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트나 호라(Kutna Hora)는 프라하에서 남동쪽으로 70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인구라야 고작 2만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이 조그만 도시가 한 때는 프라하 다음으로 번성했다.
쿠트나 호라가 '체코왕국의 보물창고'로 많은 양의 은 매장량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
13세기에 대규모 은맥이 발견된 뒤 쿠트나 호라는 거의 200년동안 최고의 번영을 누려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그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쿠트나 호라는 해골로 만든 성당으로 유명하지만 성당이 아니라 올세인츠 공동묘지 교회(The Cemetery Church of All Saints)
지하에 위치한 납골당(Sedlec Ossuary)이다. 1278년 보헤미아 왕의 공식사절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시토 수도회 수도원장이 예루살렘 골고다 언덕에서 한 줌의 흙을 갖고 와 이 곳 공동묘지에 뿌렸다.
골고다 흙이 뿌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부 유럽의 부유한 사람들이 이 곳에 묻히기를 원했다.
14세기에 페스트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3만명이 이 공동묘지에 묻혔다.
15세기 초반 보헤미아의 후스파(派)가 종교상의 주장을 내걸고
독일황제 겸 보헤미아왕의 군대와 싸운 후스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도 이 곳에서 영면했다.
1400년경에 공동묘지 한 가운데에 고딕양식의 로마가톨릭교회 건립을 추진하면서
엄청난 양의 유골을 보관하기 위해 커다란 지하납골당을 마련하게 된다.
1511년에 시각장애인인 시토 수도회 소속 수도사가 무덤에서 나온 뼈들로 내벽을 장식했다.
1870년부터는 체코의 나무 조각가 프란티섹 린트(Frantisek RINT)가 화려하고 정교한 솜씨로 작품성이 높은 장식물을 만들었다.
장식에 쓰인 뼈들은 모두 소독처리를 한 뒤 회칠을 했다. 내벽을 장식하는 작품에 쓰인 뼈의 개수만 약 4만-7만명 분이나 된다.
성인1인당 입장료 60코루나(우리돈 3600원 정도)을 내고
계단을 내려가면 커다란 돔 모양의 넓은 납골당입구가 나온다.
사람의 뼈와 해골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다.
눈길을 끄는 첼로 모양처럼 생긴 커다란 장식물은 사람의 대퇴골,
정강뼈 등으로 만든 슈바르젠베르그(Schwarzenberg) 가문의 문장과 왕관이다.
최고의 장식품은 인체의 모든 뼈가 포함된 대형 샹들리에다.
가장 규모가 큰 장식품은 납골당 네 귀퉁이에 설치된 피라미드 모양이다.
이 장식물은 해골이 서로 묶이지 않고 쌓여있는데
이는 하나님 앞에서는 인간 누구나 공평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조그만 납골당의 한 해 방문객 수가 20만명이나 된단다.
골고다의 성토(聖土) 위에서 영원한 안식을 찾으려던 수 많은 죽은자들의 육신이 작품으로 승화됐다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성 바르보라 성당(Saint Barbara Cathedral)
광부의 수호성인인 성 바르보라를 기리기 위해 1388년 프라하의 성비투스 성당을 건설한
페테르 파를레르시가 짓기 시작했지만 은광이 고갈되면서
쿠트나 호라 도시 전체가 급속도로 쇠락해 한 때 건설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16세기에 완공된 성 바르보라 성당의 외관은 매우 독특하다.
후기 고딕양식의 이 성당은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쳐 오른 첨탑의 느낌보다는 옆으로 퍼진 느낌이다.
건물의 양 어깨를 구성하는 아치형 구조를 장식하는 작은 첨탑만이 후기 고딕양식 임을 말해주고 있다.
정면에서 바라본 성 바르보라 성당의 모습은 마치 새가 날기 위해서 날개를 펴는 동작을 연상케 한다.
독특한 외관의 성 바르보라 성당을 둘러본 뒤 성당 옆으로 난 길을 걸었다.
체코 성인들의 석상이 길게 늘어선 그 길은 프라하 카를교를 연상케 했다.
쿠트나 호라를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려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카페를 찾아
쿠트나 호라 시내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면 900년전 대박의 꿈을 꾸며
전국에서 쿠트나 호라 은광산으로 몰려든 보헤미안 광부들의 작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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