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는 전국에서도 소문난 호반의 도시.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강을 낀 고을이 평양 다음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 만큼 춘천에는 호수와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 많다.
이 가운데 봄내길 제4코스로 이름 붙여진 ‘의암호 나들길’이 특히 인기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코스를 정비 중이어서 이정표 등도 없지만 오히려 덜 다듬어진 투박한 멋이 매력으로 꼽힌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의암호 나들길은 서면 금산리 박사마을 선양탑에서 출발해 눈늪나루∼성재봉∼오미나루∼신매대교∼오미들길∼소양2교∼소양강처녀상∼의암호산책로∼공지천∼어린이회관∼송암리로 이어지는 15km다. 총 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 그러나 구간의 절반가량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시내 구간이어서 개인에 따라 코스 길이를 조정할 수 있다.
의암호 나들길의 가장 큰 매력은 전 코스가 풍광이 뛰어난 호수변에 있다는 것.
시원한 강바람을 맞고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또 구간마다 얽힌 이야깃거리를 음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의암호 나들길의 출발점인 박사마을 선양탑에는 서면 출신 박사들의 이름과 학교, 학위 전공 등이 취득 연도순으로 기록돼 있다.
작은 마을 규모에 비해 많은 박사를 배출한 사실을 드높이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1999년 만들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 이름이 세 번째에 기록돼 있는 등 2일 현재 123명의 이름이 올라있다.
서면이 박사마을로 소문난 덕에 신혼부부들이 마을 정기를 받아 똑똑한 아이를 낳으려 하룻밤을 지내러 오기도 한다.
서면 일대는 영화로도 제작됐던 안정효 씨의 소설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안 씨는 1963년 글을 쓰기 위해 이곳에 내려왔다가 이 지역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
6·25전쟁 중 미군 문화의 유입으로 붕괴돼 가는 한 시골 마을의 모습을 그렸다.
소설에는 장군봉 감와리 중도 등 실제 지명이 그대로 사용됐다.
소양2교 옆에는 ‘소양강처녀’ 노래비(碑)와 소양강처녀상이 있다.
해가 저물 무렵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서 있는 소양강처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애용되고 있다.
의암호 나들길 곳곳에는 춘천의 대표 먹을거리인 막국수 업소와 운치 있는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다.
걷다가 지치면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는 재미를 느껴볼 만하다.
걷는 코스만으로는 심심하다면 배를 타고 중도유원지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넓은 잔디밭에서 공놀이도 하고 전동자전거를 빌려 즐길 수 있다.
취사도 가능해 주말과 휴일이면 지역 주민과 외지인들로 북적인다.
의암호 나들길은 대중교통편도 비교적 편리하다. 경춘선복선전철 종착역인 춘천역에서 서면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다.
봄내길 개발과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문화커뮤니티 금토 관계자는
“의암호 나들길은 눈늪나루 오미나루 등이 있던 강변과 성재봉, 고산 봉황대 등의 볼거리가 있는 환상적인 호반길”이라며
“시골 정취와 도시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암호 나들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봄내길 걷기여행 홈페이지(www.bomne.co.kr)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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