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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의식주 체험2-음식문화

봉들레르 2010. 1. 5. 09:25

식탐이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나는 먹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는 편이다. 한 끼를 먹어도 좋은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집착하는 편이고 먹는 양으로는 함께 먹던 사람들이 놀랄 정도다. 메뉴도 가리는 것이 거의 없다. 한식은 물론이고 중식, 일식, 서양식 그리고 그 외 어느 나라의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데다 먹어보지 못한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먹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2009년 1월의 중동여행때 마지막 식사로 생선을 선택했던 나는 바로 건너편 테이블에 앉았던 손님이 먹던 양머리찜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어 지금까지도 중동여행을 다시 가게 되면 양머리 찜부터 먹어보리라 다짐하는 중이다.

 

그렇게 먹는 걸 밝히는 나인 만큼 외국에 나가서까지 식탐을 해결하기 위해 먹고싶은 만큼 마음껏 먹고 한 번 찾기 시작하는 음식점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고 얼마만큼 헤매든 간에 꼭 찾아갈 만큼 먹는데 많은 공을 들이곤 한다. 그 나라의 전통음식은 가급적 하나라도 더 먹어보고자 하는 것은 나의 식탐에도 이유가 있지만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의 하나이기도 하다. 음식문화 하나만으로도 그 나라의 농경제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먹는 음식의 특징만으로도 그들의 민족성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음식은 문화의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한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또한, 음식에 들어간 재료와 향신료는 인체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에너지인 만큼 음식재료의 특성이 인체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석탄에 의한, 등유에 의한, 휘발유에 의한, 가스에 의한, 태양열에 의한 동력 가동에는 각기 다른 힘과 냄새를 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외부 공기와 완전히 차단되는 항공기 내에서도 특히 공기가 차단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가끔씩 기절 초풍할 정도로 사람냄새가 강하게 남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 것이 먹는 음식의 재료와 향신료에 깊은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 한국인들이 먹는 음식에 거의 들어가지 않는 데가 없다 할 수 있는 향신료가 바로 마늘이다. 우리 한국사람들 스스로는 몸에서 마늘 냄새를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들이 느끼는 한국사람들의 체취는 보통 고약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삶과 직결되며 하루 세번 이상을 즐기는 식생활,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농경제, 사람들의 집단 기호가 반영된 음식문화를 여행에서 배제해서야 어찌 그 나라를 제대로 보고 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학이나 이민 또는 업무상 외 장기체류에 따른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해외 여행 기간중 음식문화를 충분히 체험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내가 다녀 본 나라들의 음식문화가 독특할수록 그 나라에 대한 기억이 더욱 강하게 남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음식문화는 판이하게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 음식은 밍밍하고 중국음식은 너무 느끼하고 향이 강해 못먹겠다고 말하곤 한다. 내 생각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음식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덕에 음식문화를 접할 기회가 종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감 강하게 느낀다면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다른 나라들의 음식이라면 거부감은 더욱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외 여행중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해결책은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볶음밥만을 찾거나 심한 경우 가는 곳마다 한국 음식점만 찾는 것이다. 문화매니아를 자처하고 향신료 매니아라고 자칭하는 나로서는 그들이 문화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적기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다시 말해서 적극적인 호기심에 의한 자세 전환만이 그 나라의 음식문화를 즐기고 더 나아가 그 나라의 전반적인 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돌아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제까지 다녀본 여행지들 중에는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그 나라를 특징지워도 좋을만큼 독특한 음식문화를 가진 나라들이 있다. 음식문화가 독특하고 가지수가 많기로는 한국도 어디에 내놓아 손색이 없겠지만 터키, 중국, 일본, 인도 등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문화를 가진 나라들이다. 그 나라의 음식을 적극적으로 체험하는 것 외에도 먹는 습관도 저마다 다른만큼 이 방법도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이제까지 체험해 본 여러 나라의 전통음식들 중에는 인도의 음식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인도에서는 커리가 가장 흔하지만 커리의 종류는 가지수가 무척 많다. 맛은 거의 환상이었다. 쇠고기와 돼지고시를 먹지 않는 인도인들이 먹는 커리에는 치킨, 양이나 염소, 생선, 계란 등을 주재료로 쓰고 채식 식당이 많은 인도에서는 야채만으로 만든 커리도 즐길만하다. 커리 외에도 탄두리 요리도 인도 음식에서 빼 놓을 수 없다. 탄두리 요리는 흔히 구운 요리를 말하는데 치킨 탄두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향신료를 뿌려 화덕에 굽고 양파를 곁들여 나오는데 기름기가 적고 독특한 향과 함께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뭄바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뭄바이덕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인도에는 채식 식당이 주종을 이루고 고기를 먹어도 닭고기와 양고기나 염소고기 외에는 거의 맛보기 어려운 관계로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행의 끝자락에 방문했던 뭄바이에서 먹어보게 될 뭄바이덕에 상당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뭄바이 덕으로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 여러가지 음식을 주문했고 그중 뭄바이덕을 잊지 않고 주문했다. 음식이 하나씩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주문하지도 않은 튀김요리가 나오기에 눈이 휘둥그래졌지만 누구도 이의 제기 없이 손이 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우리로선 주문한 적이 없는 생선튀김이었는데 맛은 기가 막혔다. 나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리고기가 나오지 않자 웨이터를 불러 음식이 모두 나왔는지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나올 음식은 모두 나왔다는 것이다. 뭄바이덕은 왜 안나오는지 물었더니 빈 접시를 가리키며 이미 다먹어 치웠잖느냐고 되물었다. 그제서야 뭄바이덕이 오리가 아닌 생선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속살의 부드럽기도 유별나지만 바삭바삭한 튀김옷의 질감과 향은 어디에 비길 수가 없었고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화덕에 구운 빵인 난, 치킨탄두리, 각종 커리요리들) 

