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Mexjco(2015 Jan)

멕시칸의 조금 특별한 점심

봉들레르 2014. 10. 21. 08:12

 

옥수수로 시작해 고추로 끝나는 멕시코 음식들.

하시엔다의 주요 메뉴인 과카몰레, 타코, 케사디야, 치포틀레 고추가루를 뿌린 옥수수, 마가리타

 

멕시코는 흥겹다. 길거리 곳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악사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레스토랑에서도 누구나 흥겨운 라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일상이 축제요, 잔치인 멕시코는 프랑스 작가 자크 페레의 말마따나 “세계에서 가장 따분하지 않은 나라”다.

흥겨운 자리에는 늘 음식이 함께한다. 타코와 데킬라를 곁들인 식사를 조금씩 하루 다섯 번 하고, 점심 후엔 낮잠을 자는 풍습 또한 재미있다. 

건강을 위해 1일 1식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 사람들에게 멕시코의 1일 5식 문화는 낯설다 못해 충격에 가깝다.

과거 멕시코 원주민들은 하루에 두 끼를 먹었으나, 16세기 스페인에 정복당한 이후 스페인의 문화가 흘러들어와

성당의 종소리에 맞춰 하루 다섯 번 식사를 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이른 아침식사는 가볍게, 두 번의 점심은 든든하게,

그리고 저녁은 오후 8~9시경 다시 가볍게 먹은 뒤 때로 자기 전에 간식을 들기도 한다. 


아침과 점심 사이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 즈음 즐기는 첫 번째 점심시간은

알무에르소(Almuerzo)’라고 해 샌드위치, 타코, 케사디야 등을 간단하게 먹는다.

 

 

오후 3시가 되면 ‘코미다(Comida)'’라고 불리는 또 한 번의 점심식사가 이어진다.

이때 국물이 있는 요리, 국물이 없는 요리를 한 가지씩 정찬으로 먹는다.

멕시코 사람들은 ‘코미다’를 보통 집에서 먹는데, 직장인의 경우 2차 점심인 코미다를 먹고 낮잠을 한숨 잔 다음

오후 5시쯤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을 한다고 한다. 점심을 간단히 때우는 우리나라 직장인들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멕시칸들에게 점심시간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1일 5식, 옥수수와 고추는 멕시코 음식의 토대 
13세기 아즈텍 문명 위에 뿌리를 내린 멕시코는 원주민인 인디오와 스페인, 프랑스 등 식민지배국의 정복자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의 문화가 한데 뒤섞여 있다.

음식 문화 또한 다채로워서 31개 주(州)에는 수백 개의 정통 요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모든 밥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가 옥수수와 고추(칠리)다.

기원전 7000년경부터 재배하기 시작한 옥수수는 멕시코 국민들의 주식이다.

고추는 고추가루와 소스를 요리뿐 아니라 과일, 채소, 스낵, 아이스크림 등에 뿌려 먹을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다.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토르티야는 이 두 가지 재료의 궁합이 가장 돋보이는 멕시칸 정통 음식이다.

과거 옥수수신을 믿었던 멕시코인은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를 절대 버리지 않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먹고 남은 토르티야를 이용해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탄생한 것이 타코와 브리토, 케사디야, 치미창가 등의 ‘파생 요리’다.

 

1 하시엔다의 한쪽 벽면에는 멕시코 술 코로나 맥주와 데킬라가 장식돼있다.

 2 으깬 아보카도와 토마토, 양파, 고수 등을 넣어 만든 과카몰레.

토르티야로 만든 멕시칸 음식들과 잘 어우러진다.

나초 칩에 과카몰레와 칠리소스를 함께 얹어 먹으면 맛이 좋다

1 케사디아 2 부리토 3 타코. 화히타와 겉모습은 비슷하다.

속에 들어가는 채소를 날 것 그대로 쓰면 ‘타코’, 볶아서 쓰면 ‘화히타’다.

 

그러니 토르티야를 유(U)자 모양으로 만든 후 속에 고기, 콩, 양상추, 토마토, 올리브 등 재료를 넣어 먹는 타코나

 커다란 토르티야에 각종 재료를 넣고 네모나게 싸서 먹는 ‘부리토’,

토르티야에 소를 넣고 둘둘 말아 바삭하게 튀겨 먹는 ‘엔칠라다’,

넓은 토르티야를 반으로 접어 재료를 넣고 구워낸 후 부채꼴 모양으로 3~4등분해 나눠 먹는

‘케사디야’ 등은 조리법만 달리했을 뿐 그 뿌리는 하나인 셈이다.

멕시코에서는 타코나 엔칠라다를 가장 많이 먹는다

비슷비슷한 이 멕시칸 요리들을 여러 가지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건 수천 종에 달하는 소스 덕분이다.

우리나라 된장이나 고추장에 비견되는 멕시코 소스인 ‘몰레’는 고추를 기본으로 초콜릿, 참깨, 마늘, 토마토 등을 갈아 만든다.

지방마다 만드는 방법과 재료가 약간씩 차이가 있으며, 멕시코의 할머니들은 각각의 레시피를 한두 개씩 가지고 있다

 생 아보카도로 만든 신선한 ‘과카몰레(Guacamole)’는 미니 절구에 소복하게 담긴 아보카도와 토마토, 양파, 고수 등을 잘 비벼 완성된

과카몰레와 칠리소스를 나초에 듬뿍 얹어서 한 입 베어 먹으면 맛있다

나초 특유의 고소한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담백한 맛이 입 안에 감돈다.

아보카도 특유의 느끼함은 알싸한 칠리 소스가 잡아줘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다.


데킬라에 ‘라임+소금’ 넣어 청량하게 즐겨  
타코나 부리토 등 멕시코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술은 데킬라다.

우리나라에서 마가리타 등의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데킬라 용설란(아가베)의 일종인

마게이라는 식물을 잎은 모두 잘라내고 구형의 포기만을 찐 다음 발효시켜 증류해 만든다.

알코올 함유량이 40~60도 정도 되는 독한 술이지만 냄새가 없고 산뜻한 것이 특징.

그들은 데킬라에 소금과 라임 조각을 곁들여 먹는데, 레몬즙을 손등에 바르고 소금을 뿌린 뒤

이것을 혀로 핥은 다음 술을 마시는 방법인 ‘슈터’가 우리나라 ‘소맥’처럼 주당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어느 나라 건 먹을 때 즐겁지 않겠는가만은 흥이 넘치는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식사 시간이 더욱 각별한 듯하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음식점의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는 악사 마리아치 또한 입맛을 돋우는 데 한 몫 한다.

‘먹을 땐 짐승도 안 건드린다’는 한국 정서에 다소 맞지 않을 수 있겠지만,

여유롭고 활기차게 식사 시간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때로 의무처럼 밥알을 삼키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