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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로마와 바티칸, <천사와 악마>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를 찾아서

봉들레르 2010. 5. 30. 22:59

로마(Roma)와 바티칸 시국.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곳. 수많은 여행자들이 마지막에 보고싶어하는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이다. 찬란했던 제국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가슴을 울리는 대가들의 예술작품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역사와 예술의 도시. 또 영화 <로마의 휴일>을 시작으로 <글래디에이터>, <천사와 악마>의 주요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2004년 발간된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는 이곳 로마와 바티칸 시국이 주요 무대다. 특히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 성 베드로 광장,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교회, 나보나 광장에 있는 4개의 강이 흐르는 분수의 오벨리스크에 숨어있는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를 찾아보는 일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2009 5월 개봉되는 영화 <천사와 악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수백년간 야만적인 행사가 열린 콜로세움의 야경, 지금 여름밤이면 음악회가 열린다

 

찬란했던 세계의 수도 로마

로마(Roma)는 테레베강 하류 구릉지대에 자리잡은 오래된 도시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물루스 · 레무스 형제가 이 도시를 처음 건설했다고 한다. 이후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대제국으로 번성했고, 지금도 로마에 가면 찬란했던 제국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많은 볼거리로 여행자를 지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동선만 잘 잡으면, 다음 유적지까지 그리 멀지 않으므로, 걸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로마의 흥망성쇠를 말해주는 듯한 팔라티노 언덕. 두메 양귀비가 마음을 아리게 했다.)

 

로마 여행은 동쪽에 자리한 테르미니역에서 시작한다. 역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조금 걸어가면,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콜로세움은 서기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히브리에서 데려온 1 2,000여명의 노예를 투입하여 8년만에 완성한 원형 경기장이다. 높이 50m, 둘레 527m인 거대한 타원형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한 장면이 그려졌다. 굶주린 사자가 죄수를 갈기 갈기 찢어발기고, 검투사들은 묵숨을 건 전투를 벌렸다. 검투사의 목이 잘리고, 피가 튀는 장면을 보며 환호하는 관중들. 수백년간 야만적인 행사가 진행된 콜로세움에서 인간의 야만과 광기에 대한 상념에 빠졌다.

 

 

(콜로세움의 내부. 벽은 무너져 내리고 바닥은 해골처럼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저 소녀는 무슨 생각에 빠져 있을까?)

 

콜로세움에서 바로 옆 서쪽에는포로 로마노가 있다. 기독교 이전 시대, 로마의 중심지였던 광장으로 고대 로마의 정치, 종교, 상업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처름 1,200년을 이어온 제정 로마 시대의 역대 황제들이 이곳에 원로원, 신전, 재판소, 개선문 등을 세우면서 번성한 곳이다. 이후 4세기 말 서고트 족의 침입으로 포로 로마노는 황폐화 되었지만, 16세기 들어 미켈란젤로에 의해 광장과 시 의사당 건물이 들어서면서 복원되었다.

무너져 내리고 앙상한 기둥과 터만 남아있는 줄리아의 바실리카, 막센티우스의 바실리카와 세티미오 세베로의 개선문, 원로원을 보고 있으니 시간의 무상함에 가슴 한켠이 짠해진다. 천천히 걸어서 한때 찬란했던 역사의 흔적을 느낀 후엔, 해발 59m의 캄피돌리오 광장 테라스에 서 보자. 로마의 흥망성쇠를 한 눈에 보여주는 포로 로마노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캄피돌리오 광장 테라스에 서 본 포로 로마노. 로마의 흥망성쇠를 한 눈에 보여주는 곳이다.)

  

