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n domestic/충청

겨울바다 대신 제천 청풍호수를 가다

봉들레르 2013. 12. 25. 01:13

겨울 제천으로 떠나는 여행은 겨울 바다 여행을 떠나는 목적과 약간 비슷하다.

충청북도 제천땅을 좀 다녀본 이라면 지금쯤 얼어붙은 청풍호가 얼마나 아름다운 물빛을 발하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천은 수려한 산과 겨울 호수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명소이다. 봄이면 벚꽃비 흩날리는 몽환적인 풍광을 자랑하고,

여름엔 시원한 호숫가에서 으스스할 정도로 상쾌한 바람을 받을 수 있다.

가을엔 색색으로 물든 단풍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유람선 여행이 인기인데,

새하얀 겨울의 풍경 또한 머릿속으로만 쉬이 덮고 살 수 없는 매력을 발한다.

제천에는 금성(錦城)면, 청풍(淸風)면, 수산(水山)면, 덕산(德山)면, 한수면(寒水), 백운(白雲)면,

송학(松鶴)면 등이 있는데 이름만 보아도 제천이 얼마나 수려한 산수를 자랑하는지 알듯하다.

여기에 눈덮힌 산촌의 작은 오솔길이 생겨나 걷는 재미까지 더했다.

제천시가 자랑하는 자드락길은 호반을 따라 그림같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곳곳을 꿴다.

오르락 내리락 눈길을 밟으며 걷는 걸음과는 별개로, 산수화같은 풍경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바람에 눈알 조차 잠시 쉬어갈 틈이 없다.

 

 

 

 

 

◇청풍을 맞으며 청풍을 보다.

 

 

비봉산(飛鳳山)에 오른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이에게 입소문난 곳이지만 청풍호반이 한눈에 들어오는 으뜸 전망으로도 알려졌다.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하고도 십몇도라니 겨울 강원도 땅보다 더 춥다.

이 추위에 미끄러운 길을 어찌 오르나 한숨부터 났지만 패러글라이더들이 애용하는 모노레일이 있다고 해 냉큼 주워타고 산에 올랐다.

등산로르 통하면 연곡리에서 출발, 2시간이면 오른다지만 기계식 모노레일로 정상까지 단숨에 오른다.

지난해 여름 생겨나 폭발적인 인기를 끈 관광용 모노레일도 있지만 동절기 휴업중이고 3월1일부터 운행을 재개한다

 

잠시 오른듯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고산 봉우리에 올랐을 때보다 오히려 낫다.

360도 파노라마로 호수가 보이고 그 뒤로는 병풍같은 산이 겹겹 에워쌌다.

사실 이같은 풍경은 태백산이나 올라야 볼 법한 것인데, 거기에 얼어붙은 호수까지 떠억하니 펼쳐졌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활공장은 원래 기능과는 달리 전망대 구실을 한다. 아침에 피어난 물안개가 흩어지며

시야를 온통 뿌옇게 만들었지만 그래서 더욱 기이한 풍경을 자아낸다.

하늘로 향한 마루에 서면 죽순을 닮았다는 옥순봉부터 시작해 맞은 편에 버티고 선 월악산 영봉과 금수산,

주흘산, 박달산 등 서로 어깨를 괸 명산 아래 호숫가를 따라 기암괴석이 늘어선 풍경은 잠시 말을 잊게 만들 정도다

 

배에서 바라보는 것과도 또 다르다. 얼마전 내린 눈은 우람한 산세를 더욱 근육질로 보이게 만드는 기름 역할을 하고,

양 뺨에 부딪혀오는 청량한 바람(청풍)은 도시의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것과는 비길 바 아니다

 

 

 

◇눈쌓인 겨울길의 보드라운 감촉

 

 

자드락길을 걷는다. 청풍호반의 산자락을 따라 난 자드락길은 제주도의 올레길과 닮은 듯 다르다.

올레가 제주 바다를 끼고 섬을 한바퀴 도는 길이라면 자드락길은 반대로 산을 끼고 '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한바퀴 도는 길이다.

총 7개구간 58㎞ 코스로 조성됐다.

제1코스 작은동산길 15㎞(청풍 만남의 광장~작은 동산),

제2코스 정방사길 1.6㎞(정방사 산길),

제3코스 얼음골생태길 5.4㎞(빙혈과 돌탑),

제4코스 녹색마을길 7.3㎞(능강교~용담폭포~상천 민속마을),

제5코스 옥순봉길 5.2㎞(상천 민속마을~옥순대교),

제6코스 괴곡성벽길 9.9㎞(다불리~사진찍기좋은곳),

제7코스 약초길 8.9㎞(산간마을 순환 구간)등으로 청풍호를 한바퀴 돈다.