 

한 나라의 음식먹는 습관이나 방법도 알고 접근하면 더욱 재미가 있다. 인도의 한 식당에서 희안한 일도 겪어봤다.

음식을 주문하고 그 음식을 즐기는 것 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델리에서 후마윤의 무덤을 둘러보고 나서 이곳을 나와 코넛플레이스(지저분한 주변과 달리 깨끗하게 조성된 거리와 공원)를 들러 본 뒤 올드델리의 한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역시 내 입맛에는 정말 인도 음식이 잘 맞았다. 하나라도 더 맛보기 위해 치킨커리, 레몬볶음밥, 탄두리 감자 등 여러가지 음식을 시켜 함께 먹었다. 일행 모두가 행복해했다. 특히 식탐을 하는 내가 더... 다 좋은데 먹을 것 다 먹고 나니 아주 자그마한 그릇에 레몬 조각을 하나씩 담은 물이 나왔다. 나는 멋도 모르고 나오자마자 후룩 마셔 치웠다. 물이란 목바르니까 마시는건 사실이지만 목넘김의 느낌과 마신 후의 청량감 때문에 마시는게 아니었나? 뭔놈의 물이 시원한 맛도 없고 찝찌름한게 냄새도 조금 이상했다. 느낌으로는 마치 설거지로 마지막에 헹궈낸 정도로 약간의 이물질을 머금은 듯한 느낌의 물을 마신 것처럼 기분이 별로 유쾌하질 않았다. 내 앞에 노인 물그릇이 빈 것을 보고 웨이터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물을 마셨는지를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손씻는 물이란다. 엑! 오바이트 약간 쏠림. 진작 얘기할 일이지. ㅡㅡ; 지금 생각해 봐도 속이 울렁거리게 기분 나쁘다. 다시 갖다 주길래 한 번 손을 씻어 보았다. 기름 뭍은 손이 깔끔해지는 것을 느꼈다. 손은 깨끗해졌지만 목구멍과 위장은 더러워진 기분이었다.  그들의 관습을 알지 못해 겪었던 일이다.

 

중동의 음식들도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할만한 것이 매우 많다. 특히 터키의 요리들은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대개는 화덕에 굽거나 찐요리들인데 고기와 빵은 대개 화덕에 구운 것들이라 맛이 아주 담백하다. 야채 요리들도 볶는 경우는 드물고 굽거나 찌거나 또는 날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느끼하지 않다.

