비의 비련을 ‘장한가’로 노래했던 시인 백거이는 ‘자미화’라는 시에서 자신을 자미옹(紫薇翁)이라 부르며

 ‘심양 관사에 키 큰 두 그루 자미수 있고

 흥선사 뜰에도 무성한 한 그루 있지만

 어찌 소주에 안치돼 있던 곳에서

 화당의 난간 달 밝은 밤에 보았던 것만 하리요’

라고 읊었다

여름철 백일홍이 피었을 때(퍼온 사진)

여름철 백일홍이 피었을 때(퍼온 사진)

 

 

 

 

 

 


선운사 동구

               서정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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