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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봉들레르 2021. 4. 16. 00:33

 

 

 

 

 

제비꽃은 이름이 많다. 오랑캐꽃 말고도 땅에 붙어 낮은 키로 자란다고 해서 앉은뱅이꽃, 작고 귀여워서 병아리꽃, 반지를 만들어 논다고 해서 반지꽃, 꽃모양이 장수들이 씨름하는 것 같다 해서 장수꽃, 씨름꽃…. 영어 이름은 바이올렛(violet). 영어권 여성의 이름으로 많이 쓰였고 아예 보라색을 지칭하는 색 이름이 됐다.

 

제비꽃은 이름이 많다. 오랑캐꽃 말고도 땅에 붙어 낮은 키로 자란다고 해서 앉은뱅이꽃, 작고 귀여워서 병아리꽃, 반지를 만들어 논다고 해서 반지꽃, 꽃모양이 장수들이 씨름하는 것 같다 해서 장수꽃, 씨름꽃…. 영어 이름은 바이올렛(violet). 영어권 여성의 이름으로 많이 쓰였고 아예 보라색을 지칭하는 색 이름이 됐다. 요즘 도로변에 가장 흔하게 심어놓은 팬지는 서양의 삼색제비꽃이다. 꽃말은 색깔마다 다른데 '나를 생각해 주세요' '순진한 사랑' '겸양' 등이 있다. 국내 종류만 50종이 넘는다.

 

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 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여러 설이 있지만 삼월 삼짇날, 제비가 돌아올 때 핀다 하여 제비꽃이라고 한다.

춘궁기에 오랑캐가 자주 쳐들어올 때 피어서 오랑캐꽃이라고 불렸다.

제비꽃은 국민 애송시가 된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딱 맞는 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아담하면서 소박하고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색깔은 볼수록 오묘하다 못해 도도하다.

그냥 보라, 그냥 자주가 아니다(흰색이나 노란색도 있다).

묘하게 신비스런 푸른빛을 띤 청자색(靑紫色), 남자색(藍紫色)이다.

그 긴 겨울을 용케 견디고 어느 풀꽃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제비꽃.

그 작은 놈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눈물 난다.

나의 나태한 눈, 무딘 감성, 더러운 욕망을 죽비로 내려치는 것만 같다.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바라보는 제비꽃은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핀다.

(나태주, '제비꽃1').

 

꽃들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되고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된다

(정호승, '꽃들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제비꽃은 그냥 보이지 않는다. 허리를 낮춰야만 내게 온다.

그래,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떠나가겠지만, 그 꽃을 볼 줄 아는 사람 앞에선 봄이 그냥 흘러가지 않으리라.

 

 요즘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잎자루나 꽃자루는 털이 없어 매끈하지만 꽃잎 안에는 털이 나 있습니다. 꽃색이 진한 보라색입니다. 잎자루가 잎 길이와 비슷할 정도로 긴 것도 제비꽃의 특징입니다.

제비꽃.

다음은 제비꽃 중 서울 등 중부권에서 가장 먼저 피는 서울제비꽃입니다. 잎이 둥근 달걀형으로, 잎 폭이 넓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잎맥은 밝은 연두색입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넓어야 서울제비꽃인지 헷갈릴 겁니다. 보다 보면 감이 생길 것입니다. 서울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서울제비꽃.

호제비꽃은 아래 사진에서 보듯 잎자루, 꽃자루, 잎에도 가는 털이 덮여있는데 꽃잎 안쪽에는 털이 없습니다. 제비꽃과 정반대죠? 그러니까 꽃이 보라색이고 잎이 긴 편인 것 중에서 꽃잎 안쪽에 털이 있으면 제비꽃, 없으면 호제비꽃입니다. 제비꽃은 잎에 털이 없어서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 호제비꽃은 잎에 잔털 때문에 뿌연 느낌을 줍니다. 제비꽃 색이 진한 보라색인 반면 아래 사진에서 보듯 호제비꽃은 연한 보라색입니다.

호제비꽃.

요즘 도심 화단 등에서 흰색 꽃이 피는 제비꽃이 있는데 흰젖제비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잎이 넓은 삼각형 모양인 것이 특징입니다. 꽃이 젖처럼 흰색이라고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제비꽃과 똑같은데 꽃색만 흰색인 것이 있는데 이건 흰제비꽃입니다.

 

흰젖제비꽃.

아래 종지나물 사진을 보면 익숙한 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제비꽃 중 유일하게 사람이 재배하는 종입니다. 미국에서 도입해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부릅니다.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꽃과 하트형 잎이 모두 크고, 연보라색 무늬가 꽃잎의 절반 정도를 차지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종지나물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부른다.

다음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제비꽃들입니다. 먼저 남산제비꽃은 4~6월 산에서 흰색 꽃을 피우는 제비꽃입니다. 잘게 갈라져 있는 잎 모양이 독특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남산에서 처음 발견해 이 같은 이름을 지었다는데, 한·중·일 이름이 같은데다 남산이라는 지명이 흔하기 때문에 서울 남산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도 특징이 뚜렷해 구분이 쉬운 편입니다. 먼저 꽃 색깔이 진달래꽃 색깔과 비슷합니다. 피는 시기가 진달래꽃이 막 지는 시기여서 진달래 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예쁜 이름은 잎이 처음에는 고깔처럼 말려서 나오다 점점 펴져서 붙은 것입니다.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은 딱 보면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겠지요? 요즘 북한산에 가면 등산로를 따라 엄청 많이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비꽃들이 노랑제비꽃처럼 구분하기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도 북한산·천마산 정도의 비교적 큰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태백제비꽃은 꽃이 하얗고 잎은 긴 삼각형 모양인데 끝이 뾰족하고 꽃에서 향기가 납니다. 이 꽃을 만나면 꼭 맡아보기 바랍니다.

태백제비꽃.

알록제비꽃은 잎에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습니다. 산에 가다 이 꽃을 보면 잎이 너무 아름다워 걸음을 멈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록제비꽃.

‘한국의 제비꽃’의 저자 박승천은 “이름을 알면 꽃이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며 “제비꽃에 대한 지식은 다른 꽃을 바라보는 방법도 알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