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 무안JC-무안공항IC-현경면(24번국도)-지도 점암선착장. 점암-임자 철부선 이용(1시간 간격, 20분 소요)
2007년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후 생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신안증도와 더불어
신안군의 대표적인 섬으로 알려진 `임자도`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 섬으로,
모래가 많은 사질토에서 깨가 많이 생산돼 `임자(들깨)도`라고 이름 붙었다.
임자도를 둘러싼 서쪽 바다에는 작고 고운 모래층이 많은데, 이곳에서 새우가 잘 자란다고 했다.
그 새우를 먹는 것이 민어·병어다. 7월에 찾은 임자도가 특별한 이유는 신안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민어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말부터 8월까지 제철을 맞아 기름이 맛있게 오르는 민어는 조선 시대 양반들이 여름 보양식으로 먹었을 만큼 귀한 음식이다.
민어는 활어보다 선어가 더 맛있다.
몸 길이가 30㎝~1m, 무게 15㎏에 이르는 당당한 생김새와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쫄깃한 맛에 가히 `명품`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중에서도 부레살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서 단연 최고의 부위로 정평이 나 있다.
드라마 `식객`에서조차 민어 부레 요리로 음식의 대가를 결정하는 장면이 있는 걸 보니 별미 중 별미인가 보다.
회로 쳐서 입맛에 따라 고소한 참기름, 깔끔한 강된장과 함께 먹고 얼큰한 매운탕으로 마무리하니
입 안에서 남도의 바다가 펼쳐지는 듯하다. 임자도의 민어는 보통 회와 매운탕을 합쳐서
한 상에 8만~10만원 정도 한다.
민어뿐 아니라 새우젓도 이름나 있다. 이름난 곳은 전장포.
6월이면 담는 새우젓이 '육젓'. 하얀 모래밭에서 자라 육젓도 하얗다.
이 포구는 어민들의 애환(哀歡)이 세월과 함께 곰삭은 곳. 곽재구 시인의 '아리랑 전장포 앞바다에 웬 눈물방울 이리 많은지'로
시작하는 '전장포 아리랑' 무대다. 전장포구 곳곳에서 어민들은 황석어 등 잡어들을 말리고 있었다.
새우젓이 이름나는 데는 소금도 한몫하고 있다. 임자도에는 햇볕과 바람으로 만드는 천일염 밭이 많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갯벌 천일염 프랑스 게랑드소금에 비해 미네랄 성분이 더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은 모래사장이다.
임자도의 대표 관광지 대광해수욕장은 길이가 12㎞나 되는
국내 최대 백사장을 자랑하는 해수욕장으로 걷는 데만도 3시간이 족히 걸린다.
또 대광해수욕장은 국내 유일의 해변 승마가 가능한 곳으로 2007년 국내 최초로 임자 국제 해변 승마장을 개장했다.
바닷물과 바람의 영향이 컸는지 임자도에는 경관이 많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쪽에 전설 속에 용이 나왔다는 용난굴이 있다.
150m를 걸어야 반대쪽 출구로 나갈 수 있는 바위굴이다. 이 바위굴에 해변 양쪽 바위산이 감싸는 아담한 해변(어머리해수욕장)이 있다.
또 대둔산 남쪽 은동마을 앞에도 낙조가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이 자연의 섬에 유배자가 있었다. '외로운 섬에 떨어져 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산과 고목, 안개, 공기뿐. 필묵으로 울적한 마음을 쏟았다.
' 한양에서 졸지에 섬으로 쫓겨왔던 조선 후기 화가 조희룡(趙熙龍·1789~1866)은 이렇게 썼다.
이 흑암리 오두막집에는 '갈매기들이 찾아와 우짖고' '거친 산과 찬 구름'이 감싸고 있었다.
임자도에서 '조선의 산수(山水)'를 보고 눈을 떴다. 1851년부터 3년 동안이었다.
그는 중국풍의 '남종 문인화'를 따르지 않고, 조선 산천의 색깔을 구현한 '조선문인화'의 세계를 열었다.
사람들이 사는 네 개의 섬에다 무인도 60개가 바다 위에 떠 있다.
우봉은 1789년 생으로 추사보다 3년 뒤에 태어났다. 글씨 쓰기와 난 치는 법을 추사에게서 배워 수제자로 인정받았다.
추사는 55세 때 윤상도 옥사사건에 연루되어 제주로 귀양을 갔으나 우봉은 63세에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되어
이곳 임자도로 귀양 와 3년을 바닷가 오두막에서 기거했다.
추사는 서귀포 대정읍 동문가에 탱자나무 울타리가 사방에 둘러쳐진 곳에 위리 안치되었고,
우봉은 파도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뿐인 이흑암리(당시 흑석촌)란 곳에서 갇혀 살았다.
