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Czech(2013.Aug)

꿈꾸는 도시-체스키 부데요비치(ceske budejovice)

봉들레르 2013. 5. 31. 23:54

 

프라하에서 체스케 부데요비체까지는 기차로 2시간남짓 걸린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명한 체스키 크롬로프에서 버스로 20분 소요.

 

 

 

 

 

 

 

체코의 대표적인 맥주인 `버드와이저`의 고향인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맥주의 풍성한 거품만큼이나 시원한 풍광을 자랑한다.

 블타바 강과 말세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해 하늘에서 보면

마치 한 마리의 용이 도시 한가운데를 S자로 꿈틀대며 강을 빠져나가는 듯 보인다.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1265년 프르세미슬 오타카르 2세가 보헤미아 왕국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세워졌다.

교통의 요지로 불리는 이곳은 1827년에 오스트리아의 린츠와 함께 유럽 최초의 철도마차의 종착지로서 상업적으로 성장한 도시다.

동쪽에 위치한 기차역에서 서쪽으로 1㎞ 정도 떨어져 있는 구시가지는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석조 성벽들이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도시를 창건한 프르세미슬 오타카르 2세의 이름을 딴 구시가지 광장 한가운데에는

`삼손의 샘`이라 불리는 분수가 도시의 터줏대감처럼 서 있고,

그 주변으로 고풍스런 중세의 건축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일년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샘솟는 분수는 자유로운 보헤미아의 이상을 상징한다.

 

 1721년에 착공되어 5년 만에 완성된 삼손 분수는 보헤미아의 뜨거운 열정을 담은 블타바 강물을 끌어다 사용하고 있으며,

체코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한 쪽 길이가 133m에 이르는 광장은 삼손 분수를 중심으로 사면이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이곳 건축물의 1층은 작고 귀여운 수십 개의 상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거대한 아케이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 아케이드는 스위스 베른의 아케이드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강한 비가 내려도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사면의 아케이드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체스케 부데요비체 여행의 장점이다.

13세기 때 지어진 구시가지 광장의 규모를 보면 과거에 이 도시가 얼마나 컸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유럽의 광장은 단순히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만 담당한 것은 아니다.

도시에 사건이 생길 때마다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목이 터져라 토론을 벌였고,

때로는 농축산물을 사고파는 시장으로 사용했으며,

죄를 지은 이들을 처단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물론 밤이면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세레나데가 흐르는 곳이었다.

체스케 부데요비체의 드넓은 광장을 바라보면 과거에 이곳에서 일어났을 여러 가지의 일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친다.

한마디로 광장은 보헤미안의 삶과 애환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이다. 지금은 평화롭게 비둘기가 날고,

분수에서는 쉬지 않고 물이 흐르지만 과거에 이곳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시민들의 역사적인 공간이었다.

지금의 광장은 세계 전역에서 찾아온 보헤미안을 꿈꾸는 이방인들에게 또 다른 세계로의 출구이자 만남의 장소가 된다.

파란 하늘과 그 아래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분수, 도시의 중후한 멋을 더해 주는

건축물들이 어우러진 광장의 모습은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든 고개만 돌리면 고딕양식, 르네상스 양식,

바로크 양식 등의 다양한 건축물을 볼 수 있어 마치 야외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광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며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해가 뜰 무렵은 북서쪽의 건축물이 파란 하늘빛으로 반짝이고, 해가 질 무렵은 붉은 황혼빛으로 동쪽이 물든다.

도시의 풍경은 광장에서 제일 높은 흑탑에 오르면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광장의 북동쪽에 위치한 높이 72m의 흑탑은 1550~1577년 사이에 세워졌는데 탑의 꼭대기에 오르면

보헤미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체스케 부데요비체의 비경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이탈리아 건축가 한스 스파즈에 의해 지어진 흑탑은 구시가지 광장과 함께

보헤미아 왕국의 막강한 국력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흑탑 이외에도 체스케 부데요비체에는 1265년에 세워진 도미니카 수도원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유명하다. 오랜 역사에 비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소시민적인 이곳 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곳이다.

수도원이 처음 건립될 당시에는 고딕 양식이었지만 증축하면서 부분적으로 바로크 양식이 되었고,

1865년에 지금의 네오 고딕양식으로 리모델링되었다.

수도원을 왼쪽으로 끼고 30m만 걸어가면 말로만 듣던 말세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강변 주위에는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에서부터 벤치에서 아침 햇살을 즐기는 아가씨,

멋진 폼을 지어보이며 배를 타는 아이들까지 풍요롭고 낭만적인 일상이 시작되고 있다.

태양이 점점 더 붉게 타오르면 울긋불긋한 도시의 이미지도 한껏 달아오른다.

짙푸른 하늘 밑으로 하얀 구름이 떠다니고 광장의 삼손 분수는 끊임없이 강물을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