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omestic travel/제주

물위에 떠 있는 노아의 방주

봉들레르 2014. 1. 25. 14:47



http://www.bangjuchurch.org/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방주교회. 마치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재일교포인 이타미 준(유동룡)의 작품이다

 

 

 

 

 

 

 

 

 

 

 

 

 

 

 

  

 

 

 

 

건축가의 가슴으로 만든 교회


한라산의 방주는 진짜 배가 아니다. 방주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든 교회 건물이다.

제주 방주교회는 사면이 얕은 연못으로 둘러싸여 흡사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교회는 2010년 한국건축가협회상(올해의 건축 Best 7)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재일교포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1937∼2011)이 방주교회를 만든 사람이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일 때문에 일본 예명을 썼지만, 평생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한국 여권을 갖고 다녔다.

1968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는 한국의 전통 건축에 매료됐다. 이후 한국의 전통 건물처럼 자연미를 담은 많은 건축물을 국내외에 남겼다.

또 한국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책을 여러 편 펴내기도 했다. 프랑스 최고의 문화훈장인 슈발리에상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김수근문화상,

일본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무라노고도상 등을 받았다.

방주교회는 별장단지(비오토피아) 옆에 자리하고 있다.

지역 내에 교회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한 사업가의 기부가 교회 건축의 계기가 됐다.

건축주는 교회 건축에 개입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건축가의 뜻대로 자유롭게 구상됐다.

자연의 소재인 흙 나무 철 등을 즐겨 사용한 이타미 준의 건축은 방주교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무기둥에 철 지붕을 덮어쓴 교회는 제주의 오름들 사이에서 목가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타미 준은 생전에 “건축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자연은 내 가슴 깊은 곳으로 흘러들어오는 듯하다.

멀리 있는 산방산과 바다는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렇게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건물이 있을까.

그도 교회를 세우기 전 이곳에 서서 나처럼 비 갠 아침 풍경을 느꼈을 것만 같다.

이타미 준은 2011년,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골은 고국으로 돌아와 절반은 아버지의 고향인 경남 거창에, 나머지는 마음의 고향인 제주에 뿌려졌다.

이제 그는 갔지만, 그의 철학이 담긴 건물은 오롯이 남아 많은 사람을 맞이하고 있다.

 그가 남긴 아름다운 교회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준다. 이것이야말로 건축가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행복을 실은 배


이미 150여 명이 들어가는, 크지 않은 예배당에 들어서면 마치 방주에 승선한것같다.
작은 예배당을 둘러싼 나무기둥과 유리 커튼월(칸막이벽)이 깔끔한 조화를 이루고,

 창으로는 연못에 반사된 햇빛이 찰랑거리며 안으로 스며든다.

그 빛은 예배당 천장까지 물결의 흔들림을 만들어낸다.

 바람이 불면 물빛이 찰랑거려 방주는 제주의 산 중턱을 부드럽게 순항한다.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이타미 준 [伊丹潤]

한국 이름은 유동룡(庾東龍)으로, 이타미 준은 필명(筆名)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부모님 슬하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1964년 무사시공업대학[武藏工業大學, 지금의 도쿄도시대학(東京都市大學)]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 한국 땅을 밟은 뒤 한국의 민화와 고건축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조선 민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이조민화〉·〈이조의 건축〉(1981)·〈조선의 건축과 문화〉(1983)·

〈한국의 공간〉(1985) 등을 집필하는 한편, 한국의 전통미와 자연미를 살린 건축물을 지었다.

1988년 서울 방배동에 자신의 아틀리에인 '각인의 탑'을 설계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98년 재일교포 사업가 김흥수가 제주도 핀크스(PINX) 클럽하우스 설계를 의뢰하여 제주도와 인연을 맺었다.

2001년에는 핀크스 리조트 단지 안에 포도송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지붕 아래

제주의 전통가옥을 옮겨놓은 듯한 포도호텔을 설계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물·바람·돌 미술관(2004), 두손 미술관(2005), 비오토피아 타운 하우스(2008) 등을 설계했으며,

 2007~08년에 일본 민예관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2009년부터는 제주영어교육도시 개발사업 관련 건축 총괄책임자로 활동했다.

2003년 프랑스 국립미술관인 기메 박물관에서 건축가로는 최초로 〈이타미 준, 일본의 한국 건축가〉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돌·흙·나무·철 같은 토착적 소재와 색과 빛을 기초로 한 건축미를 강조한 작품들로 '현대미술과 건축을 아우르는 작가'라는 찬사를 얻었다.

2005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인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고, 2006년 김수근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일본의 권위 있는 건축상인 무라노 도고[村野藤吾]상을 수상했다.

 

이타미 준의 건축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으로 꼽은 제주의 포도 호텔.

지평선의 한 부분처럼 대지 위에 겸손한 자세로 한껏 몸을 낮추었다

 딸 유이화 씨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며,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던 홋카이도에 있는 석채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