고기는 쇠고기가 드문 편이고 돼지고기는 맛보기가 거의 어렵다. 대부분은 양고기나 닭고기다. 양고기의 경우 특유의 노린내로 인해 거부감을 일으키는 한국인이 많지만 이 것도 맛들리면 포기하기 쉽지 않다. 터키를 비롯한 중동에서 먹는 샐러드의 경우 토마토를 기본베이스로 하고 치커리같은 야채를 함께 잘게 썰어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리는 정도로 간단하게 만들지만 곳에 따라서는 약간의 향신료를 첨가하기도 하는데 맛은 매우 뛰어나다. 중동지역에서는 빵이 특히 별미다. 빵하면 유럽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핏자의 원조가 로마에서 이집트의 제빵 기술자들을 불러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는 설을 보자면 중동의 빵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혹자는 터키의 빵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다고도 하지만 어쨋든 중동에는 담백하고 맛있는 빵을 맛 볼 수 있다. 특히 시리아에서 맛 본 빵들은 최고라는 수식어에 걸맞을만 하다고 생각된다. 터키의 한 식당에서 먹은 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6명이 식사와 와인을 주문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본으로 나온 빵이 메인 요리를 압도했다. 길이는 왠만한 사람의 키에 버금 가는 놀라운 빵이었는데 우리는 담백한 맛에 또 한번 반했지만 양이 워낙 많아 반도 먹지 못했다. 터키나 시리아에 가게 되면 가급적 빵을 골고루 맛보기를 권하고 싶다.

 

(괴레메의 한 식당에서 기본으로 제공된 빵의 길이가 왠만한 사람의 키에 버금간다)  

 

아시아 지역에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를 가진 곳이 많다. 그들이 먹는 방식대로 따라서 먹어 보는 것도 해볼만 하다. 그들이 먹는 방식이 원시적 문화가 잔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타문화에 대한 무지이며 지나친 교만이라고 생각한다. 수저와 포크 문화가 이미 유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손으로 먹기를 고집하는 그들이라면 무언가 이유는 있을 터, 직접 체험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그동안 안하던 짓도 시도해 보았다.

제목을 기억할 수 없지만 과거에 보았던 한 홍콩영화에서의 만찬 장면이 떠오른다. 검은 거래에 있어 상대편 두목이 주인공들을 태국 전통음식 만찬에 초대해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손을 씻은 뒤 개인 접시에 덜어낸 요리를 손끝으로 짓이겨 아작을 낸 뒤 그 손으로 조금씩 입에 넣으며 하는 말이 "태국 음식은 손으로 먹어야 제맛이지" 라는 대사를 씨부린다. 그 두목이란 사람은 극중에서 태국인도 아닌 홍콩인이었는데 그는 악인이었지만 낯선 태국의 문화를 제대로 수용한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기에 아직도 그 장면만을 기억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동남아 여행을 처음 다녀 본 것이 2000년도였지만 그 때는 기회가 있어도 시도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맨손에 대한 외국인들의 거부감을 염두에 두어서였는지 고급 전통 음식점에서도 가는 곳마다 수저와 포크 등의 도구를 내어 주는데다 손으로 먹는다는 개념 자체를 여행중에는 잊고 있었다. 내가 시도해 본 요리는 2009년 여름 네팔에서의 달밧이라는 음식이었다. 달밧이라는 음식도 인도의 탈리라는 음식과 아주 흡사하다.

밥, 마를 갈아 넣고 끓인 껄쭉한 국인 달, 요구르트, 나물, 야채 등이 하나의 그릇에 나왔다. 밥은 물론 소위 날아다니는 쌀이었다.

