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Peru(2014 Dec)

피스코 전쟁을 일으킨 술

봉들레르 2014. 10. 21. 22:01

 

태평양전쟁 전후의 페루와 칠레의 국경변화

 

페루와 칠레의 해상경계선 다툼의 역사는 1879~1883년 남미의 태평양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페루와 볼리비아 연합군은 아타카마 사막의 광물 영유권을 차지하려고 칠레를 상대로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나 대패했다.

이때 칠레는 태평양 해역 관할권을 3만8000㎢로 넓혔다. 볼리비아는 12만㎢의 영토와 400㎞의 태평양 연안을 잃고 내륙국 신세가 됐다.

이후 페루와 칠레는 여러 차례 해상경계선과 관련된 협의와 조약을 체결해왔다.

 

    

 

                                    페루에서 생산되는 포도와 피스코                            칠레에서 생상되는 피스코                                          

 

페루와 칠레는 안데스 산맥을 사이에 두고 위아래로 붙어 있다. 그래서 감자와 같은 음식재료를 두고 싸우는 일도 빈번했다. ‘

유치하게 먹는 것 같고 싸우느냐’란 말도 들을 법하지만 음식재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매우 중요했다.

특히 피스코(pisco)라는 술 때문에 생산지를 놓고 4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칠레와 페루가 피스코 전쟁을 벌인 기간은 1879년부터 1882년까지 4년간이다.

칠레가 5월 15일을 ‘피스코의 날’로 제정하자 페루의 농업장관이 칠레산 피스코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전쟁은 아직까지 이어져 현재에도 양국은 피스코 원산지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으며,

자신의 나라에 맞게 피스코를 이용한 다채로운 칵테일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해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페루를 대표하는 술은 '피스코'다. 페루에 다른 술과 음료도 있지만 피스코의 명성을 따르지는 못한다.

피스코는 매년 배낭 여행객들이 아름다운 해변을 보기 위해 몰리는 페루의 수도인 리마의 항구도시 지명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로 생산되는 피스코는 브랜디에 속하는 증류주이다.

백포도 즙을 일정기간 발효시킨 후, 구리로 만든 양조통에 40도 가까이 될 때까지 증류시켜 만든다.

 

특히, 피스코에 레몬주스와 설탕 등을 첨가해서 만든 칵테일인

 ‘피스코 샤워’(pisco sour)는 페루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알코올음료이다.

 

칠레의 피스코는 기온이 높고 1년에 300일 정도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으며 강수량이 적은 엘퀴밸리라는 곳에서 생산된다.

이곳에서 자라는 포도는 당도가 높아서 최상품의 피스코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피스코는 코카콜라와 같은 소프트드링크나 진저에일, 베르무트와 섞어 마시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칵테일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

페루인들과 같이 칠레에서도 ‘피스코 샤워’가 가장 인기 있는데 이 음료를 유명하게 만든 이들은 페루인이지만

칠레식 피스코 칵테일도 나름대로 개성이 있다.

페루에서 피스코 다음으로 유명한 술은 안데스 원주민들이 마시는 '치차(chicha)'다.

옥수수를 발효시킨 치차는 '잉카의 맥주'라고도 불리며 그 빛깔과 맛이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하다.

페루에서 생산되는 자이언트 옥수수 알들을 말린 후 오랜 시간 발효를 시키면 치차가 된다.

 

이 외에도 농민들이 마시는 독주로 '카냐소(canazo)'라고 불리는 술이 있는데, 보드카보다 더 높은 도수를 자랑한다.

이 술은 알코올을 직접 증류시킨 밀주인데 보통 70, 80, 90도로 도수에 따라 나눠 플라스틱 콜라병에 담아 판매한다.

칠레에서 가장 유명한 술은 뭘까?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칠레산 와인을 떠올릴 것이다.

