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Latvia(2016 Jul)

리가, 시굴다

봉들레르 2016. 3. 24. 08:04

서유럽과 동유럽, 북유럽이 교차하는 '끼인' 운명의 나라, 라트비아는 수많은 문명과 시간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들마저 있는 그대로 품고 있다.

과거를 또렷이 기억하기 위함인지 지리적, 문화적으로 처한 숙명을 부러 채색하지 않는다.

발트의 중심, 라트비아는 그렇게 초라한 듯 진솔하고, 복잡한 듯 화려하다


Riga

발트 3국 중 가운데에 위치한 라트비아는 서유럽과 동유럽, 북유럽의 교차로에 위치한 인구 200만의 소국이다.

지정학적 위치 탓에 지난 천년간 독일, 스웨덴, 폴란드,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이 작은 나라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지켜 왔으며, 강대국의 문화 세례 속에서도 전통문화를 고집스럽게 간직해 왔다.

우리 눈에야 그 전통이라는 것이 다른 유럽 국가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지라도

음식, 의복, 축제, 건축, 이교도 문화 등에 대한 라트비아인들의 자부심은 각별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라트비아가 회자된 것은 영화 <마이웨이> 촬영차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가 8개월간 이 작은 나라에 머물렀다는 정도다.

그러나 우리에게 친숙한 라트비아 노래가 있으니 심수봉이 부른 번안가요 '

백만송이 장미'가 라트비아 노래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흔치 않다.

1981년 구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마리나가 주었네'라는 이 곡은 라트비아 신화에 나오는 마리나를 그리며,

강대국 사이에서 신음하는 라트비아의 운명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의 거리에서 이 노래를 연주하는 악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수많은 라트비아인들이 이 노래를 소중히 간직하며 부르고 있다고 한다.

가슴 속에 백만송이 장미를 간직한 사람들은 지금도 꽃과 노래를 품고 살며,

유럽의 변방이 아닌 발트의 중심으로 라트비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문명의 교차로 '북방의 파리'가 되다

수도 리가의 역사는 라트비아보다 길다. 이탈리아보다 로마가 오랜 역사를 지닌 것처럼 말이다.

1200년경 한자동맹 시절, 수많은 상인들이 리가로 들어오면서 도시가 형성된 것이 시작이었고,

이후 열강들의 침탈과 종교개혁을 거치며 인종과 문화가 복합적으로 섞이게 되었다.

리가의 구시가지에는 이 같은 굴곡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좁다란 길을 따라 걸으면 아주 오래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치는 기분이 든다.

구시가지로 접어드는 길,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높이 5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이다.

1935년, 1차대전이 마무리되고 라트비아가 '아주 잠깐' 해방을 맛보았던 시기에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국민들의 성금으로 세운 기념물이다.

자유의 여신상 앞,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병사들이 관광객을 의식하며 행진을 하는 앳된 모습 속에서 냉전시대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교역 중심지로 융성했던 구시가지 역사지구에 발을 들이니 역사의 페이지가 뒤죽박죽 뒤섞인 듯했다.

13세기 독일식 성당, 14세기에 만들어져 간신히 흔적만 남은 성벽, 17세기 화약탑, 19세기 아르누보 건축양식,

여기에 파리Paris를 연상시키는 노천카페와 식당들까지.

과연 '북방의 파리', '라스베이거스'라는 닉네임이 무색하지 않은 현란한 풍경이었다.

굳이 리가 역사지구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리가가 주는 감동은 즉물적이다.

수차례 파괴와 재건축을 반복한 성베드로 성당1)의 첨탑에 올라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은 치열하고 화려했던 역사를 단번에 증명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이 도시가 굴곡의 역사 때문에 한이 서려 있다거나 어딘가 답답한 기운을 응축하고 있지 않은 것은

도시를 관통하고 있는 다가우바 강과 구시가지 안에 자리하고 있는 푸른 공원 때문인 듯했다.

작은 나라, 작은 도시 리가는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여유가 가득했다. 과거를 애써 채색하려는 강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베드로 성당 앞 흉측하게 파괴된 석상들은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길드 상인들의 모임 장소였던 검은머리 전당처럼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은 원형을 복원해 관리되고 있었다.

외벽공사가 진행 중인 돔 성당2)에서는 오르간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6,768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오르간은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데 그 소리의 웅장함이란 형언할 길이 없었다.

20분간 단 한 명의 오르간 연주자가 들려준 연주는 100명 이상의 오케스트라보다 장엄하고 섬세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이 환상적인 사운드는 성당 안팎을 '성과 속'으로 잘라놓기보다는 리가라는 도시를 찬란하게 비추고 온화하게 감싸는 듯했다.


