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omestic travel/서해안

3-3 국내 유일한 일본식 사찰

봉들레르 2014. 6. 22. 12:53

 

채만식의 작품들

 

예술인들이 되살려낸 '동국사 가는 길'

군산의 젊은 예술인과 월명동 주민들이 함께 리모델링한 '동국사 가는 길'이 또 다른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월명산 입구에서 금광초등교에 이르는 200여m 거리가 예술이 숨 쉬는 아름다운 거리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일제 식민지 시절 군산에 근대를 펼쳐낸 원도심 거리지만 갈수록 쇠락하고

폐허로 변해가던 것을 젊은 예술인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허물어지던 담장을 새로 세우고 거기에 고은의 시 10여 편을 비롯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타짜' 등 군산 원도심에서 촬영된 영화 이야기, 군산상고 야구부, 채만식의 소설 '탁류' 등을 소개하고 있다.

 '빨래터' 등 박수근의 그림들이 약 2.5×7m의 대형 벽화로 다시 그려졌다.

 이제 '동국사 가는 길'은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군산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동국사는 역사의 현장이다. 일단 위치부터가 독특하다.

보통 우리나라의 사찰은 핍박과 전쟁을 피해 산으로 산으로 거처를 옮겨, 대부분 깊은 산 속 암자처럼 위치해있다.

그러나 이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는 군산 시내 한 가운데에 버젓이 존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대웅전과 이어진 요사채

 

군산에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적지 중 이곳만큼 색다른 느낌과 착잡한 소회를 안겨 주는 곳도 드물다.

 군산시 금광동에 자리한 절집 동국사가 그곳이다.

절집이라고 하나 일주문을 지나 화려한 단청으로 만나는 우리나라 여느 절집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파른 지붕 물매와 장식 없는 처마, 창문 많은 외벽의 모습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그야말로 '왜색' 짙은 건물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일본식 사찰'로 손꼽히는 동국사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가 만들어낸 또 다른 슬픈 문양이다

동국사는 1909년 일본인 승려 우치다(內田)에 의해 ‘금강선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다.

이 무렵은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에 대한 침략을 본격화 하던 시기로,

결국 1년 뒤인 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에 강제 병합되는 경술국치를 당한다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

대웅전 내부는 우리 전통 절집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우리와 달리

정면 출입 공간 앞바닥이 시멘트로 마감되었다.

이는 선 채로 예를 올리는 일본 불교 전통에 따라 건축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웅전과 요사채를 잇는 복도

대웅전

 

 

대웅전에 모셔진 '소조석가여래삼존상'은 몇 해 전 보물로 지정되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불상으로 원래 금산사에 있던 것으로, 조선 후기 불상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대웅전과 연결된 요사채 모습도 특이한 모습이다.

 미닫이문이 다닥다닥 달린 요사채의 복도가 대웅전으로 연결되어 있다.

건축 당시에는 대웅전 바닥과 요사 선방 등에도 다다미가 깔렸었다고 하나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면 5칸, 측면 5칸의 정방형 단층 팔작지붕 홑처마 형식의 대웅전은 일본 에도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창건 당시 일본서 구워 온 기와를 사용했다는 지붕은 넓고 가파른 물매로 인해 일본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장식 없는 처마와 단조로운 외양 또한 우리네 절집과는 사뭇 다르다. 

 

이 동국사는 시인 고은 선생이 출가한 절이기도 하다

 

 

 

절집에 세워진 일본인 영가비

 

 

고까운 눈을 치켜뜨고 사찰 내로 들어가자 거대한 비석 하나가 눈에 띈다. 제목이 '참사문'이다.
우리 조동종은 명치유신 이후 태평양 전쟁 패전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해외포교라는 미명 하에 당시의 정치권력이 자행한

아시아 지배 야옥에 가담하거나 영합하여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인권을 침해해 왔다. (…중략)
이 참사문 비석은 패망 후 처음으로 일본인 스스로 한국에 세운 사죄의 뜻이라고 한다

절 마당 한쪽에 자리한 범종각도 우리 전통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다르다.

종의 크기도 작을뿐더러 종각 지붕에 높게 매달려 있다.