영화의 장면처럼, 진실의 입과 나보나 광장 그리고 트레비 분수

팔라티노 언덕의 남쪽에는 영화 <벤허>에서처럼 전차 경주가 펼쳐졌던 긴 타원형의 전차경주장이 있다. 경주장을 따라 서쪽으로 조금 걸으면, 아담한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가 있는데, 이 곳에 그 유명한진실의 입조각상이 있다.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이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처럼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어보는 곳이다. 그레고리 펙이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고는 마치 손이 잘린듯한 표정으로 오드리 헵펀을 놀라게 했던 장면 때문에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나도 입에 손을 넣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새롭다.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처럼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고 즐거워하는 여행자.)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면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고대 로마의 유적 판테온이 나온다. 고대 로마시대의 모든 신들에게 봉헌된 신전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43.4m의 바닥 지름과 높이가 같은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돔 가운데는 지름 9m의 원형으로 뚤려 있다. 이를 두고 영국의 역사가이자 신학자인 비드는판테온의 지붕에 있는 구멍은 보니파체 4세가 판테온을 신성하게 만들 때,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애쓰던 악마들이 만들었다.”고 했다. 판테온 내부는 묵직한 공기감이 들었고 천장 돔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 때문에 신비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로마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수가 트레비 분수다. 1732년 니콜라 살비가 설계를 담당해 1762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폴리 궁전의 벽면을 장식하는 분수에는 바다의 신 트리톤과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 등이 조각되어 분수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분수의 이름은 첫 번째 단 위의 조각상 중의트리비아라는 소녀에게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뒤로 돌아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인지, 수많은 여행객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담아 동전을 던진다.

 

(뒤로 돌아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트레비 분수)

 

소설 <천사와 악마> 나오는 과학의 제단을 향하는 지표를 찾아서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 500년만에 부활한 일루미나티가 가톨릭 교회에 복수를 시작하고, 종교 기호학 교수 랭던이 그들을 막기위해 로마와 바티칸 곳곳에 숨어있는 단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부활한 일루미나티의 잔재가 유력한 교황 후보인 네 명의 추기경을 차례로 살해할 것을 예고하고, 랭던 교수는 바티칸 시국에 숨겨진 강력한 에너지원반물질과 일루미나티의 정체를 24시간 내에 밝혀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한다.

일루미나티는개화된 자들이라는 뜻으로 고대 조직의 일종이다. 소설에서는 17세기에  교황청과 정면으로 대립하여보다는인간 중심의 계몽주의에 이끌린 천재적인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비밀결사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갈릴레이와 코페르니쿠스도 이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로마의 북쪽 관문이 있는 포폴로 광장. 광장 중앙에는 높이 36m의 오벨리스크가 우뚝 솟아있다.)

 

사건 해결의 첫 번째 단서가 숨어있는 곳이 로마 북쪽의 포폴로 광장 한 켠에 있는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다. 포폴로 광장은 철도가 생기기전까지 많은 여행자들이 로마로 들어왔던 관문인 포폴로 문이 있는 곳이다. 광장 중앙에는 높이 36m의 오벨리스크가 있고, 19세기 바로크 양식의 쌍둥이 교회와 빌라 메디치, 보르게세 미술관 등이 있다. 포폴로 문 동쪽에는 소박한 모습의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소설에서악마의 구멍이라 불리는 납골당에서 입에 흙이 채워져 질식사한 추기경이 발견된 곳이다. 가슴에는(earth)’을 상징하는 낙인이 찍힌채 살해당한 것이다. 또 다음 사건이 일어나는 곳의  단서가 되는 베르니니의 조각상 <천사와 하박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사와 선지자인 하박국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르키고 있는데, 천사의 손가락이 두 번째 추기경이 살해당하는 장소인 성 베드로 광장을 가르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 베드로 광장과 오벨리스크. 오벨리스크 아래에 '웨스트 포넨테'라고 새긴 대리석 조각이 박혀있다) 

 

두 번째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가 있는 성 베드로 광장. 바티칸으로 들어서는 성 베드로 광장 앞에는 흰색 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 선을 넘으면 이탈리아를 넘어 바티칸 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광장 중앙에는 오벨리스크가 솟아 있고 좌우에 2개의 분수가 마주보며 시원스런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소설에서는 오벨리스크 아래서 가슴에공기(air)’를 뜻하는 낙인이 찍히고 폐가 파열된채 살해당한 두 번째 추기경이 발견된 곳이다. 오벨리스크 주변을 잘 살펴보면웨스트 포넨테(WEST PONENTE)’라고 쓰인 타원형의 둥근 대리석에 땅에 밖혀있다. 웨스트 포넨테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뜻하므로 이 바람을 따라 동쪽으로 향해야만 세번째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로마 동쪽 떼르미니역에 북서쪽에 있는 산타마리아 비토리아 교회. 이곳에는 베르니니의 유명한 조각상 <성 테레지아의 법열>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조각상은 발가락이 휘는 오르가즘의 와중에 있는 성 테레지아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했기에 많은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다.  ... 불로 가득한...그의 위대한 창이...여러번 나를 찔렀다....나의 내부까지 관통한... 그 달콤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어.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 벌어진 입과 안으로 꺽인 테레지아의 오른발을 보면, 누구나 절정의 오르가즘에 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바티칸 대성당에 있었으나, 이런 이유로 수많은 논란끝에 로마 동쪽의 작은 성당으로 옮겼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가슴에 불(fire)의 낙인이 찍힌채 불타죽은 세 번째 교황이 발견된 곳이다. 또 이 조각상의 천사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따라 가면, 마지막 표지가 있는 나보나 광장의 <4개의 강이 흐르는 분수>가 나온다. 역시 베르니니의 작품이다.

