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라노섬에 다왔다
그림같은 풍경이다.
부라노섬은 베네치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섬이다.
부라노섬 선착장에서 내렸다.
부라노섬 속으로
레이스 제품이 유명하지만, 여행자들은 파스텔 색으로 칠해져 있는 작은 집들을 보기 위해 이 섬을 많이 찾는다.
예부터 부라노섬은 어부들의 섬이었다. 레이스가 유명해진 것도,
집들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진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인들이 바다로 나간 남편들을 기다리며 레이스를 짰는데 그것이 이 섬의 특산품이 되었다.
또한, 안개가 끼거나 어두울 때 어부들이 섬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집들을 각양각색으로 칠한 것이라고 한다.
기원이야 어쨌든 부라노섬에선 다양한 색깔들의 가옥 덕택에 눈이 즐겁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섬은 1시간 남짓이면 모두 돌아볼 만큼 작지만,
아름다운 섬을 구경하다 보면 걸음이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섬 곳곳에 걸린 빨랫감처럼 파란 하늘 아래 나부낄 것만 같다.
이곳의 건물들은 회색 콘크리트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는 잊고 살았던 감수성을 이야기 한다.
크고 화려한 것을 좇는 마음에 고개를 젓고 채도가 높지만 장난끼 어린 색깔로 소박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속삭인다.
빨래가 익어가는 길목에는 마른 천이 풍기는 기분 좋은 향기가 감돈다.
문득 남의 집 안방마님이나 귀여운 아이들의 새 이불에 파묻혀 촉감을 느끼고 싶다는 무례한 충동이 생긴다.
평범한 가정집 골목의 오후를 한껏 들이마시니 옅은 세재 냄새엔 노스탤지어가 묻어 있다.
침대 위나 옷장 안에 새로 놓인 침구를 발견하고 그 위에 쓰러져 낮잠을 자는 상상이 펼쳐졌다. 집에 돌아온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아이유의 스무살의 봄 앨범 중 하루 끝이라는 노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장소가 부라노섬이다.
부라노의 풍경은 너무나 매혹적인 나머지 오히려 현실감이 없을 정도다.
멀고 먼 저편 어딘가에만 존재하는 곳처럼 느껴진다.
평생 가볼 일 없는 딴 세상이었던 하지만 불과 몇 십 분 만에 환상은 현실이 된다.
동화 속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동화가 책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둘 중 뭔가가 벌어지긴 벌어진 모양이다.
그들이 작은 땅덩어리 위에서 살아가는 방식엔, 그들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밤에 몸을 누이는 연두색, 파란색,
분홍색 주거공간엔 역사와 유머감각은 있을지언정 허영은 없다.
겉멋들이기에 바쁜 우리의 도시가 한 번쯤 배웠음직한 미덕이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면 어딜 가나 청록, 노랑, 연보라가 우리를 따라다닌다.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들도 만나면 예쁜 색깔로 울 것처럼, 웅크리고 있었지만 한없이 태평해 보인다.
어느 골목엔 손에 잡힐 듯한 햇살이 내리기도 하여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을 때 탄력 있게 부푼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질감이다.
아름다운 건물을 제외하고 우리의 마음을 끄는 건 실상 사소한 장면들이다.
무라노의 건물들은 네모난 상자 위에 색을 곱게 먹인 명주를 덮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항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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