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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배낭여행중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 2

봉들레르 2010. 1. 5. 09:24

3. 교통편을 놓치는 황당한 일들

그리스에서는 산토리니에서 미코노스로 가는 쾌속정을 놓친 경험도 있었다. 그리스에서는 어떤 시간대나 장소에 따라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항구로 가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남겨 놓고도 눈뜨고 놓치는 경험까지 해봤으니 이제는 시간 여유를 평소보다 더 갖는 습관이 들기 시작했다. 날려먹은 티켓값에 연연하기 보다는 어쨋든 이런 경우는 신속하게 미련을 버리고 그날 다른 배편이 있는지 알아 보는 것이 관건이다. 마침 출항에 임박한 배가 있었다. 특실 2개와 일반실 하나를 간신히 얻었다. 일행 세사람은 곧바로 표를 얻어 그날 일정은 지연없이 다닐 수가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에게해를 가르는 선상에서 본 바다풍경)

 

배편을 놓치는 경우는 그래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지 않은 편이었다. 요르단에서는 돌아오는 항공편을 놓치는 황당한 경우도 겪어봤다. 이 경우는 정말 어이가 없는 경우였는데. 요르단에 처음 도착했던 당시 늦은 새벽에 공항에 도착해 입국하고 보니 이미 공항버스는 없었다. 결국 적잖은 돈을 들여 세리비스라 불리는 택시를 타고 암만 시내에 있는 호텔로 갔다. 그러다 보니 공항버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를 못한게 화근이었다. 돌아오던 날 버스터미널로 간 나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어느 것인지 부터 알아 보았다. 터미널 안에 차량 배차료에 무언가 메모를 하던 남자에게 공항가는 버스를 물었다. 그는 들고 있던 펜 뒷꼭지로 근처의 한 소형 버스를 가리켰다. 아주 낡은 버스였다. 공항버스가 이렇게 꽤제제할수가 있는지 의아해 버스 바로 앞에 서 있던 한 승객에게 다시 확인차 물었다. 그도 역시 말은 없고 제스쳐로만 버스에 올라타라는 손짓을 했다. 나름 신중하느라고 먼저 타고 있던 한 승객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이 번엔 "국제 공항까지 얼마나 걸리나요?"라고 물었다. 소요시간과 함께 공항가는 버스가 맞는지 다시 확인해 보려는 심산이었다. 1시간이 소요된다는 한 여인네의 답변이 있었다. 나중에 짐작해 보건대 그들은 영어를 거의 몰랐던 모양이다. 한시간이라는 답변은 아마도 이 차량의 최종 목적지를 두고 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세 번이나 물어봐서 확인했으니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탔던 버스는 공항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피곤해서 자고 있던 나는 이미 한시간 가까이 경과하고 있었는데 바깥에 보이는 도로 이정표에는 몇 개를 지나치도록 AIRPORT에 대한 방향표시가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그가 영어를 좀 했던 모양이다. 그는 이 버스가 공항과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고속도로 상에서 버스를 세워 내리고는 위험을 무릅쓴 채 길을 건넜다. 고속도로상이니 히치하이크가 최선이었다. 한참만에 오래된 폭스바겐 한대가 나를 위해 서주었다. 마음씨 좋은 노인이었다. 나는 사정을 말한뒤 바쁘지 않으면 택시비를 드릴테니 공항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당시 내 수중에 남은 돈은 공항으로 갈만큼의 택시비 정도 뿐이었다. 그는 선뜻 그러마고 공항으로 달려 주었다.

(이른 새벽의 페트라)

 

조급해하는 나를 보고 그는 '비행기를 타도, 놓쳐도 모두 알라의 뜻이니 너무 조급해 할 것 없다'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30분정도 남아 공항에 도착해 찾아간 항공사 부스에는 이미 직원들이 철수하고 없었다. 워낙에 작은 공항이었기에 티케팅만 해주면 바로 옆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기만 하면 탑승구였건만 그 날 한 건의 비행만 있는 자사의 업무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철수해 버린 것이었다. 나중에 항공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직장 동료에게 물었더니 그래도 30분 남았다면 한국같으면 해줬을거라고 한다. 여기서 오는 심리적 공항상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재빨리 돌아올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공항에서 해당 항공사의 암만 지사로 전화를 해보았지만 휴일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공항에서는 일단 아무런 방법이 없어 암만 시내의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친하게 지냈던 노직원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한 젊은 처자가 내게 '어쩌다 비행기를 놓쳤느냐고 물어왔다. 심리적 공항상태에 놓여있던 나를 위해 이것저것 알아봐 주고 힘이 되어준 그녀는 교포 승무원이었다. 그녀의 정보력과 도움으로 새로 항공편을 수배해 출근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도 당시 그녀의 도움이 무척 고맙다. 내가 워낙 싸게 구입한 할인항공권이었던 탓에 정가에 대한 차액을 내야 했는데 그 금액이 새로 사는 것만큼이나 비쌌다. 다시 발권 받기가 이거 저것 불편한 점들이 눈에 띠어 제 때 돌아올 수 없을 것으로 판단이 되어 나는 결국 카드를 이용해 항공권을 새로 구입했다. 그 경비가 그 경비였다. 그래서 추가로 들어간 돈이 120만원이었다. 금전적 손해도 그렇지만 나는 내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더 힘들었다. 멍청한 실수였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런 상황은 가슴속에서 빨리 떨쳐내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4. 바가지 쓰지 않고 물건사기

