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Mongol(2012.Aug)

[스크랩] 말로 만든 악기 - 마두금(馬頭琴)

봉들레르 2012. 10. 12. 08:45
 


 몽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말(馬)입니다. ‘말 위에서 태어나 말 위에서 자라다가 말 위에서 죽는다’는 그네들의 속담이 말해주듯, 말의 젖을 발효시킨 마유주(馬乳酒)를 마시고, 말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며, 말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신는 몽골민족에게 말은 역사이자 문화이고 생활입니다.

 

 

 

마두금

 

몽골의 전통 문화예술에서도 말은 빠지지 않습니다. 바로 마두금(馬頭琴)이라 불리는 전통 악기 때문이죠. 마두금은 우리의 해금과 비슷한 찰현악기(擦絃樂器, 줄을 활로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악기의 끝부분에 말머리 문양을 장식한 탓에 이런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이나 부족에 따라 말머리 대신 사람이나 원숭이, 용의 머리 등을 새기거나 아예 아무 장식도 없다고 하는군요.

 

 

 

마두금 독주

 


 마두금은 말머리 장식뿐만 아니라 재료 역시 말에서 가져왔습니다. 마두금에는 2개의 현(鉉)이 있는데, 하나는 숫말의 말총(말꼬리털) 130개 가닥으로 만들고 다른 하나는 암말의 말총 105개로 만듭니다. 소리를 공명시키는 본체는 요즘은 나무로만 만들지만 예전에는 말가죽이나 양가죽을 씌웠습니다. 현을 켜는 활 역시 백마의 말총이 재료이니, 마두금은 말로 만든 악기인 셈입니다. 마두금을 몽골어로는 ‘모린 호르(Morin Khuur)'라고 하는데 ’모린‘은 말(馬)을, ’호르‘는 음악을 뜻합니다.

 

 

 

마두금에 맞춰 춤을 추는 몽골 가족

 


마두금은 몽골민족의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때, 아니면 독주를 하거나 합주를 할 때 마두금은 빠지지 않는 악기입니다. 애절하면서도 서정적이고 때로는 웅장하기까지 한 마두금의 음색은 몽골 고유의 정서를 담는데 그만입니다. 마두금은 듣는 이에 따라 몽골의 초원에서 부는 바람 소리, 야생마가 우는 소리, 말발굽이 지축을 울리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원의 바이올린’ 또는 ‘초원의 첼로’로 불리는 마두금은 유네스코(UNESCO)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해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했습니다.

 

 

 

말머리가 셋인 마두금

 

중국에서는 마두금이 한족(漢族)의 해금에서 갈려져 나온 악기라며 주장하지만, 마두금은 오래전부터 투르크 계열 민족을 비롯한 아시아 유목민 사이에서 널리 사용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지금도 몽골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쪽 유목민에게서 마두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개량된 마두금은 그 독특한 모습과 음색 덕분에 최근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마두금 공연이나 마두금 음악을 손쉽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는 본인이 직접 마두금을 연주하며 음반까지 냈으니까요.

 

 

 

첼리스트 '요요마'와 마두금

 


 말로 만든 악기답게 마두금에는 말과 관련된 전설이 있습니다. 마두금의 유래에 관한 전설인데, 다양한 스토리로 변형되어 전해집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살펴볼까요?


 ① 초원의 유목민 소년인 ‘수호(Suho 또는 수케 Suhke)’는 초원에서 길을 잃은 하얀 망아지를 발견하고 정성껏 키웁니다. 자라서 늠름한 명마가 된 백마를 타고 경마대회에 출전한 ‘수호’가 우승을 차지하자, 그 지역의 관리가 탐욕을 부려 백마를 빼앗아 버립니다. 백마는 ‘수호’를 잊지 못해 탈출을 했지만, 화살을 많이 맞아 그만 ‘수호’ 앞에서 숨을 거두게 되죠. 슬퍼하는 ‘수호’의 꿈속에 백마가 나타나 자신의 뼈와 말총, 가죽으로 악기를 만들고 자신의 머리모양을 새겨달라고 했고, 그래서 만든 악기가 마두금이라고 합니다.

 

 

 

동화책 '수호의 하얀 말'(오츠카 유우조 지음,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② 목동인 ‘남지르(Namjil)'에게는 날개달린 천마가 있었습니다. 밤이면 천마를 타고 날아가 먼 곳에 있는 애인을 만나곤 했는데요, 이를 질투한 ’남지르‘의 부잣집 주인이 몰래 천마의 날개에 상처를 입혀 놓습니다. 여느 날처럼 천마를 타고 날라가다가 그만 천마는 땅에 떨어져 죽게 되었는데요, 살아남은 ’남지르‘는 죽은 천마의 뼈와 말총, 가죽으로 마두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천마의 날개에 상처를 입힌 사람은 스토리에 따라 ’남지르‘를 짝사랑한 다른 여인, 또는 ’남지르‘와 헤어지기 싫은 애인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날개에 상처를 입은 '남지르'의 천마

 


 ③ 고비사막에 사는 목동 하나가 어느 날 밤 밖에서 이상한 소리들 듣고 잠에서 깨어납니다. 게르 밖으로 나온 목동은 그 소리가 바로 말꼬리가 바람에 휘날릴 때 난다는 것을 깨닫고 악기를 만들었는데, 그 악기가 바로 마두금이라고 합니다.


 ④ 이번에는 말이 아닌 낙타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몽골의 초원에 사는 낙타는 첫번째로 낳은 새끼에게 젖을 잘 안 물린다고 합니다. 그럴 때는 옆에서 마두금을 연주하면 낙타는 눈물을 흘리며 젖을 물리는데, 그 이유가 마두금 소리가 새끼 낙타의 울음소리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옛날 어느 몽골의 부족장이 죽으면서 낙타 100마리를 함께 묻으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신하들은 마을 곳곳을 찾아서 낙타를 찾았는데 99마리밖에 없어서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멀리 떨어진 외딴 집에서 방금 새끼를 낳은 낙타를 찾아냈습니다. 신하들은 새끼를 놔두고 어미 낙타를 데리고 가서 100마리를 채웠구요. 홀로 남겨진 새끼 낙타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구슬피 울다가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 마두금 소리를 듣는 낙타는 눈물을 흘리며 젖을 먹인다고 하네요.

 

 

 

몽골 초원의 마두금 공연

 

 

출처 : 여기는 경마공원 ^^
글쓴이 : 말테우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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