우봉은 열정과 광기를 지닌 화가였다. ‘미치지 않으면(不狂) 미치지 못한다(不及)’는 진리를 일찍 터득했다.
스승인 추사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서권기 문자향’(書卷氣 文字香)을 신봉했지만 우봉은 ‘그림과 글씨는 손끝에 달린 것이다.
손재주가 없으면 종신토록 배워도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며 손기술인 수예론과 그림 그리는 자체를 즐기는 유희론을 주장했다.
추사는 서권기 문자향을 가슴에 담아 그 정신이 화가의 창자와 뼛속으로 스며든 후에 기운이 손가락으로 흘러나와
그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중국 이론을 그대로 추종했다. 그러나 우봉은 중국 화법이 추구하는 이념과 기법을 따르지 않았다.
당시 모든 이의 눈에 익은 진경산수를 기존 방식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다만 조선의 산과 강을 조선 산수화로 그렸을 뿐이다. 우봉 그림의 뼈대는 ‘불긍거후’(不肯車後)의 정신이다.
‘앞서 가는 남의 수레 뒤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표절과 모사 모창이 판치는 이 시대에 경종이 될 만한 선지자적 업적이다.
추사는 제 길을 걷고 있는 우봉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조희룡 같은 무리는 나에게 난치는 법을 배웠으나 끝내 그림 그리는 법칙 한길을 면치 못했으니 그의 가슴속에 문자향과 서권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추사가 그의 서자 김상우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고 하니 멘토를 따르지 않는 멘티에게 많은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오히려 우봉은 자신을 따르는 동료와 후배들을 규합하여 벽오시사(碧梧詩社)를 결성하여 그의 화풍을 흔들림 없이 이끌고 나갔다.
허균과 이덕무도 우봉을 따랐으며 후배 화가 유숙에게 배운 괴짜 화가 오원 장승업도 그림 속에서 우봉의 맥을 이어 명품 매화도를 완성해 냈다.
조희룡의 매화도
추사와 흥선 대원군이 난초의 달인이라면 우봉은 매화의 귀재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있듯이 매화 그림에 관한 한 추사도 우봉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도 ‘완당평전’에서 “우봉은 완당 일파 중에서 최고의 화가이며 산수와 매화는 추사를 앞지른다”고 말하고 있다.
우봉은 방에 매화 병풍을 항상 두르고 살았으며 매화차를 마시며 매화벼루에 먹을 갈아 매화 그림과 매화시를 지었다.
자신이 살던 집을 유배 초창기엔 ‘만구음관’(萬鷗吟館`1만 마리의 갈매기가 우짖는 집)이라 했지만 섬 생활에 익숙해지고는 ‘매화백영루’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임자도엔 유배지 바닷가에서 거칠고 찬 구름 그림(황산냉운도)을 그리면서 고독을 씹고 살았던 우봉의 오두막 터가 있다.
우봉의 유배지에서 나는 정호승 시인의 ‘하늘의 그물’이란 시가 우봉의 춥고 시린 마음 한 자락을 덮고 있는 것 같아 몇 번이나 그 시를 읊조렸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아무도 빠져 나가지 못합니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둘 떼지어 빠져 나갑니다.”
임자도에 들리면 우봉의 오두막 터에 막걸리 한 상 차려두고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한 채’로 시작되는
‘클레멘타인’을 남도 창(唱)하듯 흐느적거리며 불러봄직하다. 귀양살이에 지친 영혼을 위로해 보은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전장포 아리랑
- 곽재구
아리랑 전장포 앞 바다에
웬 눈물 방울 이리 많은지
각이도 송이도 지나 안마도 가면서
반짝이는 반짝이는 우리나라 눈물 보았네
보았네 보았네 우리나라 사랑 보았네
재원도 부남도 지나 낙월도 흐르면서
한 오천 년 떠밀려 이 바다에 쫓기운
자그맣고 슬픈 우리나라 사랑들 보았네
꼬막 껍질 속 누운 초록 하늘
못나고 뒤엉킨 보리밭길 보았네
보았네 보았네 멸치 덤장 산마이 그물 너머
바람만 불어도 징징 울음 나고
손가락만 스쳐도 울음이 베어나올
서러운 우리나라 앉은뱅이 섬들 보았네
아리랑 전장포 앞 바다에
웬 설움 이리 많은지
아리랑 아리랑 나리꽃 꺾어 섬그늘에 띄우면서
산행코스
A1코스 : 원상리-대둔산(319m)-부동재-삼각산-장목재-불갑산-벙산-대광해수욕장(16km 5시간 30분)
A2코스 : 장목재-불갑산-벙산-대광해수욕장(7km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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