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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계단

봉들레르 2025. 2. 20. 15:54

1 오스트리아 고사우캄(Gosaukamm) 야곱의 사다리(Jacob’s Ladder)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로도 유명해 우리에게는 익숙한 장소이다. 문제의 무시무시한 장소는 할슈타트에서 불과 10km 떨어진 고사우캄 봉우리의 ‘야곱의 사다리’인데 약 40m의 사다리가 수직으로 설치돼 두 봉우리를 잇는다.

첫 발걸음을 떼는 발걸이부터 끝나는 발걸이까지 공중에 떠 있으니 뛴다면 많이 흔들릴 것이고 안전 장치는 애초부터 없었기에 의지할 곳은 없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다른 별칭으로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이라고 불리는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사다리를 오르고 나면 알프스산 어디를 올라도 볼 수 없는 절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니 오해하지 말자. 원한다면 등반 강습도 있으니 시간을 알아봐도 좋다.

2 스페인 말라가 왕의 오솔길(El Caminito Del Rey)

스페인 최남부 도시 말라가에도 유명한 ‘천국의 계단’이 있는데 초로 폭포와 가이타네호 폭포 사이의 절벽을 잇는 ‘왕의 오솔길’이란 곳이다. 이곳은 1901년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만든 좁은 잔도로서 총 길이는 약 7.7km이고 이 중 우리에게 알려진 구간은 2.9km 가량에 해당된다. 수력발전소가 완공된 후 당시 스페인 국왕이었던 알폰소 13세가 이 길을 지나간 후 ‘왕의 오솔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실제론 절벽에 철골을 박아 뼈대를 만들고 콘크리트로 듬성듬성 마무리한 임시길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이들이 이곳을 도전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후 용감한 사람들이 꼭 거쳐야 하는 ‘핫플’로 떠오르게 됐다. 결국 인명 사고까지 터지는 바람에 2000년대 폐쇄됐다가 2009년 안달루시아 지방 정부에서 이 길을 복원하기로 결정했고 2015년 초 지금의 비교적 안전한 모습으로 재개방했다. 지금은 안전해서 시시하다고? 위에 보이는 사진들이 2015년 이전이 아니라 이후 사진들이다.

3 미국 하와이 하이쿠 계단(The Haʻikū Stairs)
미국 하와이 쿠라우 산맥의 하이쿠 계단은 총 3922개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은 1942년 미국 해군이 주둔 당시, 통신 전선을 설치하기 위해 건설한 곳인데 사실상 전쟁 목적으로 빨리 짓다 보니 안전 장치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때, ‘천국의 고속도로’라고도 불렸는데 사진을 보면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나 모험을 좋아하는 ‘프로 모험러’들이 이곳을 등반하면서 유명해졌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1987년 공식적으로 폐쇄됐고 계단 중간중간에 경호원이 배치돼 있다. 만약 이곳을 오르다 적발되면 최소 1000달러(한화 1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럼 요즘 사진들은 어떻게 돌아다니는지가 궁금할 텐데 놀랍게도 모두 불법 침입과 도촬로 이뤄졌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지난 2019년 하와이 시에서 하이쿠 계단을 관광지로 오픈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래도 안 가겠지만.

 

4 중국 후아산 장공잔도(Plank Walk)
이쯤에서 ‘이런 순위 기사에 나와야 할 나라가 있을 텐데’란 생각을 했다면 기대해도 좋다. 바로 중국 시안 서쪽 1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후아산의 장공잔도이다. 후아산은 중국을 대표하는 험한 산, ‘5악’ 중에서 서악에 해당하는데 산 이름만 들어도 벌써 험악한 기운이 감돈다. 장공잔도는 해발 2160m의 남봉의 일부 등산로를 지칭하는데 바위에 홈을 판 다음 널판지를 설치하고 쇠로 된 로프를 잡고 걸어가면 된다. 경사는 90도에 가까운 수직이라서 사실상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어오르는 것에 가깝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장공잔도에는 친절하게도 생명줄, 즉, 안전 로프가 있다.

5 노르웨이 쉐락볼튼(Kjeragbolten)
이름은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이름과 비슷해 달달할 것 같지만 직접 보면 절대 만만치 않은 곳이다. 쉐락볼튼은 해발 984m 쉐락산 절벽의 ‘바위(bolten)’란 뜻으로, 빙하 속 깊이 갈라진 절벽에 낀 둥근 바위를 지칭한다. 대략 설악산 흔들바위 쯤으로 생각하면 속 편하겠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흔들바위는 직접 흔드는 사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산 아래 지나가는 사람이 무서움을 느끼는 거고 쉐락볼튼은 그 바위에 직접 올라간 사람이 무섭다는 점이다. 요즘엔 세계에서 가장 아찔한 인스타그램 명소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을 위해 돌 위에 직접 오르는데 그러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쉐락볼튼은 노르웨이의 3대 트래킹 코스 중 하나로서 왕복 10km의 구간을 걸으며 피오르드 협곡 등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