 

(카트만두의 한 식당에서 맛본 달밧)

 

우리네 식당에서는 화장실에나 가야 손을 씻을 수 있겠지만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권에서는 세면대가 실내에 설치되어 손님들이 수시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곳이 많다. 나도 식당 내 세면대로 가서 네팔 사람들처럼 손을 씻은 뒤 맨 손으로 먹어 보았다. 먹는 방법은 이렇다. 마음에 드는 반찬이나 국을 밥과 섞어 적당한 양을 다섯 개의 손가락을 오므리면서 음식을 쥔다. 입에 넣을 때는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방향을 잡아 입가에 가져간 뒤 엄지 손가락으로는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에 얹혀 있는 음식을 밀어 입으로 넣는 것이다. 수저를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고의 차이가 크지 않을 줄 알았지만 묘한 느낌의 낯선 체험이었지만 시도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손가락 끝이 입술과 혀에 닿고 밀어 넣으며 혀에서 받아 씹을 때까지 손과 입은 우리네가 먹는 방식과는 비교도 안되게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요했고 그렇게 들어온 음식은 전혀 느낌이 달랐다. 그 뒤로도 인도커리를 카트만두에서 먹으면서 같은 방법을 취해 봤다. 역시 더 맛있는 듯한 느낌이 아주 좋았다.

한국에서 냉면을 먹을 때와 비교가 가능할 지 모르겠다. 냉면을 즐기는 사람들 중엔 굳이 면을 자르지 않고 먹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따금 묻지도 않고 덜컥 면을 반쪽 내고 손님의 상 위에 내놓는 종업원들도 있다. 미처 이를 막지 못한 경우 바빠서 그런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정중히 자르지 않은 면으로 바꿔 줄 것을 부탁한다. 굳이 이러는 이유는 면을 씹는 느낌 자체를 맛의 중요한 요소로 보기 때문에 먹기 좋게 잘라낸 냉면은 씹는 맛이 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쨋든 손으로 음식을 먹는 이유를 한 두번 먹어보고 알았다고 하면 지나친 교만이 될지는 모르지만 느낌이 확연하게 다른 것만은 사실이고 색다른 체험의 느낌이 좋았던 것만은 틀림 없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반드시 오른 손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왼손을 더럽다고 여기는 그들의 관습때문이다. 앞으로도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권에서 음식을 먹게 된다면 나는 반드시 그들의 문화대로 즐길 것이다.  

 

(인도커리를 손으로 먹어봤다. 이렇게 먹으니 검게 그을은 내 손도 인도스럽고 그들 문화에 한층 더 다가선듯한 느낌이다) 

 

이 밖에도

외진 시골길에서의 이름도 없는 식당에서의 식사도 한 번쯤 체험해 볼 만하다. 진짜 그들이 먹는 음식이 이런 곳에서 팔리기 대문이다. 이집트 룩소르로부터 적잖이 떨어진 아비도스의 유적지를 보러 택시를 타고 이동했을 때의 일이다. 이집트가 오래전부터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라 그럴까. 이집션들은 외국인에게 부당한 바가지 요금 씌우길 좋아하는데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 아비도스 유적지 바로 근처에 있는 한 식당을 들어가게 되었는데 입구의 벽에는 나름대로 식당의 마크인지 클레오파트라로 여겨지는 여자를 엠블럼으로 하고 맞지도 않는 영어를 잔뜩 써 넣은 곳이었다. 이 식당엔 외국인이리고는 전혀 없었다. 이 곳 아비도스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같은 개별 배낭여행자는 거의 없고 패키지관광객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여행사측에서 정해주는 식당으로 갈 것이고 프로그램에 이런 식당을 넣을 리 만무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삼성이라고 써있는 야구모자를 쓴 현지인이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가 먹는 정찬이 그런대로 먹을만해 보였다. 화덕에 구운 빵에 계란, 치즈, 피망과 토마토,소금에 절여 숙성한 가지였다. 식당 주인의 바가지가 염려되어 밥먹는 사람에게 얼마냐고 물어 보았더니 10파운드란다. 이름 없는 시골 식당의 식사 치곤 현지물가 대비 지나치게 비싸다 싶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이집트에서는 어느 식당이든 이들의 1인분은 너무 많아서 일행 수대로 5인분을 시켰다간 많은 양을 남기기 일쑤였던 관계로 3인분만 주문했다. 아래 사진에 흰색과 된장 색의 것은 치즈이고 노란 뚝배기는 계란이다. 가지를 절인 것도 보이는데 비위가 안맞아 안먹을까 하다가 하나를 들고 맛을 보았는데 군내가 나고 지독하게도 짜지만 먹을만 하다. 화덕에 구운 빵은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희안한 빵이었다. 생긴게 꼭 모래나 톱밥으로 만든 것처럼 약간 누리끼리하고 입자가 거칠다. 가끔씩은 모래도 씹혔다. 우리는 이후 이 빵을 모래빵이라 불렀다. 빵을 찢어 속안의 틈에 치즈와 계란, 야채 등을 넣어 먹었다. 식사를 하며 우리에게 10파운드라고 알려 주었던 현지인은 우리가 안보이게 지불을 하려고 했지만 고작 3파운드만을 내는걸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분명히 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우리 일행은 모른척하고 밥만 먹었다.

