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omestic travel/동해안

1-4 겨울등대-묵호에서

봉들레르 2012. 12. 2. 21:39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구가 새겨진 소공원

왼쪽에는 바다의 수호천사를 상징하는 ‘천사날개 포토존’과 불꽃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

 

 

발아래 절벽과 푸른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등대불빛아래 펜션 & 커피숍"

 

등대팬션

 

 

 

 

 

 

 

 

 

 

 

 

심상대가 묘사한 묵호

내게 있어서 동해 바다는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술, 한 잔의 소주를 연상케 했다.

어느 때엔, 유리잔 벽에서 이랑 지어 흘러내리는 소주 특유의 근기를 느껴 메스껍기도 했지만,

대체로 그것은, 단숨에 들이켜고 싶은 고혹적인 빛깔이었다. 파르스름한 바다. 그 바다가 있는 곳. 묵호.

그렇다. 묵호는 술과 바람의 도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서둘러 독한 술로 몸을 적시고,

방파제 끝에 웅크리고 앉아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토악질을 하고,

그러고는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부두이 적탄장에서 날아오르는 탄분처럼 휘날려, 어떤 이는 바다로 ,

어떤 이는 멀고 낯선 고장으로, 그리고 어떤 이는 울렁울렁하고 니글니글한 지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멀리 무덤 속으로 떠나갔다.

가끔은 돌라오는 이도 있었다. 플라타너스 낙엽을 밟고 서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다가, 아파트 베란다에 나서서 망연히 하늘을 처다보다가,

문득 무언가 서러움이 복밪쳐오르면, 그들은 이 도시를 기억해냈다. 바다가 그리워지거나, 흠씬  술에 젖고 싶어지거나,

엉엉 울고 싶어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허둥지둥 이 술과 바람의 도시를 찾아나서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언제난 묵호는, 묵호가 아니라 바다는, 저고리 옷고름을 풀어헤쳐 둥글고 커다란 젖가슴을 꺼내주었다.

그 젖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고 도리질하며 울다가 보면, 바다는 부드럽게 출렁이는 젖가슴으로 돌아온 탕아의 야윈 볼을 투덕투덕 다독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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