칠레산 와인은 투명하고 새콤하면서도 그리 독하지 않아 우리나라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칠레의 중부 지역은, 여름은 따뜻하고 가을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와인을 생산하기에 이상적인 기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와인은 각각 품질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그란 비노(gran vino)'는 최소 6년 이상 숙성된 좋은 와인,

 '비노 에스파시알(vino especial)'은 한 단계 더 높은 와인이고, 가장 최고의 와인은 '비노 레제르바도(vino reservado)'라고 한다.

 

화끈한 술문화

 

페루에는 스페인 사람들이 음식과 함께 ‘셰리주(Sherry)’를 곁들여 먹는 것과 같은 반주 문화가 있다.

 페루에 가면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독한 술을 작은 잔에 한 잔씩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할 경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음식의 부작용을 막고 소화를 돕기 위해서라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닭고기를 먹고도 독한 술 한 잔을 들이키면서 “크으… 독한 술로 뱃속의 닭을 요리해놨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페루인들은 술자리에서 건배를 할 때 ‘살룻’(Salud)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옆에서 재채기를 했을 때에도 똑같이 ‘살룻’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스페인어로 ‘건강’을 뜻하지만,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칠레인들 또한 건배할 때 ‘살룻’이라고 말한다.

칠레인들은 모두에게 첫 잔을 따른 다음 누군가가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항상 건배를 한다.

또 여기에 덧붙여 집주인에게 감사를 전하거나 특별한 행사를 기념하는 몇 마디 말을 건네기도 한다.

처음 마실 때엔 모두 유리잔을 들고 입을 모아 ‘살룻’이라고 외치는데

첫 번째 건배가 끝나면 그날 저녁 내내 원할 때마다 ‘살룻’을 외치면 된다.

 

음식은 원주민식과 유럽식

페루는 다른 남미국가들과는 달리 원주민이 과반수에 이르며 상대적으로 유럽계 주민은 적다.

따라서 남미의 다른 나라에 비해 원주민의 음식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여러가지 해물의 총 집합, 세비체 믹스또(Ceviche mixto)

페루의 대표적 음식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세비체'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세비체는 라틴아메리카 전 지역에서 해산물과 생선회를 이용한 음식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페루식 세비체는 생선이나 해물을 산도가 강한 푸른 라임 즙에 절여 두었다가 각종 야채로 소스를 만들어 양파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얼큰하게 술을 먹은 다음날이면 페루인들은 세비체 전문점인 ‘세비체리아’에 가서 세비체에 곁들여지는 레몬즙과

 

Leche de tigre

고추로 만든 속이 얼얼한 소스를 단숨에 들이키는데 이 소스는 ‘호랑이 우유’(leche de tigre)로 불리며

술기운에 몽롱해진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만큼 짜고 시큼한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페루의 독특한 음식으로 육류와 채소를 꼬치에 끼워 불에 구운 '안티쿠초(anticuchos)'가 있으며

 축제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니아 피그를 통구이한 '쿠이(cuy)'가 있다.

 

칠레에는 다른 남미의 나라들처럼 원주민의 음식과 스페인의 음식에 후일 이주해온 독일을 비롯한

여러 유럽인들의 음식문화가 뒤엉켜 고유한 음식문화가 탄생했다.

그래서 칠레에는 유럽스타일의 음식이 많은데, 전통 유럽식과 다른 점은

육류보다는 해산물의 이용이 많고 매운 고추를 사용한 매콤한 소스를 가미한 것이다.

 

'쿠란토(curanto)'는 칠레를 대표하는 음식 중의 하나로 생선, 조개,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감자를 넣고 끓인 영양만점의 탕이다.

쿠란토는 ‘뜨거운 돌’이라는 뜻인데 음식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인 땅에 구멍을 내고

그 위에 장작불을 때며 오랜 시간 동안 요리했다고 해서 붙여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칠레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곱창, 소의 유선, 선지를 섞어서 불에 구워낸 '파릴라다(parillada)'와

 

다양한 소로 채운 파이 모양의 스낵인 '엠파나다스(empanadas)'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