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n domestic/충청

충남 서천

봉들레르 2012. 11. 3. 07:21

 

 

 

쌀쌀해진 바람에 겨울이 느껴지는 날씨다. 극심한 늦더위와 때 이른 추위로 올 가을은 유난히도 짧았다.

짧은 가을이 아쉬운 이들에게 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철새들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늦가을 여행지로 안성맞춤인 충청남도 서천이다.

 

▷ 1.5km의 넓고 한국의 4대 갈대밭으로 꼽히는 '신성리 갈대밭'

서천에서 가을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신성리 갈대밭'이다.

1.5km에 이르는 갈대밭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국의 4대 갈대밭으로 꼽히며

10월 한 달 동안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명소다.

신성리 갈대밭에 도착하면 금강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진 갈대가 바람에 흰 물결처럼 넘실댄다.

갈대밭 사이 산책로에는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과 사진작가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댄다.

 저마다 갈대밭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에 가을을 담고 있다.

갈대밭 사이로 사람들이 산책 중이다.

갈대밭 사이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2m높이의 갈대가 양옆을 벽으로 가득 채운다.

이와 더불어 그 위로 반짝이는 가을 햇살은 산책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갈대밭의 장관에 느꼈던 황홀함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그제야 흔들리는 갈대 소리가 귀에 들린다. '샤샤샥'하고 갈대를 스친 바람이 보는 이의 가슴에도 청량감을 안겨준다.

신성리 갈대밭은 유명 영화와 드라마들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공동경비구역 JSA' , '추노’ 등의 작품이 촬영됐다.

산책로에는 갈대밭을 배경으로 한 작품 표지판과 산책에 어울리는 시가 군데마다 적혀있어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신성리 갈대밭은 자전거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군산까지 이어지는 21km의 구간은 금강과 갈대밭, 금강하구둑 등 명소들이 가득하다.

길가에 갈대들, 길에서 보는 코스모스, 금강에 떠다니는 배 한척, 저전거 코스의 즐거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금강하구둑에 도착한다.

철새 개리가 먹이활동 중이다.

 

 

▷ 사계절 내내 철새를 만날 수 있는 곳, 금강하구둑과 조류생태전시관

 

금강하구둑은 대표적인 철새관광지다. 흔히들 철새라 하면 겨울을 떠올리지만 하구둑에는 황조롱이, 꿩과 같은 텃새와 함께 여름철새,

가을에 머물다가는 나그네새가 있어 사철 내내 새들을 볼 수 있다.

유명 철새 관광지답게 금강하구둑 주변에는 서천 '조류생태전시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체험형 시설들을 통해 철새이동경로나 철새 종류들을 알 수 있으며 금강하구둑과 일대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와 둘러볼만 하다.

11월 15일부터 18일에는 서천 철새여행을 관찰할 수 있는 '서천철새여행'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철새를 관찰 지점까지 버스로 이동할 수 있고 직접 관찰도 가능하다.

생태전시관 직원에게 문의하면 철새관측 명소를 알 수 있는데 물때만 맞으면 먹이활동 중인 수백 마리의 철새를 구경할 수 있다.

홍원항의 전어구이와 회, 무침.

 

▷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서천에서의 가을 여행을 마쳤다면 허기진 저녁, 홍원항으로 향해보자. 홍원항은 전어, 대하, 꽃게 등 가을, 겨울철 먹거리가 유명한 곳이다.

최근에는 한 유명 예능프로그램에도 소개돼 많은 이들이 전어를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이 생선은 지방함량이 많은 어종이기 때문에 구이로 먹었을 때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전어 구이를 통째로 한입 베어 물면 비릿함 없이 고소한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구이도 맛있지만 전어를 회로 먹었을 때는 또 다른 식감을 자랑한다. 처음에는 아삭하게 전어의 가시가 씹히다가

나중에는 적당히 기름진 전어 살을 맛보게 된다. 이밖에도 전어회를 썰어 양념에 무쳐먹거나 그 무침을 밥과 참기름에 비벼 먹으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전어요리를 완벽히 즐길 수 있다.

 ‘서천’하면 떠오른 것이 있다. 바로 한산소곡주와 한산세모시 등 특산품이다.

한산면의 한산소곡주는 충남도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돼 있는, 서천의 대표 특산품이다.

백제 때의 궁중술로서 백제 유민들이 나라를 잃고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빚어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곡주는 그 향과 맛이 독특하고 품격이 높아 전국에서 구매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1300년전 백제왕실에서 즐겨 마신 것으로 전해지는 이 술은 <삼국사기> 등에 관련 기록이 남아있다.

백제가 멸망한 뒤에는 멸망의 한을 달래기 위해 한산 건지산 주류성에서

백제 유민들이 소곡주를 빚어 마시고 그 한을 달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시대에 들어 특히 많이 알려진 이 술은 <동국세시기>, <경도잡지>, <시의전서>, <규합총서> 등에 제조법이 기록돼 있다.

소곡주는 찹쌀을 빚어 100일 동안 익혀서 만든다.

이때 며느리가 술맛을 보느라고 젓가락으로 찍어 먹다보면 저도 모르게 취해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은뱅이처럼 엉금엉금 기어다닌다고 하여 ‘앉은뱅이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마량포

서천은 기차여행이 가능하고 서울에서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라서 당일코스로 여행하기 좋다.

하지만 서천의 아름다움을 배로 느끼고 싶다면 홍원항 근처 마량포에서의 1박도 추천한다.

마량포의 일출.

 

마량포는 서해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선박장을 따라 늘어선 어선들과 그 위를 나는 수백 마리의 갈매기,

그리고 바다와 하늘을 모두 붉게 물들이는 마량포의 태양은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매일 뜨고 지는 것이 태양이지만 서해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새로운 하루를 선물해줄 것이다.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