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Czech(2013.Aug)

물감으로 그린 도시-체스키 크롬루프(Český Krumlov)

봉들레르 2013. 3. 20. 16:38

블타바 강이 S자로 휘어 감고 있어 마치 동화 속 세계와도 같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스키 크롬로

유럽 중에서 중세 도시 중에 가장 보존이 잘 된 도시이다.

 체스키 크롬로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유적지를 찾아 다니는 것보다는

가볍게 산책한다는 생각으로 체스키 크롬로프 그대로의 모습과 분위기를 느끼며 작지만 훌륭한 볼거리들이

가득한 이 곳을 즐기는 것이 포인트이다.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져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체코에서 프라하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 관광지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체스키 크룸로프는 한 마디로 동화속의 나라에 온 듯 한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을이다. 블타바(Vltava)강이 말발굽 모양으로 휘돌아가는 곳에 위치한 체스키 크룸로프는

14세기부터 17세기에 건축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한 느낌이다.


체스키 크룸로프 여행의 백미라면 체스키 크룸로프성이다.

마을 중간에 산 처럼 우뚝 솟아있는 크룸로프성은 체코에서 프라하성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걸어서 1-2시간이면 둘러볼 정도로 작은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규모의 큰 성이다.

마을의 관문인 부데요비츠카 문(Budejovicka Brana)을 지나 하인들이 거주했던 라트란(Latran)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크룸로프성에 다다른다.

우리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다음에 뭐가 나타날까 잔뜩 기대하듯이

라트란 거리도 골목길을 돌 때마다 눈 앞에 오밀조밀한 작은 아름다움이 펼쳐졌다.

13세기 전반에 소박한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크룸로프성은 르네상스식으로 바뀌었다가

바로크 양식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게 됐다.

특히 제 2정원 모퉁이에 있는 원통형의 건물인 성의 탑은 16세기에 벽화장식으로 꾸며지면서 크롬로프성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

성의 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때로는 10분 이상 기다려야만 한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마을의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한 관광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성의 탑에서 내려다보는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은 화려함보다는 아기자기함, 포근함이 더 어울린다.

블타바강과 오렌지색 지붕의 집들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놓고 있다.

성 맨 안쪽에는 로코코 양식의 단정한 느낌의 넓은 정원이 자리잡고 있다.

보헤미아의 아름다움을 잔뜩 눈에 담아놓은 채 성을 내려오는 길에 독특한 모양의 빨간색 엄지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뭐지?"라는 묘한 호기심에 이끌려 가니 체스키 크룸로프 출신의 작가인 마로슬라브 파랄(Miroslav Paral)의 작품 전시회였다.

성 안의 어두컴컴한 공간에 마련된 전시회에는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이 많았다.

치아구조 모양의 의자와 변기, 사람인 지 동물인 지 분간이 되지 않는 외계인 형상의 인체 작품,

특히 손가락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은 인상적이었다.

파랄은 손가락을 인간이 살면서 경험을 통해 얻은 에너지의 매개체라고 밝히고 있다.

오묘한 느낌의 파랄의 작품을 감상한 뒤 라트란 거리를 빠져 나오는데 작은 교회 건물을 개조해 만든 마리오네트 박물관이 눈에 띄었다.

가족 패키지 입장료 170코루나(한화 1만원 정도)를 내고 들어간 체코전통 목각인형인 마리오네트 박물관은 첨탑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규모의 마리오네트 박물관에는 전용극장을 비롯해 다양한 모습의 마리오네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마귀할멈, 왕, 왕비, 하인, 사냥꾼 등 다양한 모습의 마리오네트가 동양에서 온 우리를 반기는 듯 했다.

마리오네트의 크기도 다양해 손바닥 만한 작은 사이즈에서부터 내 키를 훌쩍 넘는 마리오네트도 있었다.

 


앙증맞은 기념품 가게의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에곤실레 문화센터에 도달한다.

 체스키 크룸로프를 사랑한 20세기 초반 천재 화가인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28살에 스페인 독감으로 요절한 이 천재 작가는 날카로운 선으로 그린 메마르고 수척한 모습의 자화상으로 유명하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애제자이자 피후견인이었던 그의 작품은

고통스러운 자의식을 솔직하게 표현해 표현주의의 최고 걸작품으로 꼽힌다.

그는 어머니의 고향인 체스키 크룸로프의 다양한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기도 했다.

에곤실레의 삶과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난 뒤 찾은 곳은 스보르노스티(Svornosti)광장.

광장 중앙에는 페스트 퇴치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성삼위일체 석주가 자리하고 있고,

어김없이 거리악사들의 경쾌한 연주가 관광객들의 흥을 돋운다.

빠른 템포의 남부 보헤미아 음악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붙잡는 묘한 매력이 있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한 고딕양식의 성비투스(st.Vitus)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