1)성베드로 성당

1209년에 만들어졌으나 강대국과의 전쟁을 겪으며, 수차례 파괴와 복원을 거친 리가 역사의 산증인이다.

 덕분에 바로크, 고딕,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입장료 3라트를 지불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72m에 이르는 타워에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2)돔 성당 콘서트

발트 3국 중 가장 큰 규모의 성당으로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반드시 감상하는 게 좋다.

1주일에 3회가량 공연이 열리며, 20분간 진행되는 공연 관람료는 5라트. www.doms.lv


●Architecture in Riga

리가 역사지구 내에서는 지난 800여 년간 리가를 스치고 간 다양한 문명과 문화를 건축물과 조형물에서 읽을 수 있다.

 혼돈과 굴곡의 역사 속에서도 예술성을 꽃피운 라트비아인들의 재기발랄함을 감상하는 재미는 라트비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자유여행자를 위한 '리가 카드Riga Card'

리가 여행을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리가 카드'. 주요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렌터카 할인, 시티투어 버스 50% 할인은 물론 유명 식당과 호텔 결제시에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1일권이 12라트, 2일권은 14라트, 3일권은 18라트이며, 웹사이트(www.rigacard.lv)에서 구매하거나,

리가국제공항, 리가 관광안내소 및 주요 호텔, 호스텔에서 구매할 수 있다.

Food: 라트비아의 음식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큰 개성이 없다.

훈제 생선이나 고기 요리와 낙농제품, 감자, 계란, 곡물 등을 주로 먹는다.

Souvenir라트비아는 물가가 다소 비싸고, 백화점, 아웃렛 등이 많지 않은 탓에 쇼핑에 좋은 나라는 아니다.

기념선물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발트 지역에서 많이 나는 호박이다.

잘만 흥정하면 목걸이나 팔찌를 5라트 이하에도 구매할 수 있다.

Hotel리가에서 호텔은 구시가지 주변에 잡는 게 좋다.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래디슨블루 라트비아Radisson Blu Latvia는 접근성이 탁월하고,

유명 스파 브랜드인 에스파ESPA가 입점해 있다. 구시가지 내부에 숙소를 잡고 싶다면 구텐베르그Gutenbergs 호텔이 좋다.

중세풍 인테리어와 옥상에 위치한 카페의 풍경이 일품이다.




Sigulda

산책하기 좋은 라트비아의 스위스 '시굴다'

리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53km 떨어진, 비제메 지역에는 라트비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가우야국립공원이 위치한다.

가우야Gauja 강이 유유히 흐르는 거대한 국립공원 안에서도 중세의 고성들이 있고,

스펙터클한 자연 풍광 속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시굴다Sigulda는

라트비아인들에게 '여름 수도'라 불릴 정도로 명성이 높은 지역이다.

라트비아에서 유일하게 스키를 탈 수 있고 봅슬레이 등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동굴과 굽이치는 계곡으로 즐길 게 많은 탓에 '라트비아의 스위스'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다.

시굴다는 지역 이름이기도 하지만 1207년에 지어진 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현재 시굴다성을 포함해 3개의 대표적인 성이 남아 있는데 이 성들을 관람하며, 휴양림 속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시굴다성은 18세기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후, 지금은 여름철 야외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신 시굴다성은 19세기 만들어져 현재는 의회로 쓰이고 있다. 13세기에 만들어진 크리물다Krimulda성 또한 폐허로 남아있지만,

1897년에 만들어진 영주의 매너하우스는 지금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며 요양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비교적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투라이다Turaida성은 시굴다에서도 가장 볼 것이 많은 성으로 꼽힌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뭉툭한 모양의 메인타워는 잦은 전쟁 때마다 주민들의 피난처로 활용되었다.

38m 높이에 내부는 5층으로 이뤄진 독특한 건축양식을 자랑한다. 투라이다성 일대는 박물관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구소련 시절 만들어진 거대 석상과 루터 교회, 여름철 축제로 유명하다.

한편 리가에서 서쪽으로 15km만 달리면, 구소련 시절 공산당 간부들이 즐겨찾던 해변 휴양지 유르말라가 나온다.

한국계 러시아인 가수 빅토르 최가 교통사고 죽은 곳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수준 높은 스파 시설을 갖춘 리조트가 많다.

속초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여름철이면 깨끗한 백사장에 해변을 끼고 있는 리조트를 찾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TOP 10 Europe’s Best Big-Time Small Destinations 2014

1. Ribe (Denmark)

2. Obidos (Portugal)

3. Sigulda (Latvija)

4. Mostar (Bosnia & Herzogovina)

5. Ohrid (Macedonia)

6. Bled (Slovenia)

7. Positano (Italy)

8. Ericeira (Portugal)

9. Ronda (Spain)

10. Hallstatt (Aust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