 

(아비도스의 한 식당에서 먹어 본 이집트 정찬)

 

다 먹고 나서 '얼마냐'고 물었다. 50파운드란다. 어이가 없었다. 1인분에 10파운드로 바가지를 씌웠어도 30파운드다. 다섯 사람이 먹었으니 50파운드를 내라? 내가 방금 확인한 바로는 9파운드를 내면 계산은 끝나는 일이었다. 주인과 내가 실갱이를 하자 여행자를 태우고 와서 대기중이던 한 택시 기사가 식사하다 말고 끼어든다. '왜 50파운드어치 먹고 9파운드만 내느냐'는거였다. '당신은 이해관계가 없으니 빠지라'고 했더니 이집션의 일이니 자기 일이나 다름없다'나. 나는 택시기사는 상종도 안하려고 했다. 당신들은 1인당 3파운드를 내는데 우리보고는 10파운드를 내라고 하면 우리는 바보냐고 식당주인에게 항변했다. 그 곳에서 식사하던 손님들도 간간히 참견을 하며 식당 주인의 역성을 들며 갑자기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어찌하나 보려고 식당 주인과 택시기사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두 컷을 찍었다. 켕기는데가 있는지 고개를 돌리고 한동안 나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더니 떳떳한 척 하고 고개를 다시 돌리며 찍을테면 찍으라고 했지만 그래도 뭔가 켕기는 눈치는 역력했다. 잘생기지도 못한 두 얼굴 이 곳에 올리기에는 불쾌한 생각이 들어 그만 둔다. 주인은 나한테서 받은 돈을 집어 던지더니 먹고 남은 것을 거칠게 치웠다. 나는 잘먹고 잘 죽으라는 생각에 잔돈 5파운드를 더 보태 14파운드를 가게 안쪽으로 집어 던졌다. "당신은 나쁜 사람이고 음식맛은 당신만큼이나 형편없었다"고 내뱉은 내 말은 알아 듣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먹은걸 다 게우고 싶은 기분이었다. 콘보이(이집트에서는 아비도스 같이 대도시에서 외떨어진 유적지는 개별적인 오고감을 불허하는데 이집트 정부에서 호위대 출발시간을 하루 한 두차례 정도 정해 놓고 방문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들과 동시 출발하고 동시 이동한다. 이 때가 되면 호위대 차량은 물론 여행사 차량, 대절차량,  대절택시 등이 대이동을 한다. 이들 대이동을 호위하며 에스코트하는 조직을 콘보이라고 한다) 출발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 기다리고 있자니 식당주인은 묘하게 생긴 젊은 경찰 하나를 데리고 와서 시비를 걸었다. 경찰이 "당신들 50파운드어치 먹고 왜 돈을 조금만 주느냐'고 묻는다. '나는 분명 9파운드 어치를 먹었을 뿐이다. 이집션한테서는 1인당 식사비로 3파운드를 받고 외국인에게 10파운드를 받는 이유가 뭐냐. 3인분 시켰는데 5인분을 요구하는 이유는 또 뭐냐'고 따져 물었다. 대답이 걸작이다.'당신은 이집션이 아니니 당연히 외국인이 치르는 값을 따로 내야 한다'는 거였다. 주인은 내가 준 돈을 그 때까지 쥐고 있었고 이걸 획 집어 던지며 주더라는 시늉으로 아랍어로 떠들었다. 나는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이집션은 3파운드를 내고 외국인은 10파운드를 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했더니 경찰의 궁색한 답변은 '원래가 그렇다'는 거였다. '이해 못한다. 이해 가도록 설명을 해달라'고 했더니 경찰이 먼저 포기하는 눈치다. 나는 일부러 '돈받기 싫으면 그 돈 도로 내 놓으라'며 짖궂게 식당주인이 쥐고 있던 음식값을 빼앗으려 하자 황급히 쥐고 있던 돈을 더욱 세게 움켜쥐며 자신의 몸 뒤로 손을 두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설득력 없기는 이리 말해도 저리 말해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경찰은 싸워봐야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주인을 다독이며 데리고 가 버렸다. 나한테서 돈을 더 받아 나눠 먹자는 속셈이었을 테지만 내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도 아니고 번지수 잘못 잡았다. 나중에 사막투어때 만난 사람들 중 이 곳 이집트 지사에 일하는 한인 여성으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사기는 외국인들한테만 치는게 아니라 저희들끼리도 사기를 치고 속고 하는 것이 아주 심하다고 한다. 그러니 당하는 사람만 바보라나. 지나고 나면 이 것도 추억이 된다.

