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반도 남쪽,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버스로 3~4시간이면 닿는 곳에 자리 잡은 소박한 크기의 항구도시 이름은 ‘말라카’다.
‘믈라카(Melaka)’의 옛 이름이다. 여행객들은 말라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스페인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곳이다.
스페인보다는 오히려 포르투갈과 관계가 깊다.
16세기부터 거의 500년 가까이 겪어야 했던 식민지 역사의 출발점이 바로 포르투갈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말라카 왕국을 멸망시킨 포르투갈에 이어, 네덜란드와 영국이 차례로 이 도시의 주인 행세를 한 것이
20세기 말레이시아 독립 전까지의 일이었으니 그리 유쾌한 인연은 아니다.
말라카 여행의 시작점은 네덜란드 광장에 있는 붉은 벽돌 교회 “크라이스트 처치 믈라카 1753”이다.
구글에 단골로 등장하는 붉은 벽돌담이 워낙 강렬해서 말라카를 여행하면서 이곳을 지나칠 수는 없다.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가면 여기가 유럽 어느 도시인가 싶은 느낌을 주는 운하가 있어,
뱃놀이를 즐기려는 이들에게도 광장은 좋은 출발점이 된다.
도시를 관통하는 뱃놀이의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말라카 운하도 낮보다는 밤에 들러
운하 주변의 불빛 흘러내리는 경치를 보는 것이 백배 나은 선택이다.
광장에서 운하 반대편으로 방향을 잡고 땀 좀 흘리며 오르막을 타다 보면 세인트 폴 교회와 마주친다.
이곳은 말라카 식민지 역사의 상징 같은 곳이기도 하다. 교회는 본디 포르투갈인들을 위한 성당으로 지어졌다.
포르투갈에 이어 말라카를 차지한 네덜란드인들은 이곳을 성당이 아닌 묘지 겸 교회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수백 년 풍파를 겪다 보니 지금은 외벽만 겨우 보존하고 있는 신세다.
말라카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조망은 식민지 점령자들의 욕망의 시선이었을 테다.
지금은 여행자들의 몫이 돼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말라카 파노라마를 제공해 주는 곳이 돼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여행자들은 자연스레 광장으로 모여든다.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에는 현지인들도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중 가장 특이한 볼거리는 온갖 캐릭터와 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빽빽거리는 경적과 대형 파라솔을 장착한 관광 꽃 자전거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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