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omestic travel/서해안

3-5 마당으로 기차가 지나던 철길마을

봉들레르 2014. 6. 22. 18:40

 

군산 이마트 건너편

 

 

경암동 철길마을에는 신문용지 재료를 실어나르던 철로가 남아 있다.

 

 

 

 

 

 

 

 

 

 

 

 

빛바랜 사진기

가옥안에 우물이 있다.

 

 

철로가 밭의 경계다

 

 

 

 

 

 

 

철로가 문틀이다.

 

 

 

 

한국에서 유일한 주택가 철길로 유명한 ‘경암동 철길 마을’(경암동 구암 3.1로 130 인근)이다.

철길 양쪽에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주택이 늘어서 있는 진풍경은

지금도 푸근한 서민들의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영화촬영과 출사 장소가 되고 있다.

특히 한혜진 안재훈 두 감독이 만든 ‘소중한 날의 꿈’(2011)에서 사춘기 소녀인 이랑(박신혜)이

미래에 대한 고민과 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철길을 배경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잘 녹아나 있다.

그 외에도 양윤호 감독의 ‘홀리데이’(2005), 윤태웅 감독의 ‘소년, 천국을 가다’(2005) 등에서 서민들의 치열한 삶의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철길마을. 끝없이 황량한 철길이 늘어서 있을 것만 같던 상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30분 남짓이면 왕복할 수 있을만큼 짧다.

그렇지만 낡은 판잣집이 조각처럼 엮여있는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철길이 놓여 있는 모습은 내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소박하여 정겹지만 치열하여 서글픈 삶의 때가, 잔뜩 눌어붙은 건물들도 이제는 주민 대부분이 떠나 썰렁한 분위기다.

개보수 없이 버려진 채 세월만이 철길 위를 흐르고 있는 이곳.

이 철길은 군산역에서 페이퍼코리아 회사까지 원자재 및 제품을 실어나르기 위해 다소 강압적으로 놓인 것으로,

정식 명칭은 '페이퍼코리아선'. 약 2.5km의 길이다. 1944년 개통 이래 21세기로 접어든 2008년까지도 기차가 다녔다고 한다.

당시엔 매일 기차 시간에 맞춰 철길에 걸쳐놓은 가재도구를 부지런히 옮기는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이제는 기차도 떠나고 주민도 떠나 침묵을 지키고 있는 곳이지만,

그 모습 그대로 박제된 듯한 모습 덕분에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굉음과 함께 기차가 선로를 가로지르던 그 때의 풍경을 떠올려 볼 수 있다.

햇살 내리쬐는 철길마을을 선로따라 타박타박 걸어본다. 이곳에서 고달픈 삶을 살았을 사람들의 이야기도 상상해본다.

선로 위에서 잡초처럼 자랐을 아이들의 모습도. 지금은 쓸쓸한 풍경이지만 당장에라도 창문 너머로 와글와글 이야기가 쏟아져나올 것 같다.

정다운 그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군산의 오후를 이곳에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