 

음식에 대한 비위를 단련시켜 보자

1998년 여름 마다가스카르에 방문했을 때 안타나나리보에서 타마타부아로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지인의 차량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점심시간이 되어 휴게소를 들렀던 일이 있다. 휴게소라고 해야 우리네가 생각하는 깔끔한 시설이 아니고 흙벽에 바나나잎으로 지붕을 덮은 원주민들의 주거형태를 조금 크게 지은 것으로 안에는 주방과 몇 개의 테이블 그리고 카운터가 전부였다. 안에는 두 팀의 가족단위 손님들이 식사를 하며 보기 드문 동양인들이 들어와 앉아 있는 것이 신기한지 쉬지 않고 곁눈질로 우리를 쳐다보며 신기함을 감추는 듯했다. 마침 우리네는 여름이었지만 이들에게는 명색이 겨울이라 파리는 그다지 많이 들끓는 수준은 아니었다. 흙바닥에는 실수로 쏟은 듯한 물이 한 두 군데 고여 있었고 떨어진 음식들이 썪었는지 바닥은 새카맣고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울퉁불퉁했다. 화장실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니 곧바로 돼지우리였다. 나무로 둘러친 우리 안에는 너댓 마리의 돼지가 스스로 배설한 오물들을 짓밟고 있었고 오물은 한 쪽으로 골을 판 도랑을 통해 곤죽이 되어 흘렀다. 왼쪽으로 돌아 발견한 화장실은 나무 네개를 기둥으로 박아 바나나 잎으로 둘러 놓은 것이 고작이었다. 드럼통을 땅에 박고 그 위에 널판지 두 개를 발판으로 놓은 바닥에는 신문지가 아무렇게나 구겨진채 나뒹군는 것이 70년대 한국의 시골 화장실과 똑같았다. 거의 가득찬 오물에는 당연히 귀엽지 않은 작은 생물들이 바글거렸다. 손을 씻고 다시 식당 안으로 돌아온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식사를 했다. 어려서는 집을 떠나면 밥도 먹지 못하던 나로선 군생활과 타지생활로 비위도 엄청 강해진 뒤였다. 대충 기억에 1인당 한화 230원 정도의 식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1인당 밥 1접시에 닭날개 2개와 돼지고기 2 쪽을 적은 양의 물과 약간의 향신료를 넣고 찐 반찬이 나왔다. 한국에서 비육식으로 단기간에 고지방 사료를 먹여 비정상적으로 비만화시킨 돼지와 닭이 아닌, 항생제를 쓰지 않고 풀어놓고 기른 짐승들의 고기여서 맛의 담백함은 비길바가 없었다. 다만 반찬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어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있던  김치를 꺼내 먹었다. 주변 사람들이 저게 뭔가싶어 눈이 휘둥그래져 쳐다봤다. 재미있는 것은 물자가 부족한 나라이고 보니 나오는 그릇이 제각각이었다. 같은 밥도 어떤 사람은 접시에 어떤 사람은 대접에 어떤 사람은 공기에 밥이 나오고 어떤 사람은 사기그릇, 어떤 사람은 플라스틱 그릇, 어떤 사람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음식이 담겨 나와 그릇전시장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최고급 식당과 최하급 식당을 고루 다녀보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체험도 무척 즐겁다. 권해 보고 싶기도 하다.

