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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진 번뇌를 쉬어 가는 곳-휴휴암(休休庵), 감추사(甘湫寺)

봉들레르 2014. 1. 31. 00:27

동해의 쪽빛 바다는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낭만과 운치가 있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겨울바다가 무척 그리울 때가 있다.

언제나 흰 포말을 토해내는 파도와 한적한 포구마다 오징어 말리기가 한창이고

해변에서 갈매기떼들이 노니는 풍경은 겨울바다만의 멋스러움이다.

그중에서도 겨울 낭만 가득한 바닷가 절집은 각별한 감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파도소리뿐인 한적한 바다와 고즈넉한 절집이 어우러진 정취는 겨울바다의 쓸쓸함을 한 순간에 잊게 만든다.

가장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자랑하는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겨울 낭만이 가득한 절집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쉬고 쉬고 또 쉬어가는 절집, 휴휴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강릉 입구에서 속초방향으로 7번 국도를 따라 약 20여분 달리면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 바닷가 절집을 만난다.쉬고 또 쉰다는 뜻을 가진 휴휴암(休休庵)이다.

미워하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 시기와 질투, 증오와 갈등까지 삼라만상의 번뇌를 쉬는 곳이란다.

 

죽도암 주변 갯바위에 올라 남쪽을 향해 서면 거대한 불입상이 눈에 띈다.

휴휴암(休休庵)에서 조성 중인 관음보살상으로, 낙산사 해수관음상에 견줄 만한 크기다.


휴휴암에 들어섰다. 바닷가 절벽에 높은 단을 쌓고 세워진 절집은 조용함과 동해의 절경이 어우러진 경관이 그만이다.

1997년 묘적전이라는 법당 하나로 창건된 암자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다.

99년 바닷가에서 누운 부처 형상의 바위가 발견 되면서 유명해져 불자들의 발길이 늘었다.

그래서 당초 묘적전 한 채이던 것이 비룡관음전, 요사채, 종무소, 종루 등이 들어섰다.

묘적전에서 바닷가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서면 절집에서 가장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철책문을 열고 나서면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100평 남짓한 너럭바위인 '연화대'가 나온다.

연화대로 내려서자 절집을 명소로 만든 해수관음 와불상이 절벽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다.

더불어 고즈넉했던 풍경도 요족하고 번다한 풍경으로 바뀌었으니,

여행자들이 예전처럼 편히 숨 한자락 내려놓고 쉬어 가기란 쉽지 않게 됐다.

해수관음상이 감로수병을 들고 연꽃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이라는 게 절집 사람들의 설명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관음보살이 편히 누워 쉬고 있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연화대 곳곳에는 기어가는 모습을 한 거북바위를 비롯해 발가락이 선명한 발 모양 바위,

여의주바위, 얼굴바위, 물고기바위 등이 흩어져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이곳에 서 있노라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연화대 앞 바닷물은 바다 속까지 훤히 드려다 보일 만큼 맑고 깨끗하다.

그렇게 맑은 물에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이 지난 3월부터 8개월째 떼를 지어 노닐고 있는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맛집 : 양양군 손양면 수산리 수산항 수산횟집(671-1580)은 사골국물로 육수를 낸 물회(1만원)가 일품이다.

           휴휴암 인근 갑산메밀국수(671-1833)는 쫄깃한 막국수가 별미. 6000원.

           서면 송천리 떡마을(673-7020)에선 장작불로 떡쌀을 삶고 떡메로 쳐 만드는 전통 떡을 맛볼 수 있다.

▲잘 곳 : 쏠비치 호텔&리조트(1588-4888)는 비수기에도 투숙객들이 몰리는 곳.

              오산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아쿠아월드’에서 동해의 만경창파를 바라보며 노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http://www.huhuam.org/default/

 

 

# 작지만 안온한 기도처, 동해 감추사


 

 


강원 동해시 송정동의 이름 없는 해변에 자리한 감추사는 궁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은 절집.

찾아가는 길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이정표를 찾은 후에도 다시 기찻길을 건너 군부대 철조망을 지나야 한다.

감추사에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인 선화공주의 창건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백제 무왕과 결혼한 후 몹쓸 병에 걸린 선화공주는 동해안 자연동굴에 불상을 모시고 3년 동안 기도했다.

병을 고친 선화공주가 부처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이 감추사라고 한다.

오랫동안 폐사로 방치되다가 1902년 다시 절집이 세워졌다.

약 100m 앞이 바다인 이 암자는 1959년 거대한 해일로 유실됐다가 1965년에 중건됐다.

감추사에서 바다가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기도처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 서면 장엄한 바다가 펼쳐진다.

오른쪽 절벽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바다 쪽으로 휘어져 있는 모습도 일품이다.

 

 

*감추사/이애리

고, 잘생기고 짱짱한 해송을 역부러 밀쳐내고
해안도로가 해당화의 붉은 상처를, 얼마나 더 들추어야
해연풍처럼 온전히 귀의할 수 있을까

갯내음이 씻기지 않은 석실암 샘물, 아직은 차다
추암촛대바위같은 단애(斷崖)에 서 있을지라도
감추사 한섬바닷가를 그려보면
해당화못털진딧물이 꽃 잎맥 따라 절정이다

소갈머리없이 기차는 동해역을 지나친다
어인 일인지 내 속은 시름시름 밥 한술 뜨지 못하고
가장 바다 가까이 있는 감추사 해우소
그 파도 소릴 원망한다
해당화못털진딧물 뒤가 자꾸 켕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