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Cuba(2015 Jan)

쿠바의 향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봉들레르 2015. 12. 2. 16:02

쿠바의 향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재개봉 중입니다.
이 영화로 인해 ‘쿠바’란 공간과 쿠바의 역사가 한국인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계기가 됐었습니다.

 

1. 쿠바음악의 산실 ‘환영받는 사교 클럽’

카리브 해에 떠 있는 붉은 섬 쿠바. ‘혁명가의 영원한 아이콘’ 체 게바라의 꿈이 아직도 살아있고

거리에는 여전히 빛바랜 ‘칼 마르크스’간판이 보이는 땅.

희뿌연 시가 연기 자욱한 골목 바에 쿠바재즈가 경쾌하게 흐릅니다.

쿠바 음악은 미국 팝을 비롯한 서구 음악에 은은한 영향을 미치며 원초적 리듬의 근원을 찾는 뮤지션들에게 탐구해야할 장르로 작동됩니다.

1996년 미국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전설적 기타리스트인 라이 쿠더(Ry Cooder)는 쿠바 재즈의 메카인 수도 하바나를 찾아갑니다.

제3세계 음악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영화와 TV 음악을 넘나드는 음반 프로듀서이기도 합니다.

쿠바 리듬과 선율이 흘러넘쳤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전성기 시절 옛 멤버들을 찾아 나섭니다. ‘

환영받는 사교 클럽’이라는 뜻으로 1940년대부터 전성기를 누렸던 하바나 동부의 고급 사교장 이름인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맘보, 룸바, 차차차, 살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듬춤을 탄생시킨 쿠바음악의 산실이기도 했습니다.

1959년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켜 바티스타 친미정권을 무너뜨린 카스트로 정부가 들어선 이래.

쿠바재즈는 부르주아음악으로 치부당하며 뒷골목 클럽서 숨죽이며 겨우 명목을 유지합니다.

젊은 시절 하바나 음악 테입에 심취한 라이 쿠더. 그는 수소문 끝에 초야에 묻힌 쿠바 뮤직의 명품 뮤지션들을 한 사람 씩 찾아냅니다.

이들은 이미 70~80세 노인이었고 90세 최고령자도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란 밴드 이름이 붙여지고, 단 6일 만에 음반 녹음작업을 완료합니다.

50년대식 허름한 스튜디오서 즉흥연주로 작업한 녹음이었지만,

백전노장들이 내뿜는 음악을 향한 정열은 카리브해 뜨거운 태양처럼 강렬한 생명력 그 자체였습니다.

 

2. 카네기홀에 선 전설적 할아버지 그룹

이렇게 탄생된 음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은 1997년 미국 그래미상 ‘베스트 트로피컬 라틴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고

전 세계적으로 3백만장이 팔려나갔습니다. 이 노익장 밴드는 1998년 암스테르담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 유명도시 투어를 시작했고,

세계 음악인들의 꿈인 뉴욕 카네기홀에 서는 등 전설적 할아버지 그룹으로 우뚝 섭니다.

이후 솔로와 밴드음반을 6장이나 발표할 정도로 음악 인생의 막판 절정기를 보냅니다.

라이 쿠더는 절친한 영화계 친구인 빔 벤더스 감독에게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밴드의 음악을 들려주고

그들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담아내자고 요청합니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로 이미 시네마 거장의 반열에 오른 빔 벤더스 감독도 쿠바 할아버지밴드의 음악에 감동받고

디지털 스테디캠 장비를 챙겨 쿠바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뮤직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이렇게 탄생합니다.

이 다큐로 빔 벤더스 감독은 제34회 전미 비평가 협회 다큐멘터리상, 제25회 LA 비평가 협회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합니다.

100% 디지털 작업으로 다큐를 완성한 빔 벤더스 감독은 연출 개입을 최소화시키고 멤버들 내레이션과 인터뷰를 최대한 편안하게 이끌어 냈습니다.

“쿠바에서 음악은 흐르는 강과 같았고, 영화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감회를 밝힙니다.

영화는 암스테르담에서의 첫 해외공연 장면을 시작으로 낡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현장 모습과 멤버들의 인터뷰를 교차 편집합니다.

1998년 뉴욕 카네기홀 공연 장면에 이르러 영화는 감동의 절정으로 치닫고 관객이 전해준 쿠바 국기가 무대 위로 올라옵니다.

아메리카 대륙 유일 사회주의국가 쿠바 뮤지션들이 슈퍼파워 미국자본주의 총본산 뉴욕의 무대에서

쿠바 재즈의 유장한 리듬 속에 쿠바국기를 휘날리는 정경은 가슴 뭉클합니다.

 

3. 스스로를 즐길 줄 아는 쿠바 리듬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쿠바인이 만든 영화가 아니라 서구인이 본 쿠바의 이국적 시선입니다.

카리브해를 닮은 느릿하고 유장한 라틴리듬에 삶의 애환이 진하게 출렁거립니다.

쿠바음악의 한 역사를 담당했던 백전노장들과 그들을 따르는 젊은 뮤지션 등 30여명이 빚어 내는

피아노 기타 트럼펫 드럼 베이스 아프리카 퍼커션 리듬은 먼 이방인의 가슴 속에도 파고듭니다.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냥 음악이 좋아 스스로 체득하며 배웠던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멤버들.

그들의 음악은 ‘감동은 테크닉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증명합니다.

그들은 교육을 통해 학습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고 삶으로 체화한 것입니다.

쿠바 음악은 정신적 원형이 되는 아프리카 리듬에 중남미를 지배한 스페인 문화가 합쳐져 있습니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가난한 나라. 그럼에도 쿠바 국민은 낙관적이고 낭만적입니다.

슬픈 노래마저도 경쾌하게 연주하고 흥겹게 부릅니다.

누구라도 무대에 오르면 타인에게 ‘보여주는 음악’ 이 아닌 스스로 충분히 ‘즐기는 음악’을 펼쳐 보입니다.

음악 앞에 나이듦은 오히려 연륜의 미학을 발휘합니다.

진정성의 노래, 삶을 긍정하는 리듬이 어떻게 인생에 내려앉아야 하는 지를 절감하게 합니다.

쿠바의 노래는 ‘노인을 위한 나라’의 노래가 됩니다. 천박한 리듬에 무의미한 군무만 횡행하는 한국의 상업적 노래들은 결국 어디로 쓸려갈까요.

물질이 풍족해도 무한경쟁에 찌들어 사는 입장에서 보면, 쿠바 음악은 너무 여유롭고 느릿느릿합니다. 도대체 찡그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길을 가다 아무나 붙잡아도 노래가 흘러나오고 악기 하나쯤은 즉석에서 연주할 줄 아는 낙천성.

아름다운 카리브해를 보면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묻어나는 살가운 음악.

언젠가는 하바나行 비행기를 탈 것입니다. 그 날 쿠바산 시가를 입에 물고 스스로를 즐길 줄 아는 쿠바음악에 빠져보고 싶습니다.

편집자의 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