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Taiwan Alishan(2023.Mar)

세계 최고의 건축상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토 도요

봉들레르 2023. 4. 12. 06:56

미디어와 건축을 결합한 건축가 이토 도요

 

이토 도요(Ito Toyo·伊東豊雄·1941~ )는 1941년 서울(경성)에서 태어났고 1965년 도쿄대 공학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작품으로 제출한 '도쿄 우에노 공원 리노베이션 계획'이 최고 졸업작품상을 받았다. 졸업 후 기쿠타케 기요노리 사무실(Kiyonori Kikutake&Associates)에서 근무했다. 1971년 도쿄에서 '어번 로봇(Urban Robot)' 스튜디오를 개설했다. 1971년 첫 번째 프로젝트 중 하나는 나무 골조 구조에 외피를 알루미늄으로 감싼 'Aluminum House'로 불린 도쿄 외곽의 주택이었다. 이토 초기 작품 대부분이 주택이었다.

이토 도요 설계작 메이소 노 모리 시립장의홀(2006)

1976년 미망인이 된 누이와 조카들을 위해 지어준 도쿄 신주쿠 주거단지 'U자 집', 일명 '화이트 유(White U)'가 이토 건축물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누이는 조용하게 세상과 거리를 둘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가족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집을 원했다. 추억이 깃든 강한 장소성을 가져야 했으며, 가족들이 정신적으로 닻을 내릴 수 있는 곳, 고립된 유토피아가 되어야 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창이 없는 외벽은 밖으로는 폐쇄적이고 안으로는 열려 있는 U자 형태의 집이 되었다.

1979년 자신의 이름을 딴 건축사무실(Toyo Ito&Associates, Architects.)로 이름을 변경했다. 세지마 가즈요(Kazuyo Sejima·1956~ )는 대학원 졸업 후 이토 도요 설계사무소에 입사해 6년간 근무하고 1987년 독립한다. 1995년 세지마는 이시자와 류(Ryue Nishizawa·1966~ )와 함께 사나(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 건축사무소를 설립했다. 이시자와 역시 이토 도요 사무소 출신이다. 세지마와 이시자와의 스승이자 선배인 이토 도요는 이들보다 늦게 프리츠커상을 수상한다.

요코하마 '바람의 타워'(1986)는 버스 정류장 옆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쇼핑센터의 통풍과 물탱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존 타워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 타워의 입면은 타공 철판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재료는 작은 구멍 때문에 어두운 쪽에서는 밝은 쪽이 보이고, 밝은 쪽에서는 은색의 불투명한 재료처럼 보인다.

보행자 입장에서 이 타워는 타원형 실린더 형태의 은색 구조물로 보인다. 밤에는 타공 철판 안쪽에 만들어진 조명기구가 빛을 내면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구조물이 된다. 조명기기들은 타워 주변 바람 방향이나 세기에 따라 다른 빛을 연출한다.


이토 도요는 '바람의 계란'(1991)에서 계란 모양으로 된 타공 철판에 이미지를 투사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낮에는 쇠로 만든 계란 모양이 되고 밤에는 투사되는 이미지로만 보인다. 건축 표면에 이미지가 투사되는 순간 건축적인 매스의 존재가 없어진다. 대신 건축물은 투사된 영상 정보가 된다.

야쓰시로 시립 박물관(1991)은 구마모토현 'Artpolis' 제도의 일환으로 설립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이토 도요가 선택된 것은 인근에 역사적인 Shohinken 빌라와 야쓰시로 성터 유적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현대적인 작업과 하이테크적 디자인과 대비되어 매우 모험적이었다. 이토는 매끄러운 유리 구조물과 물결치는 철제 캐노피를 이용한 설계를 진행했다. 경쾌한 곡선형 지붕과 유리라는 소재를 사용해 내부와 외부 공간의 일체감을 추구했다. 건축가 구마 겐코는 "서양 건축의 전형인 '육중함과 강함'에 대한 비판일 뿐만 아니라 '일본 전통' 건물을 단순화하여 정수만을 남겨놓았다"고 호평한다.

이토의 건축은 '센다이 미디어테크'(2001) '오모테산도 토즈(TOD'S) 빌딩'(2004), '다마 미술대학 도서관'(2007)에서 드러나듯 사용자에게 개방적이고, 자연 친화적이며 공간적 경계가 흐릿한 게 특징이다.

일본 동북지역 최대 도시인 미야기현 센다이 중심부에는 눈에 띄는 투명한 유리박스가 있다. 센다이 미디어테크(Sendai Mediatheque·SMT)는 지하 2층~지상 7층의 복합문화시설이다.