 

낯 선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자면 우리 나라에서 써먹는 방법을 외국서도 써먹어 볼 만 하다. 여행 가이드에 나오는 추천 식당들을 찾아 다니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먹자골목을 누비다 보면 유난히 사람이 붐비는 식당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곳이라면 현지인들의 음식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를 직접적으로 알 수도 있고 나의 입맛이 얼마나 글로벌 한지를 테스트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지에서 정보력을 동원해 어디에서도 소개되지 않는 숨은 맛집을 찾아내는 것도 상당히 재미가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비치되어 있는 게스트 북에서도 가꿈 정보를 볼 수 있고 일면식이 생긴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나는 대표적인 곳으로 포카라에서 발견한 티벳식당을 예로 들 수 있다. 하꼬방같은 분위기의 이 집은 네팔의 대표음식인 뚝바(칼국수), 뗀뚝(수제비), 모모(만두)를 맛볼 수 있는 집이었는데 맛은 최고였지만 값은 무척 저렴해 머무르는 동안 즐겨 찾았던 곳이다. 이 곳의 음식들이 지금도 생각이 많이 나지만 구수하고 편안했던 그들의 손님 응대도 그립다.

 

(일가족이 운영하는 포카라의 티벳식당) 

 

방문중인 나라에서 가급적 그 나라의 음식만을 먹는 것은 나의 철칙 중 하나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캄보디아 전통음식인 줄 알고 시킨 요리가 프랑스의 요리였다는 이야기에 어이가 없었던 적이 있다. 물론 방문중인 나라에서는 그나라 음식만을 고집하는 외곬수의 방법도 꼭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문화체험이 최우선인 나의 개인적 취향이며 음식이란 그나라의 재료로 그 나라의 요리사가 직접 만들어야만 제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도 내겐 철칙처럼 여겨지는 때문이기도 하다. 캄보디아의 한 고급 식당에서 캄보디아 전통요리인 줄 알고 시켰던 프랑스 요리는 내 갠적으론 실패작의 하나로 보고 있다. 맛이 그런대로 좋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것으로 족할 수도 있었지만 적지 않은 돈을 들이고 즐기는 문화체험에서 캄보디아와는 상관도 없었다는 사실과 프랑스 음식을 제대로 즐긴 것도 아니라는데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중국요리를 즐길 때도 일반적인 중국요리집 보다는 중국 서민들이 가정식으로 즐기는 양꼬치집의 요리들을 선호한다. 2호선 신대방역 주변이나 1호선 동대문 주변 등에 그러한 양꼬치 전문점이 밀집되어 있고 홍대 근방에는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 전문점도 있다. 여기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음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 외에도 국내 중국요리집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샹차이같은 각종 향신료를 실컷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렴하고도 더욱 현지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지에서의 길거리 음식도 즐겨보자. 길거리 음식은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하지만 출출할 때 요기하기에도 좋고 값도  저렴하다. 먹는 즐거움은 물론 호기심까지도 채워지고 배낭여행 중 이러한 경험을 해 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남아있는 추억의 가짓수와 정도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리아의 길거리에서 파는 빵을 사서 장거리 버스 안에서 먹어 본 기억도 즐겁다.

