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Slovenia(2017 Jul)

디어 슬로베니아

봉들레르 2017. 4. 10. 12:05

 

 

슬로베니아(Slovenia)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나라 이름에 ‘love’가 들어간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알프스 산지 동쪽 산록에 자리 잡은 슬로베니아는 서쪽으로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와 닿아 있고 남쪽으로는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다.

헷갈리기 쉽지만 내륙 깊숙이 자리 잡은 슬로바키아와는 전혀 다른 나라다.

여행 좀 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꼽는 세계 최고의 여행지가 바로 ‘슬로베니아’라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거짓도 과장도 아니다. 슬로베니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가진 나라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들이 슬로베니아를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슬로베니아는 여행지라기보다는 눌러 앉고 싶은 나라라고 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화사한 미소의 완벽한 미인보다는 우수 어린 눈빛의 수수한 미인에게 더 정이 가는 것처럼.

슬로베니아의 매력을 그늘이라고 불러도 좋고, 허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슬로베니아는 부정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러나 나 하나쯤 스며 들어도 어쩐지 폐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7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본다. 한국 버스의 두 배 정도 긴 버스 뒷자리 창가에 앉아 무심히 창밖을 보면

목적지도 목표도 없이 흘러가는 바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심연에 존재하는 대책 없는 낙천성과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가볍고 허무한 감정이 어우러져 아득한 생을 관조하게 된다고 할까?”

- 김이듬 저 ‘디어 슬로베니아’(2016, 로고폴리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