이토 도요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미야기현 센다이의 ‘센다이 미디어테크’. 과감히 벽을 허물고 기둥을 튜브 구조로 꾸며 열린 건물로 만들었다.

이토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2013년, 가장 자랑스러운 건축물로 센다이 미디어테크를 꼽았다. 이 건축물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버텨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지진 당시 이 건물의 슬래브는 만취한 사람의 머리처럼 휘청거렸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며 "주변 다른 건물들이 처참히 무너지는 가운데 구조의 놀라운 완성도를 증명해낸 것"이라고 평했다.

건축 입면에 사용한 유리가 주변의 모든 거리 풍경을 반사하고 투명해 외부의 거리와 건물 내부가 마치 경계 없이 연속된 공간같이 느껴진다. 건축물의 외피가 경계를 흐리게 함으로써 공간의 시각적 확장이 일어난다. 로비는 텅 빈 채로 안내와 카페만 한쪽 공간을 차지한다. 입구에 가까이 있는 계단은 유리박스 안에 담겨 있다. 반대쪽 엘리베이터도 원통형 철골 구조 안에서 움직인다. 기능에 꼭 필요한 계단 등 건물 코어를 빼고 나머지는 빈 공간이다.

커다란 기둥 대신 기둥을 잘게 쪼개서 다른 프로그램이나 공간을 만드는 벽으로 사용해서 마치 기둥이 없는 듯한 건물을 만들었다. 이런 강철 튜브 기둥 13개는 바닥에서 시작해 각 층을 관통하며 나뭇가지처럼 올라간다. 기둥 4개는 내진의 구조 역할을 하고 9개는 건물 자체 무게를 담당한다. 이 튜브 같은 기둥과 슬래브에는 총 6000t의 철이 소요되었고, 용접하는 데만 1년 반이 걸렸다. 외부에서 내부로의 투명성은 이런 내부 디자인으로 연결되어 현상학적 공간을 확장한다.

 

도쿄 '오모테산도'는 오래전 일본 왕이 제례의식을 하러 다니는 길을 기념하기 위해서 느티나무를 식재했다. 지금은 그 나무가 자라서 아름다운 가로수를 가진 길이 되었다. 이토 도요는 느티나무가 거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오모테산도 토즈(TOD'S) 빌딩'(2004)을 지으면서 콘셉트는 나무처럼 보이는 건축을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나무 겉모습만 본뜬 것에서 나아가, 나뭇가지의 구조적인 원리를 이용했다. 이 트리 빌딩에는 내부 기둥이 없는 대신 건물 외관에 나뭇가지 모양으로 생겨난 벽체가 모든 구조를 담당한다. 자연스럽게 비정형의 유리창이 생겼다. 입면에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것처럼 구조와 표피를 일체화시키면서 내부공간을 자유롭게 하는 독창적 디자인으로 주변과 대화를 시도했다.

도요 이토 건축박물관(2011)

도쿄 다마 미술대학 도서관(하치오지 캠퍼스, 2007)은 일부러 '아치'라는 강한 아이콘을 사용한다. 천장면은 슬래브와 철의 결합, 바닥은 하이힐의 굽과 같은 잘록하고 얇은 기둥을 나열해 보강재나 내진벽 시선에 방해되는 요소를 없앴으며 비탈 위로 전개되는 사람들 활동이나 주위 녹지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긴장감을 가진 내부 기둥 나열 방식은 입면에도 적용하여 아치 형태 개구부에 유리를 골조와 같은 면에 끼워 넣어, 캠퍼스 정문에 가까운 강한 인상적인 파사드가 만들어졌다. 아치는 지식이 집적하는 장소로서 고전적인 서양 도서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저층부는 기존 대지 경사에 맞추어 경사도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도서관 여행하는 법'의 저자 임윤희는, 건축가의 설계와 건물 이용자의 삶 사이의 간극을 지적한다. "도서관 사서 처지에서는 많은 책을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서고가 필요한데, 개방적 공간감을 위해 책장의 높이를 낮추고 바깥 공간으로 시야를 돌릴 수 있게 디자인된 까닭에 그런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고 평가한다.

가가와현의 나오시마섬이 미술가 구사마 야요이,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채워진 반면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오미시마섬의 '이토 도요 건축 뮤지엄'(2011)은 이토의 건축 철학과 열정이 녹아 있는 일본 최초의 건축 박물관으로 평가받는다.

