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Slovenia(2017 Jul)

에메랄드 빛 투명한 아름다움 보힌 호수(Lake Bohinj)

봉들레르 2017. 3. 15. 12:37



아름다움에 물들다

보힌은 슬로베니아 서북쪽으로 뻗쳐 있는 줄리안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작은 도시다.
보겔산을 비롯한 높은 산맥 사이로 길이가 17㎞에 달하는 보힌계곡이 흐르고 계곡 곳곳에 마을이 위치한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호수, 보힌 호수(Lake Bohinj)를 처음 본 순간, 정말이지 ‘아름답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색깔을 가질 수 있을까, 에메랄드 빛깔의 호숫물은 마셔도 될 정도로 투명하고 맑았다.

크기는 또 어찌나 광활한지 한눈에 담기조차 어려웠다.

호수의 둘레가 약 12km라고 하는데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아 걸으면 11km 정도라고 하니, 보힌 호수는 여의도만 한 거다.

호수 초입에 위치한 보트 선착장에서 친환경 보트를 타고 약 30분간 호수를 가로질렀다.

영국의 여류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도 보힌 호수에 매료당했다.
그녀는 1967년 남편과 함께 보힌에서 3주 동안 머물렀는데, 그때 한 기자가 “보힌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이 아름다운 마을에 살인자가 있을 리 없다”고 거절했단다.

호수를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율리안 알프스 산맥Julijske Alpe이 호수의 한적함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꼭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 같았다.

보트 위에서 맞는 바람이 좋아 급기야 보트 난간으로 향했다.

고개를 쏙 빼고 호수 아래를 내려다보니 1등급 수질에서만 살 것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저 멀리 호수 너머로 무릎 정도 오는 호수에 발을 담근 채 낚싯대를 던지는 소년, 수영을 하는 아이들,

산 중턱에 날아오른 노란색 패러글라이드도 보였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이곳에 있는 동안은 나를 감싸고 있던 아름다운 보힌 호수가,

각자의 방식으로 호수를 즐기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방식이 조용히 아름답게 나에게도 스며들었다.






‘보힌’에 얽힌 이야기

옛날 옛적 신이 땅을 나눠 주기 위해 세상 사람들을 불렀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땅을 신에게 말했고 신은 그들에게 땅을 분배해 주었다.

땅을 다 나눠 주고 난 후 신이 세상을 둘러보는데, 땅을 받지 못한 사람들 한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자신들에게는 땅을 주지 않았냐며 불평도 없이 하던 일만 묵묵히 할 뿐이었다.

그들의 겸손함과 인내심에 감동한 신은 그들에게 땅을 주고 싶었으나 더 이상 줄 땅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신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남겨 둔 가장 아름다운 땅을 그들에게 주었는데, 그 땅이 바로 ‘보힌(Bohinj)’이다.

보힌은 ‘신이 숨겨놓은 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보힌 호수를 한 컷에 보겔 스키 센터(Vogel Ski Center)

호수에는 물안개가 자주 피어난다. 특히 겨울 풍경이 환상적이다.
나무며 바위며 전봇대며 서리가 달라붙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어여쁜 상고대가 피어나고
가시거리가 30m가 채 안될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다.
많은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이 겨울 풍경 때문에 블레드보다 보힌을 더 아름답다 말하기도 한다.

스키는 슬로베니아의 국민 스포츠다. 겨울엔 오전 4시간만 일하고 스키를 타기 위해 오후 휴가를 갖는 직장인들이 많을 정도다.

여름엔 마운트 하이킹, 겨울엔 스키, 그래서 슬로베니아 사람들에게 스키장은 없어서는 안 될 놀이터이자 운동장이다. 

보힌 호수를 가로지르는 보트를 타고 반대편 선착장에서 내리면, 보겔 스키 센터(Vogel Ski Center)로 올라가는 매표소가 보인다.

보겔 스키 센터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긴 스키로(Ski Run)가 있는 곳이다. 보겔 정상은 해발 1,535m로,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높은 알프스, 해발 2,864m의 트리글라브산(Triglav Mountain)도 볼 수 있다.

꼭 스키가 아니라도 보겔 스키센터에 올라야 할 이유가 있다. 산 높은 곳에서 보는 보힌 호수의 전경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이게 진짜인가 믿기지 않는 광경.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 주는 호수의 전경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위험천만하게 난간에 올라 사진을 찍어 주던 보힌 호수 찍기의 달인 아저씨의 도움으로 마침내 호수 전체가 들어간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주소: Ukanc, 4265 Bohinjsko Jezero, Slovenia
전화: +386 4 572 97 12 (21)
홈페이지: www.vogel.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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