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California(2024. Feb)

켈리포니아 Death Valley Super Bloom

봉들레르 2023. 1. 15. 21:37

세상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것은 꽃이 만발한 들판일 수도, 푸른 바다일 수도. 울창한 숲일 수도 있다.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불모지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데스밸리 국립공원(Death Valley National Park)이 그렇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이 거대한 계곡은 서반구에서 가장 낮은 곳이자,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외로운 땅 중 하나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이름을 방증하듯 여름에는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치솟고, 어떤 해에는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데스밸리에는 극한의 환경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극적인 비경이 숨어 있다. 날카롭게 솟아오른 벌거벗은 산맥,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골짜기, 찬란하게 빛나는 소금 평야,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사막, 척박함을 딛고 자라나는 생명까지. 데스밸리에 머무는 내내 생각했다. 어쩌면 지옥은 천국보다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데스밸리에는 약 9000년 전부터 원주민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골드러시 시대 서부로 향하던 사람들, 포리 나이너스(49ers)에 의해서다. 죽음의 계곡이란 섬뜩한 이름이 붙게 된 것도 그때부터다. 1849년 겨울, 금을 찾아 솔트레이크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역마차를 끌고 계곡에 들어섰다. 식량과 물은 떨어졌고 한 명은 목숨을 잃었다. 두려움에 휩싸인 사람들은 각자 살길을 찾겠다며 무리를 이탈했다. 남겨진 자들은 이곳이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전 재산과 다름없는 마차를 태워 불을 때고, 말을 잡아 육포를 만들어 간신히 목숨을 연명했다. 절망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그들은 파나민트 산맥을 지나 계곡을 탈출했다. 그때 한 사람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굿바이 데스밸리.”

 

바람이 만든 걸작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미국 본토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이다. 공원 내에 있는 마을이자 관광거점인 스토브파이프 웰스(Stovepipe Wells)와 퍼니스 크릭(Furnace Creek) 지역의 주요 포인트만 돌아봐도 하루가 빠듯하다. 여름은 너무 뜨거워 여행이 거의 불가능하고, 겨울은 온도는 괜찮으나 해가 짧다.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면 충분한 여유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가장 먼저 메스키트 플랫 샌드 듄즈(Mesquite Flat Sand Dunes)로 향한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사막의 모습, 즉 사구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아름다워 공원 내에 형성된 5개의 사구 중 가장 인기가 좋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구에 진입한다. 정해진 트레일은 없다. 바람이 미처 앗아가지 못한 발자국을 따라 걷거나, 스스로 길을 만들며 모래 언덕을 탐방해야 한다. 첫인상은 해변의 모래사장처럼 다소 난잡하다. 자갈이 섞인 모래더미 위로 고사한 메스키트 나뭇가지와 덤불, 수많은 발자국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한참을 걸어도 상상했던 사막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의구심을 품은 채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능선을 몇 번이고 넘는다. 외투는 벗어 던진 지 오래다. 한여름에 왔더라면 언덕 중 하나가 내 무덤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불평도 잠시, 걸으면 걸을수록 깊어지는 사막의 풍경에 감탄이 흘러나온다. 한참을 걸어 가장 높은 모래언덕에 닿았다. 주변은 온통 하얗고 고운 모래의 물결만이 가득하다. 저 멀리 맞은편에는 빗물에 침식돼 형성된 화강암 계곡, 모자이크 캐니언(Mosaic Canyon)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메스키트 사구 역시 여느 사막의 모래언덕과 마찬가지로 바람이 만든 작품이다. 서쪽에서부터 바람에 실려온 모래가 분지에 고립돼 차곡차곡 쌓였다. 그 위로 또 다른 바람이 이리저리 불며 언덕을 조각했다. 모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메스키트 샌드 듄즈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일출이나 일몰 무렵이다. 사막은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빛과 그림자가 교차할 때마다 능선들은 부드럽게 춤을 춘다. 데스밸리는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기도 하다. 사막 한가운데 누워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헤아려 보는 것도 낭만적이다.

한경

캘리포니아에서는 야생화가 갑자기 수백만 개로 피어나는 슈퍼 블룸이 대략 10년에 한 번 발생한다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인 데스밸리에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대규모 꽃밭이 형성되는 ‘슈퍼블룸’(SuperBloom) 현상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