'민나노 이에 :모두의 집(Home-For-All)'(2012)은 일본 동북 대지진으로 잿더미로 변한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이토 자신을 포함해 후지모토 소우, 구마 겐고 등 건축가가 동참하면서 리쿠젠다카다 등 16곳에 만들어진 작지만 포용적인 공유 공간이다.

이는 좁은 구호주택에 머물던 이들을 위한 10평 정도 이재민 쉼터 건물로 자식 부부가 일하러 간 사이에 어머니, 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개방된 마을회관형 커뮤니티 공간이다.

2012년 제13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일본관 커미셔너를 맡아 '모두의 집(Home-For-All)'으로 최고의 국가관 전시에 수여되는 황금사자상을 받은 데 이어 2013년에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되었다.

타이완의 중부도시 타이중(Taichung)의 국립오페라극장(국가가극원, National Taichung Theater, 2014)은 세계 9대 랜드마크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건물 내에 직선으로 된 기둥이 없고 건물 벽과 내부는 모두 곡선 형태이다. 산호초의 3차원적인 구조를 흉내내어 바닥, 벽, 천장의 구분 없이 모두 연결되는 3차원 벽면 커브를 만들어 내외부 경계가 모호한 공간을 창조해 낸다.

내외부 구조는 기둥과 내력벽이 바닥에서 지붕까지 하나로 이어져 부정형의 공간, 곡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같은 곡면은 '스프레이 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하나로 연결된 철골 콘크리트 구조체를 만들었다.

기존 건축에서 보이는 벽 자체가 구조를 받치는 내력벽에서 공간을 해방시킨 돔-이노(Dom-ino) 특징인 바닥 슬래브와 기둥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면 현대건축은 이제 그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각 건축 구조체의 상호의존성이 사라지고 기둥과 바닥과 슬래브는 하나가 되었다.

2015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광장에 설치된 이토의 공간조형물 '신명(晨明)'은 담양 소쇄원에서 영감을 얻어 대나무, 자작나무합판, 스틸 등으로 제작됐다. 수직으로 뻗는 얇고 가느다란 대나무를 이용하여 곡선으로 휘고, 연결하고, 다발로 묶어 마치 동양의 서예를 쓰듯 직선과 곡선의 선들이 공간을 향해 뻗어 나가는 형태는 공동주택이 배경이라서 더욱 눈에 띄었다.

멕시코시티 인근 푸에블라(Puebla)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창의도시(Creative Cities) 중 하나이다. 인터내셔널 바로크 미술관(2017)은 전시장을 여러 개로 조합하여 만들고, 그 사이 공간에 외부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을 마치 종이처럼 구부린 듯 보인다. 아름다운 곡선의 콘크리트 파사드가 미술관을 전체적으로 감싸주고 있어 단순하지만 독특한 미감을 자랑한다. 이토는 뭔가 과잉되고 복잡한 듯한 17~18세기 세계를 휩쓸었던 바로크 양식을 현대적으로 뒤집었다. 한편으로는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어야 한다는 논점에 충실한 작품이다.

이토 도요 건축은, 형태는 파격적이면서 경쾌하고, 논리는 정교하면서도 간결해 전문가와 대중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 참고자료 : 리코플러스 블로그. 정태종 블로그, 건축가 유현준 칼럼

매일경제 프리랜서 효효

 

프리츠커상
프리츠커상은 하얏트(Hyatt) 재단 회장이었던 프리츠커(Jay A. Pritzker) 부부가 1979년 제정했다. 노벨상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매년 1월 500명 이상의 건축가를 후보로 선정한 후 심사위원단 7명의 비밀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독특한 점은 수상식이 열리는 장소를 지난해 수상자가 정한다는 것.

수상자는 10만 달러의 상금과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디자인한 청동 메달을 받는다. 1회 수상자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을 비롯해 페터 춤토어(Peter Zumthor), 렘 콜하스(Rem Koolhaas), 자하 하디드(Zaha Hadid), 안도 다다오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일본은 올해 이토 도요가 수상하면서 미국과 함께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가 됐다. 건축 전문지 <와이드>는 2011년 1·2월호에서 왜 일본이 프리츠커 강국이 되었는지 분석한 버클리대학 다나 번트록(Dana Buntrock) 교수의 논문을 특집으로 게재한 바 있다. 그가 꼽은 일본 건축의 4가지 강점은 국제적인 보편 의식, 문화 교류를 위한 국가적 지원, 외부인이 건축 작업을 평가할 수 있는 지적인 맥락, 그리고 활발한 출판 활동이다. 

 

A Study of the Toyo Ito's Architecture on the Perspective of Ecology (1).pdf
11.1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