정찰제가 정착한 선진국에서라면 물건을 사면서 바가지를 쓰는 일은 별로 없을지 모르겠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외국인 가격과 내국인 가격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의 경우는 손님이 가격을 깎을 것을 감안해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서 부르는 것이 물건값이지만 잘 샀는지 어쩐지는 워낙 천차만별이니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외국인에게 더 많은 값을 부른다는 것이다. 적정 가격을 알아보는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본인이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깎아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100원짜리 사는데 10원 깎는다면 안깎느니만 못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 이 것을 꼭 사야겠다면 경제수준이 우리보다 높지 않은 곳이라면 덮어놓고 1/4~1/3 수준으로 깎아보고(예를 들어 20달러를 요구한다면 5~7달러 정도) 상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팔아도 남는 장사라면 어쨋든 상인은 할인 요구를 받는 금액보다는 더 달라고 할 것이다. 이 때부터는 저마다의 요령에 달렸다. 이 것이 정말 황당한 값이라면 무척 황당해하거나 화를 낼것이다. 그러면 웃으면서 다시 협상하면 그만이다. 분명한 것은 상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나라보다 더 잘사는 나라에서 온 여행객에게는 값을 크게 더 붙여 판다는 사실이다.

 

안타나나리보에서의 경험담이다. 토속 기념품을 파는 시장엘 가 보았다. 그 곳에서 큼직하게 만들어진 한 쌍의 마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를 깎아 불에 그을린 뒤 사포로 문질러 표면을 처리한 것 같았는데 장식용으로 좋을 것 같았다. 가격을 물으니 200 마다가스카르 프랑을 부른다. 당시 마다가스카르는 내게 있어 첫 해외여행이었고 관광객에게는 바가지를 씌운다는 것만 막연히 알고 있었다. 나는 100 프랑에 달라고 해보았다. 그는 안된다며 180 프랑으로 내려 불렀다. 나는 100 프랑을 고집했다. 150 프랑까지 내려갔지만 나는 아직 여행을 마칠 때가 되지 않아 사도 나중에 살 참이었다. 내가 미련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구경을 다니기 시작했다. 조금 후 상인이 마스크를 들고 따라와 100 프랑에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마스크가 마음에서 떠난 뒤였다. 관심이 없어졌다고 하니 70 프랑에 주겠단다. 계속 들고 다니며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50 프랑까지 내려갔지만 이미 나는 마음이 떠난 상태였다. 나중엔 그가 얼마에 주면 사겠냐고 했다. 나는 황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귀찮은 사람을 쫓아 보내기 위해 25 프랑을 불러 보았다. 내게서 떨어져 나갈 줄 알았던 상인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물건을 내주고는 25 프랑을 받아갔다. 한국에서도 물건값을 깎지 못하는 나였지만 그 뒤로는 한국기준에 정말 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무조건 사정없이 깎는 습관이 생겼다. 

 