종각 주변에는 여러 모양의 석불상이 자리잡고 있는데 32관세음석불상과 12지수본존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 불교와 성격이 다른 일본불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리는 바닥부터 깔끔히 재포장되면서 벽과 담장이 주변 일본식 주택과 어울리는 나무자재로 리모델링됐다.

 담장에는 한때 동국사에서 스님이 되고자 했던 고은의 시 10여편이 나무 액자로 내걸렸다

http://www.dongguksa.or.kr/

 군산 동국사에서 촬영한 KBS2 특별기획 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신정태(김현중)와 조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여주인공

데쿠치 가야(임수향)가 불전에 참배하고 경내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98년 개봉한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감독 허진오)와

조승우·김혜수·백윤식 주연의 ‘타짜’(감독 최동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군산 동국사에서 촬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빠스켓볼' 촬영 모습.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군산을 찾아오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장군의 아들> <타짜> <말아톤> <역전의 명수> <싸움의 기술> 등이 군산에서 촬영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군산이 영화 로케이션 최고의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로 유명하다.

이제는 개발이 안 된 낡은 단독주택과 골목이 낙후된 군산을 보여 주는 상징이 아니라

과거의 유산이 역사와 만나 생생한 체험과 살아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군산만큼 근대문화 유적이 많이 보존된 도시는 거의 없다.

군산이 영화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오래된 건물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데다

항구도 갖추고 있어서 복고풍 영화를 찍는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근대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월명동 일대는 예전부터 시대극의 무대로 많은 영화, 드라마가 촬영되어 왔다.

 월명동은 일제강점기와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8월의 크리스마스>

<화려한 휴가> 등 유명한 작품이 촬영된 곳이다.

지난 2004년 영화 <마피아>와 <말아톤>등 10편, 2005년 <친절한 금자씨> <홀리데이> <슬픈 연가> 등 14편,

 2007년 <거룩한 계보> <비열한 거리> <타짜> <화려한 휴가> <스카우트> 등이 촬영됐다.

얼마 전에는 군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해양경찰대 인명구조 특수팀원들의 삶과 이야기를 다룬

KBS 2TV 월화드라마 <포세이돈>이 방영되었고, <빛과 그림자>도 촬영되었다.

새만금 방조제 일원에서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와 금강하구둑 일원에서 촬영한 설경구 주연의 <용서는 없다>는 물론

 최근 내항 일원에서 <자이언츠>가 해망동 옛 어판장 인근 창고에서 <핑크>가 촬영되었다.

군산 산업단지에서는 한일 합작 영화 <밤을 걸고>, 옛 중앙여중에서 <품행제로>,

 

군산교도소에서 <광복절 특사>, 유니드 폐창고에서 <재미있는 영화>, 군산내항에서 <난나>,

월명야구장에서 <퍼펙트 게임> <글로브> <인생은 아름다워>, 외곽 폐공장에서 <싸움의 기술>,

시내 주택가에선 <홀리데이>가 촬영되었다. 군산시 개정동에 위치한 이영춘 가옥은 MBC <빙점>

SBS <모래시계> <야인시대> 드라마가 촬영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질그릇처럼 투박한 거리와 옛 정취 넘치는 사진관,

 바닷가 풍경이 관객들의 마음을 새삼 푸르면서도 애잔하게 했다.

 

시한부 삶을 사는 사진사 정원과 주차단속원 다림이의 가슴 저민 사랑이야기이다.

아직도 초원사진관 근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두 사람. 가장 말이 없는 영화이면서 가장 많은 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군산은 영화감독과 로케이터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명소로 손꼽힌다.

바다와 시내가 맞닿아 있는 군산의 매력과 70~80년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거리 풍경,

주택가가 이런 분위기기를 원하는 제작진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군산의 거리를 걷는 일은 과거의 어디쯤에서 서성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행자에게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근대역사박물관과 동국사를 이어 히로쓰가옥(신흥동 일본식 가옥)에 이를 때쯤에는

오래된 영화의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근대를 아우르는 근대유산의 박물관인 군산은 일제강점기의 서러운 상처를 그러안고 있는 아픔의 도시이다.

상처 없는 사랑은 없다. 성숙함도 없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이러한 아픈 상처를 보듬고 우리들의 궁핍해져 가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영화촬영지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얻고 있는 군산은 새만금과 함께 세계로 뻗으며 명품도시로 우뚝 설 것이다.

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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