 

(레바논 시내 길거리에서 즐겨본 풋나빗[콩]과 숨풀[콩물]) 

 

내게 있어 외국에서 가장 행복하게 즐기는 음식 중 하나는 맥주다. 먹어본 맛 하나하나를 일일이 기억할 수 는 없지만 맥주 전문점에서 국내에 수입되는 맥주들은 빠짐 없이 모두 맛을 보았다. 배낭여행을 나가면 그 나라의 맥주는 반드시 마셔보고 돌아오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야말로 맛과 향이 환상적인 맥주가 있는가 하면 웃음이 나오는 어이없는 맛의 맥주도 있어 다양성을 즐기는 재미도 역시 크다. 마셔본 중 독일의 맥주 대부분은 맛이 좋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맥주는 독일의 맥주도, 여타의 유럽 맥주도, 북미의 맥주도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터키의 "E맥주"다. 마치 내가 무슨 광고라도 하는 것 같아 소개하기 뭐하지만 이보다 더 맛있는 맥주는 아직까지 마셔보지 못했다. 쓴 맛은 그리 강하지 않고 양고기 구이가 연상되는 독특한 향이 있지만 강하지 않고 그 안에는 초컬릿 향까지도 녹아 있다. 맥주를 고급 위스키나 와인을 마시듯 입안에 조금 부어 넣고 혀와 입 안 전체로 맛과 향을 느끼며 눈을 감고 마신다면 나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 맥주를 그렇게 즐길 정도로 좋아한다. 회교국가인 터키에서 음주인구도 많지 않을 터인데 맥주를 만들면 얼마나 만들고 얼마나 경험이 있다고 이 곳의 맥주가 그렇게 맛이 있겠느냐며 웃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맥주를 처음 만들어 마시기 시작한 사람들이 고대 중동인들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결코 설득력이 없다고만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터키의 맥주)

 

나는 일부러 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 한남동 터키음식 전문식당까지 찾아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맥주가 터키인들이 많이 먹는 양고기같은 음식과는 의외로 어울리지 않으니 희안하다. 양고기의 강한 향이 맥주의 향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뒤로 종로의 한 맥주전문점에서 친구들과 함께 무슨 맥주를 마실까 고민하던 중 "터키의 'E 맥주'는 없을테니 독일의 'K 맥주' 나 먹지 뭐." 했더니 주문을 받던 직원이 놀라운 말을 했다. "'E 맥주'  있습니다." 전문점에 들렀던 세 사람중 나를 제외한 또 한 사람은 나와 함께 터키에서 함께 'E 맥주'의 맛에 들려 그 맛을 그리워하던 사람이기도 했다. 우리는 두 말 없이 'E 맥주'를 주문했다. 오랫동안 그리워 하던 맛이었으니 그 행복감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나가면서 계산할 때 전문점 주인이 놀라며 이 맥주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사연을 이야기 했더니 자신이 이 맥주를 들여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손님 중 하나가 이 맥주를 간절하게 찾더란다. 수소문 끝에 해당 맥주의 수입원을 찾아내 문제의 맥주를 들여 왔더니 정작 찾던 사람은 나타나지 않아 반품을 고려중이었는데 오늘 찾는 손님이 있어 놀랍고 반가웠단다. 나는 그 뒤 직장동료들에게 맛있는 맥주를 선보이겠다면서 이들을 데리고 다시 들렀다. 문제의 맥주를 주문하면서 종업원에게 이 맥주가 잘 나가는지를 지나가는 말로 물어 보았다. 이 맥주를 들여 놓고 찾는 손님이 없어 반품을 고려하던 차에 의외의 한 손님이 이 맥주를 찾았고 그 손님과 일행의 반응이 좋아 확신을 갖고 다른 손님들에게도 적극 추천했는데 반응들이 좋다란다. 결국 내 얘기였다. 그 뒤로는 벽과 유리면에 로고와 네온사인 광고판까지 달고 적극 홍보중이라고 했다. 계산하면서 나갈 때는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 반가와 하며 자신도 이젠 'E 맥주'의 매니아가 되었다고 한다. 내가 이 맥주를 엄청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마다의 취향이 다르니 모두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외에도 중국의 "Q"맥주와 태국의 "S" 맥주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필리핀의 "S"맥주도 좋다.

 

음식이란 그 나라 고유의 재료 특성에 맞추어 최선의 맛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생겨난 산물인만큼 가장 깊숙한 내면의 문화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체험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만큼 즐겨도 제대로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며 그 나라에까지 가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음식이나 제 3국의 음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흥분되는 경험을 놓지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나. 적극적으로 즐기고 볼 일이다.

출처 : 코렐리 일기장
글쓴이 : 코렐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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