씨엠립에서는 패키지 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이나 자유여행으로 가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대중교통이라는 것이 툭툭이다. 툭툭이란 오토바이를 개조해 뒤 쪽으로 마차같은 2인승의 탈것을 만들어 연결한 형태다. 툭툭이라는 이름은 낡은 엔진에서 나오는 소리를 따서 붙여진 이름인 것같다.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루 툭툭 대절료가 10달러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했다. 호텔을 나서자 손님을 기다리던 툭툭 운전자가 먼저 다가왔다. 계획표상의 목적지와 행선지를 일일이 이야기 한 다음 얼마인지를 물었다. 아침 7시 30분에 호텔을 나섰지만 하루죙일 걸릴 일정이었다. 그는 40달러를 요구했다. 적정가를 이미 알고있는 나로선 알고 있는대로10달러를 불렀다. 툭툭운전사는 그 요금에 어떻게 그 일정을 소화하느냐고 되물었다. 사실 우리 생각에도 심한 요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곳은 물가가 싼 나라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는 내가 가진 가이드 책자와 계획표가 빳빳한 새것들이라는데서 우리가 이제 막 온 초짜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특히나 심하게 바가지를 씌운 것이었다. 나는 게획표를 들이밀며 이미 요금과 물가조사를 했다며 보여줬다. 물론 그가 알아보는 것은 "10" 이라는 숫자 뿐이었지만 이미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상 더 달라는 요구는 하지 못했다. 그는 10달러에 합의를 보고서도 어느 일본인들로부터는 하루 60달러를 받고 운행해 주었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들이 바보이거나 당신이 거짓말 하는게 아니겠느냐"고 했더니 더 이상의 말을 하지 못했다. 그들이 추천하는 식당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추천하는 식당치고 형편없는 식당은 대부분 없지만 비싸다. 툭툭운전자들의 소개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다른 어느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니 거래중인 현지인의 추천은 친척이거나 뒷거래가 있는 관계이고 실제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니 수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도에서도 주인이 부르는 값을 다 주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다. 인도에서는 나의구매를 자극하는 물건이 거의 없었다. 길가다 보니 노점상 가판대에 수염까지 달린 태양 벽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청동으로 꽤 성의있게 만들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600루피를 불렀다. 나는 200루피에 달라고 한 뒤 주인의 얼굴표정을 살폈다. 황당해하는 얼굴이 아니고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계속 200루피를 고집했다.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내려가 300루피까지 떨어졌다가 250까지 내려갔다. 나는 "내가 제시한 가격이 마지막 가격이걸랑요. 팔기 싫으면 걍 가지요." 하며 물건을 내려 놓자 200루피에 가져가라고 한다. 옆에서 보던 백인 남자가 놀라며 나를 보더니 대단한 협상력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는 아마도 원하는 가격은 못받았지만 같은 인도인들에게 파는 것보다느 훨씬 좋은 가격이었음에 틀림없다.

 

물건값이 어느 정도나 부풀려졌는지에 대한 정보는 사전에 최대한 많이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인도나 중국도 물건값을 부풀린 뒤 협상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집트 같은 곳에서는 식당에서도 외국인용 메뉴판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물론 음식값이 한국을 뺨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많지만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곳일수록 심하다. 형편없는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아예 팁을 제외하고 거스름돈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것을 대처하기 위하여는 정보력이 최대 무기다. 부족한 정보는 상기 제시한 방법으로 상인들을 떠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네팔의 깊은 산중 트래킹 코스에는 음식값과 숙박비를 정부에서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에 바가지요금이 있을 수가 없다. 깊고 깊은 산중으로의 운반경비가 포함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깊은 산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음식값은 비싸지고 반대로 음식의 질은 떨어진다. 하지만 내가 이제껏 다녀 본 중 네팔인들은 순박하기 그지없어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이나 요금은 대부분 신뢰해도 좋을 것 같다.

 

5. 기타 현지 적응

여행중 현지에서 적응해야 할 것들은 무척 많다. 한국에서 떠날 때와 도착지의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는 자칫 감기 등의 직접적인 건강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상비약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음식 역시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향신료와 식재료로 당혹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것 역시 스스로 받아들이고 적응하지 않으면 여행 내내 힘들어진다. 실제로 단체여행객들 중에는 여행중에 음식을 먹지못해 힘겨워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띤다.

각 나라에 방문할 때는 그 나라의 금기사항을 반드시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생각없이 아무렇지 않게 한 나의 행동이 현지인들의 격분을 살 수도 있고 여행중 한창 들떠있는 자신의 기분을 망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예를 들어 회교권에서는 한 여성을 관심깊게 쳐다보는 것도, 버스나 지하철의 여성전용구역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올라탔다가는 현지인의 눈총을 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교통상황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교통질서가 엉망인 곳에서 교통질서가 철칙인 사람들에겐 길을 다니기에 당혹스럽거나 운신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슬아슬한 대중교통의 곡예에도 적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현지 상황을 혼자서 바꿀 수 없다면 스스로 적응하는 편이 빠르다.

시간약속이라는 것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시간 관념이 약간 다른 사람들도 많다. 사무실에 지각하는 사람은 허구헌날 5분 10분 지각한다. 친구들과의 각종 모임에 늦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간 약속을 지키는 편이다. 그만큼 남의 시간을 아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낙천적인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시간 관념이 희박하여 한 시간을 늦고도 뭘 그정도를 가지고 호들갑이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다. 그러한 곳에서는 교통 시간표를 참조해 시간 맞춰 가봐야 소용없는 경우도 많다. 이는 관습의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편이 빠르다. 

 

출처 : 코렐리 일기장
글쓴이 : 코렐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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