 

자드락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다.

자드락길은 우선 호반을 따라 걷는 재미가 있고, 몇 가구도 되지 않는 산촌 마을과

정방사 등을 두루 지나며 도시에서 묵은 때를 벗고 올 수 있는 트레일 코스다.

또 길 자체가 해발 200~300m의 산허리 쯤이라 오르락 내리락 딱 좋을만큼 언덕이 이어진다.

적당히 가쁜 호흡을 이끌어내니 매캐한 도심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산소를 실컷 퍼마시기에도 좋단 얘기다.

 

자드락길의 백미는 괴곡성벽길. 옥순봉쉼터에서 출발해 괴곡리, 다불암을 거쳐 고수골에 이르는 9.9㎞로 4시간5분 걸린다.

자드락길 7개 코스 가운데 난도가 가장 높을 정도로 힘든 길이지만,

발아래로 산과 계곡을 가르는 청풍호의 유려한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나무데크 전망대에서는 옥순대교와 옥순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새롭게 만든 백봉전망대에서는 청풍면 쪽의 거대한 물줄기와 옥순봉의 수려한 풍광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옥순봉쉼터에 차를 두고 걸어서 옥순대교를 건넌다. 5분쯤 지나니 서쪽으로 언덕길이 보인다.

 이곳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괴곡성벽길이 시작된다.

제법 급하던 산길이 완만한 오솔길로 바뀌면서 오른쪽으로 언뜻언뜻 청풍호가 보이기 시작한다.

출발한 지 30여분, 땀이 조금 맺힐 즈음 쉼터에 닿는다.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30분 정도 걸으니 전망대다.

전망대부터는 청풍호의 위용이 확연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옥순봉과 옥순대교를 조망하기 좋은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솟대들이 비상하고 있는 전망대에 오른다.

전망대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백봉전망대가 있다.

나선형으로 되어 있는 백봉전망대에 오르면 발아래로 장쾌하게 뻗어 있는 청풍호의 유려한 물줄기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키가 껑충하고도 고불고불 휘어진 솔숲을 뚫고 지나니 걷는 여정 자체가 심심치않다.

그러고보니 제천에는 멋진 소나무가 정말 많다. 앞서 비봉산에서도 꼿꼿한 소나무 무리를 봤는데 괴곡성벽길의 솔숲 또한 멋드러진다.

 

눈길 옆에 벤치가 있다. 앉아있는 이 아무도 없지만 이유없는 온기가 느껴진다.

누군가 딱 쉬어가기 좋은 타이밍을 계산해서 이곳에 벤치를 심어놓았으리라. 만약 취재가 아니라

그저 걷고자 이길을 왔다면 아마도 저곳에 앉아 쉬었다 갔을테다.

이정표에 '사진찍기 좋은 곳'이라 씌여있다. 과연 그렇다.

옥순대교 아래 얼음은 금이 짝짝 가서 스테인트 글라스처럼 호수에 기묘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봄꽃은 없어도, 신록과 단풍은 없다해도 이 추운 겨울에 자드락길을 걸어야 할 꽤 묵직한 이유를 발견했다.

 

 

제천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둘러볼만한 곳=월악산국립공원, 청풍문화재단지, 수경분수, 번지점프, 하강체험시설, 용담폭포 등.

비봉산 정상 청풍호 활공장은 매년 가을 패러글라이딩 전국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풍광이 압권이다.

 

 

 

●먹거리=제천은 다양한 약초를 이용한 음식이 많다.

특히 제천시의 약채음식 브랜드 '약채락(藥菜樂)'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아 도회지에서 온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청풍면 신리 예촌은 약채락 지정음식점으로 직접 담근 된장과 함께 차려나오는 오가피순, 황기 순 등 갖은 약채 반찬들이 맛깔난다.

보통 정식을 주문하지만 곤드레나물밥도 유명하다. 정식 1만5000~2만5000원. 곤드레나물밥 1만원. (043)647-3707.

약재를 넣고 찐 토종닭 백숙과 닭볶음탕으로 입소문이난 금성면 중전리 하마가든은 제천시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집이다.

존득한 닭고기를 모두 뜯어 먹고나면 찰밥과 닭국물을 주는데 이것 또한 별미다.(043)651-5613.

 

신월동 대보명가는 손님의 성별에 따라 따로 돌솥밥을 지어주는 곳으로

 여자 밥에는 당귀 등 8가지 약재가 들어가고 남자 밥엔 원기를 돋워주는 천궁 등이 들어간다.(043)643-3050.