 

나보나 광장 주변에는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한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교회, 산티보 교회, 알템포스 궁전 등 로마 시대의 유명한 건축물과 3개의 분수가 있다. 또 광장 주변에는 노천까페가 많아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소설에서는 이곳 분수에서 가슴에 물(water)의 낙인이 찍힌채 익사의 위기에 처한 추기경이 발견된 곳이다. 또 분수의 중앙에 솟아있는 오벨리스크의 끝에는 청동 비둘기가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비둘기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과학의 제단이자계몽의 교회인 산탄젤로 성이 있다.

 

(3개의 분수로 유명한 나보나 광장. 많은 노천까페가 있어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천사의 성이라 불리는 이 성은 139년 황제의 무덤으로 지어졌다. 중세에는 감옥과 요새로 이용되었고, 때로는 교황의 긴급 피난처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이 성과 바티칸 궁전을 연결하는 비밀통로가 존재한다고 한다. 지금은 군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러 천사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는 산탄젤로 다리는 데베르 강의 여러 다리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다. 소설에서는 일루미나티의 은신처이자 여주인공 비토리아가 감금되어 있는 곳으로 나온다.

 

(천사의 다리와 천사의 성인 산탄젤로 성. 지금은 군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가톨릭의 총본산 바티칸 시국과 <천지창조> 유명한 시스타나 예배당

로마와 왔다면 반드시 들러봐야할 곳이 바티칸 시국이다. 인구 1,000명이 되지 않는 작은 곳이지만, 수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비롯 <최후의 심판> 등 명작들이 있는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 독자적으로 화폐와 우표를 발행하고 있으며, 철도역, 방송국, 우체국, 교황의 집무실 등 다양한 시설과 기능을 갖추고 있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세 개의 청동문 중 가운데 문. 아래쪽에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처형당한 성 베드로와 바울의 순교 장면이 새겨져 있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세 개의 청동문 중 가운데 문은 옛 성당의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인데, 아래쪽에는 성 베드로와 바울의 순교 장면이 세겨져 있다. 거대한 대성당 내부는 섬세하고 장엄한 장식과 조각들로 여행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성당 입구 오른쪽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는데, 죽은 예수를 팔에 안은채 슬픔에 잠겨있는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이 걸작을 보기위해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성당 입구 오른쪽에는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죽은 예수를 팔에 안은채 슬픔에 잠겨있는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이 걸작을 보기위해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대성당의 닫집 바로위에 있는 전망대(큐폴라)에는 반드시 올라가 보자. 안뜰에서 테라스까지는 엘리베이터로 올라 갈 수 있고, 전망대까지는 둥근 천장의 안쪽의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좁고 급한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열쇄 모양의 바티칸 시국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성 베드로 대성당 바로 옆에는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의 하나인 바티칸 박물관이 있다. 개장 시간인 9시 전부터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므로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역대 교황들이 수집한 다양한 고문서와 방대한 미술품,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 중 시스타나 예배당 천장화 <최후의 심판> <천지창조>는 최대의 볼거리다. 절대자의 인간을 향한 마음과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걸작이다. 위대한 예술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나는 댄 브라운의 소설을 좋아한다. 로마에 가기전 그의 소설 <천사와 악마>를 읽었고, 로마와 바티칸을 여행하면서 소설속에 나오는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를 찾아보는 재미는 각별했다. 2008년 6월 로마 곳곳에서 영화 <천사와 악마>의 촬영이 한창이였는데, 오는 5월에 개봉하는 영화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사뭇 궁금하다. 로마와 바티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과 영화를 보면 더욱 재미나는 여행이 될 것이다.

출처 : 내 마음에 담은 지구별 풍경
글쓴이 : 지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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