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omestic travel/서울시내

11년째 타국을 떠도는 아프가니스탄의 보물들

봉들레르 2016. 7. 6. 10:38

소련 침공과 내전에 따른 계속되는 혼란으로 각종 문화재들이 약탈당하고 훼손되자,

목숨을 걸고 유물을 지켜온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 직원들은 1988년 당시 모함마드 나지불라 대통령에게

“황금 문화재 등 귀한 문화유산은 대통령궁 아그(Arg)내 중앙은행 금고 안으로 옮기자”고 제안을 했다.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보물들은 열쇠 7개를 모두 넣고 돌려야 열리는 금고 속으로 몸을 감췄다.

7개의 열쇠를 하나씩 품에 넣은 ‘7인의 열쇠지기’ 들도 각자 어디론가 떠나 비밀리에 열쇠를 지켜왔다. 

2003년 12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발표하기 전까지 15년 동안 보물의 존재는 잊혀졌다.

마침내 2004년 4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이 성립되며 안정을 되찾자,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와 국립아프가니스탄 박물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앙은행 금고를 개봉했다.

아프가니스탄의 귀한 2만2607점의 보물들은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231건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특별전을 5일 개최했다.

동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유럽, 남쪽으로는 인도와 연결된 아프간은 예부터 동서 문명 교류의 요충지였다.

아프가니스탄은 동·서문명의 교차로였다. 실크로드의 한복판에 자리했다.

“금이다! 2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고대 박트리아 공주가 우리 눈 앞에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1978년 틸리야 테페 유적을 발굴한 러시아 고고학자 사리아니디가 남긴 『회고록』 중 일부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틸리야 테페에서 당시 유물 2만여 점이 쏟아졌다.

금관·상아 조각·유리병 등 하나같이 화려하고 정교했다. 이집트 투탕카멘 유적 발굴에 비견되기도 했다.

유물은 여성 무덤 5기와 남성 무덤 1기에서 출토됐다. 시신과 함께 묻은 부장품이다.

‘황금의 언덕’을 뜻하는 지명답게 금 공예품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6호 여성 무덤에서 나온 금관이 백미다. 신라 왕관의 ‘원류’로도 꼽힌다

아프가니스탄 특별전은 2006년 파리 기메박물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1개국에서 순회 전시를 이어왔다.

아프가니스탄이 전란에 휩싸이면서 유물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해외 전시를 하고 있다.

한국은 12번째 개최국으로 순회전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기원전 2000년경 청동기시대 유적인 테페 푸롤에서 발견된 기하학 무늬의 황금 잔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인더스 문명의 영향을 보여준다

<1부 테페 푸롤>
1부는 기원전 2천년 경 청동기 시대 유적으로 추정되는 테페 푸롤 지역의 황금 문화재를 소개한다.

아프가니스탄 동북부에 위치한 테페 푸롤은 비옥한 경작지와 청금석 교역 등으로 일찍부터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던 지역이다.

이곳의 문화재들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인더스 문명과의 본격적인 교류를 해왔던 곳이다.


<헤르메스기둥>기원전2세기,석재,아이하눔 출토

 그리스의 자취가 남아 있다

기벨레여신이 있는 둥근판 아이하눔출토


<2부 아이 하눔>
2부에서는 그리스의 영향을 받아 중앙아시아에 세워진 도시 유적 ‘아이 하눔’ 을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신전, 궁전, 경기장, 도서관, 반원형 극장 등 그리스 도시들의 특징뿐만 아니라 그리스어 문자나 신화의 내용도 발견됐다.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원정으로 건립된 아이 하눔 유적에서 나온 유물들에는 그리스 문자가 적혀 있다.

또 이곳에선 페르시아 양식의 건물이 발굴돼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가 혼합된 헬레니즘 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용,인물드리개>1세기,금,틸리야테페 6호분 출토

얇은 금테두리에 달린 영락(瓔珞·구슬 장식물)하며 나뭇가지 모양의 장식을 한 

아프가니스탄의 틸리야 테페 유적에서 출토된 금관은 신라금관과 닮은꼴이다.

물론 세부 형태나 제작 기법은 다르지만 금관이 주는 전체적인 이미지는 통하는 구석이 있다.

400년이나 떨어진 시점과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신라와 문화적 친연성을 볼 수 있어 신기하기만 하다

틸랴테페 출토 금관과 닮은 국립중앙박물관 신라실의 경주 황남대총 북분 출토 금관.

신라 금관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3부 틸리야 테페>

3부에는 ‘황금의 언덕’이라는 의미의 틸리야 테페 유적을 소개한다.

이 유적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유목민 지배층 혹은 사제(司祭)로 추정되는 6기의 무덤이다.

‘박트리아의 황금’으로 상징되는 화려한 부장품들은 정교한 제작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미술양식을 선보인다.

특히 6호묘에서 발견한 금관은 신라의 금관을 떠올리게 하는 매우 의미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리스, 로마, 중국, 인도, 스키타이-시베리아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의 중심에서 활약했던

박트리아 유목민의 광범한 교역 활동과 국제성을 조망할 수 있다.



베그람 출토 유물들은 인도의 영향을 받은 정교한 상아 장식과 화려한 색상의 유리 그릇들이 많았는데

특히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청동 도금된 ‘고르곤·물고기가 있는 둥근 판’이다.

둥근 청동 접시에 가운데는 고르곤(Gorgon·일명 메두사)의 얼굴이 부조돼 있고

 그 주위로 수많은 물고기 모습이 새겨져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얇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고기 지느러미들이 돌출돼 있어 

판을 흔들면 파르르 떨면서 움직이도록 되어있다

<마카라 위에 서 있는 여신>, 1세기, 상아, 베그람 출토

<4부 베그람>

 4부는 쿠샨 왕조의 여름수도로서 번영했던 베그람 유적을 소개한다.

쿠샨 왕조의 여름 수도였던 베그람은 7세기 중국 스님 현장이 기록한 카피시국의 도읍이다.

이곳에서는 1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유리기(琉璃器), 청동기, 석고품(石膏品), 칠기(漆器) 등 다채로운 문화유산이 출토됐다.

이들은 각각 인도, 로마, 그리스, 이집트, 중국 등의 영향을 보여준다.

실크로드와 해상무역으로 번영했던 도시의 모습에서 당시 활발했던 동서 문물 교류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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