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풍계곡(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깎아지른 병풍협곡, 계곡을 적시는 풍부한 옥수(玉水),
특별하게 길이라고 할 것도 없고 걸어가면 곧 길이 되는 곳.
사람 손때가 묻지 않은 이 천연 계곡은 깊이 들어갈수록 은밀하고 짜릿하다.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짙은 색의 용소(龍沼)는 차례차례 등장하며 주변과 어울려 선계(仙界)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던지고 계곡에 뛰어들어 대자연에 몸을 섞고 싶은 충동,
이곳에서 이성(理性)은 시험대에 오른다.
(길을 찾는 사람들 지음 <강원도 걷기여행-덕풍계곡 트레킹> 중에서)
덕풍계곡은 삼척시의 응봉산에 들어있다. 해발 999m의 중급산이지만 바위가 많고 골이 깊어 속살을 보기가 힘들었다.
이 산 중턱에 덕풍마을이 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이 마을은 진짜 오지였다.
외부에서 약 8km의 계곡을 거슬러 올라야 마을의 굴뚝이 보인다.
계곡에는 희미한 길이 전부였다. 지게를 지고 걷고, 물을 건너고, 가파른 곳에서는 기어서 마을에 들어갔다.
마을은 수백 년 전부터 있었다는데,
처음 이 곳에 자리를 잡은 조상은 병적인 인간 기피증의 소유자였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접근이 어려웠다.
21세기가 되면서 이 마을로 길이 났다. 사람이 걷기 편해진 것이 아니라 차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길이다.
청정한 오지의 아름다움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덕풍계곡은 삼척시가 '기대하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조상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었을까. 태풍 루사는 그 길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길 뿐만 아니라 그림 같던 계곡도 엉망으로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조상처럼 응봉산의 봉우리들을 넘고 넘어 겨우 외부와 교통해야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덕풍계곡은 완전히 모습을 되찾았다.
길이 다시 놓인 것이 진정한 '제 모습'인지는 모르겠으나, 외부인들은 다시 덕풍의 청정자연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덕풍마을까지 이르는 약 6km 계곡길은 트레킹 코스이다.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마을에 닿는다.
마을은 산 속 분지에 자리를 잡았다. 깊은 골짜기 안에 이렇게 넓은 분지가 있다니. 우선 감탄이 터져 나온다.
덕풍계곡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응봉산을 오르는 계곡이다.
골짜기는 갑자기 바위 벽으로 바뀐다. 그 바위 벽 아래로 사람 하나가 다닐만한 길이 나 있다.
약 2㎞을 오르면 제1 용소. 일반인은 여기까지가 끝이다. 그 위로는 본격적인 암벽등반 코스이다.
다시 1.5km 지점의 제2용소는 트레킹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덕풍마을에서 제2용소까지는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어서 초보자들도 수월하게 계곡을 탐방할 수 있게 돼있다.
그 위로 제3용소까지 뻗은 계곡의 반석지대는 장장 3km에 이른다.
수많은 폭포와 깊은 소들이 산재한 이 계곡은 아마추어 등산인들에게는 매우 모험적인 산행지로 알려져 있다.
용소골은 무인지경의 원시림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지대다.
몇몇 전문산악인들만 끼리끼리로 찾을 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곳의 자연은 전인미답의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진덕왕 때 의상대사가 이곳에 와서 나무로 만든 기러기 세 마리를 날린 즉,
한 마리는 울진 불영사에 떨어지고 또 한 마리는 안동 흥제암에 날아가고,
또다른 한 마리는 이곳 덕풍 용소에 떨어졌는데 그로 하여금 용소골 일대는 천지의 대변혁이 일어나
오늘과 같은 아름다운 산수의 조화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준비물]
윈드재킷, 우비, 몰에 젖은 경우 갈아입을 따뜻한 여벌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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