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Azerbaijan(2018 Jul)

카스피해는 특수지위 바다

봉들레르 2019. 1. 5. 01:46


‘카스피해(Caspian Sea)는 바다일까, 호수일까.’ 


러시아와 이란,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5개국이 20여 년 만에 세계 최대 내륙해이자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인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길고 지난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등 5개국 정상은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회의’를 열고

카스피해를 “특수한 법적 지위를 가진 바다”로 인정하는 내용의 협약에 합의했다.

주최국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은 매우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었다”며 합의 도출을 반겼다.

남한 면적의 4배인 37만1000㎢ 규모의 카스피해는 역사적으로 이름에 바다가 붙어 있고 물도 짜지만

대양과 연결돼 있지 않고 육지에 막혀 있어 세계 최대 호수로도 알려져 있다. 

러시아 등 5개국 정상은 구소비에트연방(소련) 해체 이후 22년간 이어진 논쟁 끝에 도출된 이번 합의를

‘역사적’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합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서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번 협약은 카스피해를 기본적으로 바다로 규정하면서도

세부조항에서 특수한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협상을 주도한 러시아 대통령실은 카스피해 대부분이 공동이용수역으로 관리되고 해저자원은 각국에 분할된다고 설명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도 “해안선으로부터 15해리(27.78㎞)까지는 영해, 이후 10해리(18.52㎞)까지는 배타적 조업수역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카스피해 자원의 권리는 연안 5개국에만 귀속된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카스피해는 원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이 각각 500억 배럴, 8조4000억㎡로 추산되는 자원의 보고다.  

그동안 카스피해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돼 온 것은 바다로 볼지,

호수로 볼지에 따라 적용되는 국제법규가 달라져 각국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바다로 인정되면 국제해양법에 따라 각국은 해안에서 12해리까지 영해로 인정받을 수 있고 바깥은 공해가 된다.  

반면 호수로 보면 해안선 길이와 관계없이 5개국이 전체 호수 면적을 각각 20%씩 나눠 갖는데

경계선 확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국력이 강한 러시아와 이란이 유리하다.

특히 구소련과 카스피해를 호수로 인정하는 협약을 맺고 양분해 점유해왔던

이란은 바다로 인정되면 카스피해의 13%에 대해서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은 협약 합의 이후에도 이번 합의는 법적 지위에 관한 합의일 뿐 구체적 권리 조정과 경계 확정은 더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가장 핵심인 해저 국경 분계는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상당한 손해를 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별 이의가 없는 대신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 간

가스 파이프라인(TCGP) 건설에는 환경 문제를 이유로 반대했다.   

카스피해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해저 파이프라인 설치였다.

카스피해 동쪽 연안에 위치한 투르키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생산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유럽 시장으로 수출하려면

해저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한 뒤 아제르바이잔까지 옮겨야 한다.

러시아는 이 파이프라인이 생기면 유럽 시장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자가 될 것을 우려해 반대해 왔다.

반대의 명분은 “파이프라인이 카스피해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파이프라인이 특정한 환경 기준을 맞추면 허용되게 될 것”이라며 당사국 간에 합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