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6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한 또 하나의 여행지, 치악산이 있는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부곡리는 안타까운 설화와 하루를 모두 쓰고도 다 하지 못한 많은 체험거리들이 방문객의 가슴에 오랜 여운을 남긴다. 예로부터 유독 부끄럼을 많이 타 사람의 손때를 묻히지 않은 치악산의 경관은 순박하지만 신비하고 애뜻한 맛이 일품이다.
원주시 치악산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인기 지역이지만
횡성군 관할인 동치악산 부곡지구는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치악산 여느 코스보다 경사도가 낮아 산책하기에 최상인 이 곳은
찾는 이가 많지 않은 덕분에 하얀 속살을 드러내놓지 않은 새색시처럼 수줍은 자태로 서 있다.
여행은 안흥 찜빵촌을 지나 강림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지역에 들어서면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이 달라진다.
시원한 주천강 물줄기와 숲에서 내뿜은 산소 덕분이다.
바람결에 향긋한 숲 내음이 묻어난다.
땡볕도 눈부시게 푸르른 신록은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이내 강림면을 지나 부곡지구 마을로 가는 초입 도로변 옆으로 노고소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이 노고소는 태종 이방원과 그의 스승이었던 운곡 원천석 사이에 얽힌 일화로 유명하다.
조선 개국에 반대했던 원천석은 태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경기도 가평군 화야산의 은곡암으로 낙향했다.
이른바 '왕자의 난'에 실망한 운곡은 태종을 피해 떠났던 것이다.
스승은 태종이 찾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깊은 골짜기인 부곡리로 숨어들었다.
태종은 빨래를 하던 할머니에게 스승의 거처를 물었으나 할머니는 거짓말로 정반대쪽을 가르쳐줬다.
이후 왕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그 할머니는 물에 몸을 던졌다고 전해온다.
이 때부터 그 할머니가 빠져 죽은 못은 노고소(노구소)라 불리웠고 그 명칭이 오늘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결국 태종이 스승을 찾지 못하고 한탄만 하다 떠난 절벽을 태종대라 하고 그 자리에 비를 세웠다.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지만 옛 이야기가 전해오는 덕분에 한 번쯤 눈길이 가는 곳이다.
물줄기의 수달래를 보면서 조금만 더 오르면 부곡마을을 만날 수 있다.
이 길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포장도 되지 않은, 횡성군에서도 첩첩 오지 마을 중 하나였다.
오지 생활이 힘겨워 떠난 듯 빈집이 곳곳에 눈에 띄고 청정마을에나 볼 수 있는 더덕 밭이 종종 눈에 띈다.
좁은 마을길을 비껴 오르면 매표소가 나온다.
차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산길을 맞닥뜨리지만 인적이 드문 탓인지 주차공간은 매우 미흡하다.
매표소부터는 등산채비를 해야 한다. 편한 산길이라고 해도 등산에 필요한 장비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산길은 곧은재까지 4.1km 구간이다. 등산 초입은 두어 사람이 어깨를 비비며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이다.
울창한 숲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가 6월 더위를 잊게 한다.
널따란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은 경사도가 없고 숲이 우거져 싱그러움이 온 몸을 감싼다.
골 넓고 기암이 펼쳐진 계곡엔 우렁차게 물이 흘러내린다. 새소리가 물소리에 묻혀질 정도이다.
매표소에서 곧은재까지 4.1Km구간은 환상의 트래킹코스로 꼽힌다.
10여 분도 채 걷지 않아 왼쪽 편으로 따라 붙던 계곡 속에 멋진 부곡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느 곳과 달리 등산초입이고 숲이 가리고 있어 걷는 데만 집중하다보면
무신경하게 놓칠 수도 있는 장소이다.
부곡폭포는 낙폭이 큰 폭포가 아니라 기암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다.
자그마한 소를 만들었고 넓은 바위도 있다. 사람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서일까?
특히 지는 햇살이 폭포 위로 부서져 내릴 때면 숲 사이로 안개가 걸린 듯 신령스러운 인상을 자아낸다.
폭포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한반도 모양을 닮은 기암이 있다.
미리 정보를 듣지 않은 사람은 눈앞에 두고도 그저 계곡 속에 있는 바위 중 하나라 생각할 정도이다.
아이들과 함께 숨은 그림 찾는 재미로 찾아보면 좋을 일이다.
한참을 올라도 경사도는 없다. 두어 개의 다리를 건너면 곧은재까지 절반정도 걷게 되는 것이다.
곧은재를 앞두고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나서면서 약간의 경사도가 생긴다.
걷기 편하도록 나무로 버팀목을 만들어 두었고,
숲이 우거져 한낮에도 어두침침할 정도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곧은재에 서면 길은 치악산 비로봉(1,288m)과 향로봉(1,043m) 방향으로 나뉘게 된다.
하지만 산행에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다.
무리가 따른다면 곧은재 정상까지도 굳이 오를 필요는 없는 것이,
산이란 정복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느끼고 보기만 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계곡에 자리를 틀고 앉아 물장구를 치고,
발을 담근 채 도시락이나 과일을 먹으며 신선이 되어보면 그만이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넓은 바위에서 낮잠을 즐기거나 책을 실컷 읽어도 좋다.
자연에서 품어내는 신선한 공기는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상쾌함을 던져준다.
이 계곡의 물줄기는 아래로 흘러 주천강으로 합류한다.
좀더 동적인 활동을 원한다면 국립공원을 벗어나 주천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즐겨도 좋다.
그 외에도 횡성에는 가족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있다.
토기를 빗는 도예방,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천문대, 나비 등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생태학교,
허브 향에 젖어들 수 있는 허브 농원, 참살이 숲 체험이 가능한 휴양림, 온천, 숯가마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바쁜 체험거리가 하루해를 더욱 짧고 아쉽게 만든다.
천문인 마을
http://www.astrovil.co.kr/space/main.php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치악산 쪽으로 가다 보면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이 나온다.
날씨 좋은 주말 오후, 안흥 시내에서 외지인을 만난다면 십중팔구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
'별빛 바이러스 중독 환자'.
아마추어 천문인들의 성소 '천문인 마을'이 이곳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은하수가 보인다.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와 메텔의 목적지였던 안드로메다 은하도 볼 수 있다.
250만 광년을 달려온 그 희끄무레한 빛 무리는 탐욕과 이기에 찌든 망막을 단박에 씻어낸다.
별빛은 겸손을 가르친다.
무엇보다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여름 휴가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한 번 읽어봄이 어떨지.
천문대는 대부분 오지에 있어 호젓한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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