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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현지문화 체험-좀 더 깊숙히

봉들레르 2010. 1. 5. 09:23

내가 시도했던 현지문화를 좀 더 깊숙이 체험하는 방법 중 몇 가지를 나열해 볼까 한다. 종교의식 참가를 통한 방법, 서민생활에 좀 더 밀접히 다가가는 방법, 전통공연을 관람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1. 종교의식

현지문화에 깊숙히 들어가 보는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종교의식 현장에 직접 몸을 담아 보는 것이다. 어느 종교이든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면 사제와 신자들이 거행하는 의식의 장엄함과 경건함이 참여자로 하여금 신비함과 문화적 경험의 최고봉에 올라서게 한다. 남의 종교에 경의를 표하고 함께 체험해 보는 것이 거북살스럽다면 그저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만이라도 권할 만하다.

2008년말과 2009년초 겨울 중동지방을 여행하던 도중 크고 작은 모스크가 눈에 띠는 대로 방문해 보았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유서 깊은 우야마드 모스크에 들렀을 때 마침 예배가 있었다. 나는 뒤에서 이방인으로서 회당의 뒤쪽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가 그들의 마지막 기도 부분에서는 대열에 합류해 보았다. 외국인이 합류했을 때 현지인들의 반가운 표정이 역력했고 호감의 반응이 눈인사로 이어졌다.

 

(우야마드 모스크의 예배 모습)

 

2009년 여름에 들렀던 네팔에서도 티벳 불교 사찰인 곰파가 눈에 뜨이는 대로 무조건 들러 보았다. 국내에서도 등산중에 사찰이 보이면 무조건 방문해 보는 나인데 우리와 전혀 다른 분위기이 사찰들인데 나의 호기심이야 오죽 발동할까. 티벳으로부터 망명해 온 승려들에 의해 세워진 이들 네팔 내 곰파들은 타종교인들에게도 무척 개방적이어서 예불중이든 아니든 어느 누구의 방문도 거부하지 않았다. 우리가 방문한 대부분의 시간들은 예불이 없는 시간이었지만 이따금 운이 좋아 참관하는 예불 장면들은 신비경에 가까울 정도로 이국적이면서도 환상적이었다. 특히 예불에 쓰이는 악기들이 뿜어내는 음들은 신비감을 더욱 극대화했다.

(카트만두의 한 티벳사원 예불)

 

2006년과 2007년의 겨울 인도 갠지스강에서 우연히 보았던 힌두교 제사 의식은 이제까지 경험한 문화 체험 중 최고의 것으로 기억될 뿐 아니라 아련한 추억으로까지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특이하고 희귀한 음악일수록 열광하는 나는 인도전통음악을 즐기기 위해 갠지스강가를 따라 트리베니뮤직센터를 찾아가던 길에 우연히 다와샤스메트 가트에 많은 무언가 기다리던 군중을 목격하게 되었다. 군중 속에는 관광객들도 적잖이 섞여 있었다. 트리베니 뮤직센터의 공연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발동하기 시작한 호기심에 충실하기 위해 나도 한 쪽 구석에 걸터앉았다. 눈앞에 어둠속에 펼쳐진 갠지스강을 향해 다섯 개의 재단이 놓여있고 그곳엔 각각의 제사상이 이미 하나씩 놓여져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호기심을 억누르며 기다려 보았다. 어둠이 짙게 깔리자 다섯 명의 브라만이 각각의 제사상 앞에 섰고 바로 뒤편 힌두교 사원의 탑에 불이 켜졌다. 탑 안에는 제사음악 연주자들이 보였고 그들이 음악을 연주하면서 제사의식이 시작되었다. 갠지스강을 향해 신도들의 등을 보인 브라만 사제들은 음악에 맞춰 의식을 진행했다. 신비한 이 광경을 보는데 넋을 잃은 나는 음악센터 가는 일을 잊어버렸다. 여기에서 듣는 종교음악의 감동이 전통음악 연주를 잊게 만들었고 한 시간 반동안의 제사의식은 잠깐처럼 지나갔다.

 

2008년 말 레바논에서의 어느 일요일, 비블로스의 성채와 그 내부를 둘러본 뒤 시내를 돌아보던 중 우연히 십자군이 건설한 장 마르끄 성당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미사가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성당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벌써 여행중 싸돌아다니느라 성탄절 미사를 포함해 두 번의 미사를 빼먹었고 이 날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가 될 터였다. 나는 여정을 잠시 멈추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랍어 미사에 참례했T다. 회교가 대세인 레바논에서 레바논인들과 함께 중세 십자군에 의해 세워진 가톨릭 교회에서의 미사는 특이한 의미가 있었다. 예식도 좀 달랐다. 성체를 손으로 받아 모시는 한국 가톨릭과 달리 신부가 직접 입에 성체를 직접 넣어 주었다. 성체의 맛을 논하기도 뭐하지만 맛도 많이 달랐다.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었던지 청바지에 흰색 코트 위로 길게 머리를 늘여뜨린 미녀에 넋을 잃느라고 사실 미사도 대충 참례했다. 그 처자때문은 아니지만 어쨋든 지금까지도 이 체험은 내게 있어 특이한 체험으로 기억된다.

 

2. 서민생활

서민생활에 깊숙이 들어가 보는 여러 방법 중 대중교통과 현지인의 초대는 전술한 바 있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그 외에도 시장에 들러보는 방법도 추천해 볼 만 하고 뒷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것도 좀 더 서민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체험 못지않게 재미도 쏠쏠하다. 2006년 여름에 방문했던 이스탄불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 자고 있던 일행을 남겨두고 혼자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즐겼던 이국적인 분위기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골목을 누비던 나는 현지인 친구까지 사귀는 행운까지 얻었고 금기사항처럼 되어있는 무슬림 여인네와의 대화까지 하는 행운도 누려 보았다.

 

3. 전통공연

현지의 전통예술 공연 관람은 그들의 문화를 좀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만큼 놓쳐선 안될 중요한 즐길거리 중 하나다. 2006년 여름날 저녁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에서 본 전통춤 공연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고 특히 종교적 의미가 강한 메비라나 춤은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경극은 극장에 직접 가서 꼭 한 번 봐둘만 하다. 외국의 전통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나로서는 중국의 오페라라 할 수 있는 이 경극을 한 번 보고 완전히 매료되었지만 그 뒤로 볼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 것이 아쉽다. 인도 바라나시의 트리베니 뮤직센터를 찾아 전통음악 공연을 본 것도 인도음악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고, 이 것이 인도음악을 좋아하게 된 특벼한 계기가 되었다. 네팔 카투만두의 티벳 사원들에서 본 예불과 인도 갠지스강가의 힌두사원 바로 앞에서 본 종교의식 중 연주된 음악들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트리베니 뮤직센터의 라가 공연)

출처 : 코렐리 일기장
글쓴이 : 코렐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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