●잘곳=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청풍리조트가 풍경이 가장 좋다.

아침엔 객실에서 바로 물안개를 볼 수 있고 접근성도 좋아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여타 리조트에 비해 식사와 사우나 등 부대업장의 가격도 저렴하다. 레이크호텔 주중 기준 9만1200원부터.(043)640-7000.

 

●축제=제천(堤川)의 이름은 의림지에서 유래됐다.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3대 저수지인 의림지에선, 이달 20일까지 '의림지 동계민속대제전'을 연다.

호수 위에서 빙어를 잡고, 연날리기, 썰매타기 등 다양한 겨울놀이 체험행사가 펼쳐져 도시민들에게 '진짜 겨울'을 선물한다.

의림지 얼음장기, 의림지 얼음 장치기, 솔방울 멀리보내기, 알몸마라톤대회,

공어(빙어)빨리먹기 대회, 얼음조각가족경연대회 등도 함께 펼쳐진다. 문의(043)641-5515

 

 

제천 금수산 정방사--월악능선ㆍ청풍호를 발 아래 드리우고

 

 

 

절이 마치 제비집 같다. 산 높은 곳 절벽 바위에 살짝 걸터앉은 모습이 추녀 끝에 매달린 제비집을 연상케 한다. 이채롭다.

이 산 꼭대기 사찰에서 발 아래의 청풍호를 내려다보는 경치는 가히 절경이다.

제천 금수산 정방사(淨芳寺)다. 필자가 전국을 다니면서 느끼는 절의 입지는 크게 두가지다.

참선하듯 조용한 산 속에 살포시 감싸인 절, 그리고 큰 꿈을 펼쳐 세상을 끌어안 듯 높은 곳에서 확 뚫린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절이다.
천년고찰 정방사는 절벽에 매달린 작은 절에서 청풍호와 월악의 능선을 바라보는 수려한 경치로 유명하다.

 찾아가는 길 또한 아기자기하고 재밌다. 청풍문화재단지 쪽에서 보면 청풍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어 꾸불꾸불 오르막길로 오르는데 왼쪽은 산비탈,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 아래 청풍호와 남한강이 길게 펼쳐져 가슴을 활짝 열어준다.

이 길로 운전해 약 10분 가까이 가면 ES리조트와 능강계곡이 나오는데 계곡의 작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 산길로 들어간다.

이 입구는 약 100여m 가량 비포장도로이지만 이 구간만 지나면 콘크리트길이 절까지 이어진다.

절 가까이 갈수록 길은 경사가 가팔라 진다. 필자는 절 바로 코앞까지 아슬아슬한 길을 차로 갔지만

좁은 절벽길에서 차를 돌려야 하므로 조금 아래쪽의 주차장에 세우는게 더 편리할 수 있겠다.

숲 속의 좁은 임도길로 이어지는 정방사 오르는 길은 차를 세우고 운동삼아 걸어서 가도 좋다.

이 길은 제천시에서 걷기 길인 ‘자드락길 제2코스’로도 애용되고 있는데 숲 속 산책길로도 으뜸이다. 걷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깎아지른 거대한 암벽 아래 좁은 터에 절집이 길게 줄서듯 들어서 있다. 경사지여서 좁다보니 들어가는 입구부터 바위 사잇길로 통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좁은 문’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절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들어서자마자 처음 만나는 곳은 해우소.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우소로 소문이 자자하다.

정방사의 ‘명물’이다. 딱 시골집 재래식 화장실이다. 쪼그리고 앉아야 하고 심한 냄새를 감내해야 하는데 ‘가장 아름답다’니…

정방사 해우소는 이러한 ‘고통’과 함께 시름을 잊게 해줄 멋진 경치를 동시에 ‘서비스’로 제공해 준다.

청풍호가 보이도록 한쪽 벽을 없앴다. 호수 경치야 밖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 곳 산꼭대기에서 ‘급한 일’을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라도 아름다운 경치가 ‘험한 화장실’을 잠시 잊게 해준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는 금수산 자락의 숨은 계곡인 능강계곡 입구에서 시작해

정방사에 이르는 1.6㎞의 구간은 청풍호 자드락길 2코스인 정방사길이다.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어 승용차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걸어서는 50분 정도 소요된다. 아무래도 걸어가야 ‘금수(錦繡)’임을 확인할 수 있다.

◇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남원주 IC -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 - 금성방면 좌회전 597번 지방도 - 금월봉 - 왕건촬영장

               - 청풍랜드 - 청풍대교 - 청풍문화재단지 - 클럽 ES - 정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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