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양귀비 들판"
뒤러 "엉겅퀴를 든 자화상"
엉겅퀴 / 박용래
잎새를 따 물고 돌아서 잔다
이토록 갈피 없이 흔들리는 옷자락
몇 발자국 안에서 그날
엷은 웃음살마저 번져도
그리운 이 지금은 너무 멀리 있다
어쩌면 오직 너 하나만을 위해
기운 피곤이 보랏빛 흥분이 되어
슬리는 저 능선
함부로 폈다
목놓아 진다
길가에 들밭에 흔하게 피는 엉겅퀴는 번식력이 뛰어난 잡초다.
하지만 뿌리는 우엉을 닮아 '산우엉'으로 불리며 '식용'과 '지혈제'로 요긴하게 쓰인다.
6~8월 경 꽃이 피는 데 하얀 머리털이 서로 엉켜 있는 모습 때문에 '엉겅퀴'로 불렀다고 한다.
꽃이 피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그림이 윤 수진 화가의 '엉겅퀴'라면,
그냥저냥 보냈을 마땅치 않은 하루를 보랏 빛으로 흐드러지게 흥분시킨 꽃이 박용래 시인의 '엉겅퀴'다.
잡초로 태어났어도 사랑을 준비한 자리이기에 핀 꽃이다.
그러니 함부로 사는 삶은 없다. 함부로 주어진 삶 또한 없다.
목 놓아 지는 사랑 역시 없다. 목 놓아 피는 사랑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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