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abroad./Laos(2013.Feb.)

에메랄드 불상을 보는 시각차

봉들레르 2013. 4. 9. 13:10

 

 

 

   
▲ 파 탓 루앙(Pha That Luaung)은 라오스 불교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라오스의 첫 번째 왕국 란 창은 루앙프라방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에 못지않게 남쪽에 위치한 비엔티엔도 수도에 버금가는 도시로 발전하고 있었다.

불교중흥의 왕으로 불리는 포티사랏 왕(Phothisarat, 1520~1547)은 비엔티엔에도 왕궁을 짓고

그곳에 머물며 정치를 하였는데, 이는 주변국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야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티사랏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세타티랏 왕(Sethathiart, 1547~1571)은 1563년에

왕국의 수도를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엔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비엔티엔은 변방도시에서 정치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즈음 비엔티엔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보물로 여기는 에메랄드 불상(Pro Keo)을 이운,

안치하면서 라오스 불교의 중심으로 자리하게 된다. 1566년 세타티랏 왕은

비엔티엔이 세계 불교의 중심임을 알리는 높이 45m의 거대 불탑을 건설한다.

이 불탑이 현재까지 라오스불교의 상징이면서 초기 라오스불교문화를 대표하는

황금색 대탑 파 탓 루앙(Pha That Luaung, 위대한 불탑)이다.

이 불탑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머리카락과 갈비뼈)가 봉안돼 있어 가장 존귀한 불탑으로 추앙받고 있다. 

특히 신비한 에메랄드 불상 덕분에 왕국의 여러 종족들을 규합, 더욱 강력한 불교 왕국으로 발전하였다.

당시 수도였던 비엔티엔에는 80여개가 넘는 거대 불교사원들이 건립되었는데,

이때 조성된 불교유적들은 루앙프라방 시대와는 다른 양식과 형태로 조성되었다.

루앙프라방의 사원들이 작지만 섬세하고 화려한 무늬로 장엄하였다면,

비엔티엔 사원들의 조각은 더욱 섬세하고 규모 또한 커졌다.

또 극히 일부에서만 사용되던 벽돌을 이용해 세운 불탑의 외부를 금으로 덧칠하고,

그 주변에 회랑을 만들어 더욱 장엄하게 조성하였다.

 

 

▲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왓 시사켓(Wat Si Saket)은 라오스 불교건축의 백미로 손꼽힌다.

태국에 의해 비엔티엔이 두 번이나 불바다가 됐지만 사원은 보존되었다.


그리고 탑을 중심으로 네 방향에 각각 큰 규모의 목조사원을 건립, 목조각 또한 화려하게 새겼다.

불교사원들은 왕실의 권위를 나타내면서 강력한 왕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역할을 하였다.

발전을 거듭하던 비엔티엔은 왕위계승문제로 루앙프라방과 참파삭(Champasak)으로 분리되면서 발생한

 세력 간 대립으로 인해 급격하게 쇠락하게 된다. 이러한 세력의 약화는 주변국의 침입을 불러왔고,

그에 따라 불교사원에 보관돼 있던 유물들이 약탈되고 파괴당했다.

이후 비엔티엔이 부활한 때는 왕국이 분열된 지 한 세기가 지난 뒤에 등장한

아노우 왕(Anou, 1804~ 1827)이 즉위하면서부터다.

아노우 왕은 불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아 주변세력을 통합해 나가면서 잃어버렸던 영토와 자존심을 되찾기 시작하였다.

그는 여러 주변국의 침입으로 소실된 불교사원을 복원했다.

현재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왓 시사켓(Wat Si Saket)도 이때 건설되었다.

1819년부터 1824년에 건설된 왓 시사켓은 비엔티엔 후기 불교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또한 이때 태국의 침공으로 약탈되었던 프라방(Pra Bang) 불상과 에메랄드 불상을 되찾아와 안치하면서

다시금 비엔티엔은 불교의 중심지가 되었고 주변국에서 수많은 승려들이 방문하는 순례지가 되었다.

그러나 비엔티엔의 영화는 여기까지였다. 재차 침입한 태국은 라오스 왕국의 상징이던 두 불상을 다시 약탈하여 가져갔고,

수도를 완전히 불태워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비엔티엔이 불바다로 변해 도시로서의 존재마저 잃어 버렸지만,

수많은 목조사원들은 목숨을 걸고 지킨 라오스 승려와 불교신자들의 노력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프라방 불상은 루앙프라방을 떠난지 14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에메랄드 불상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아직도 방콕의 에메랄드 사원에 안치되어 그곳의 보물로 자리하게 되었다.

아직도 에메랄드 불상이 안치되었던 호 파케오(Ho Phako)사원에는

에메랄드 불상이 돌아와 안치 될 수 있도록 바라는 염원을 담은 수많은 불상들이 전시돼 있다.

비록 라오스의 자존심과도 같은 에메랄드불상은 없지만,

아직도 비엔티엔은 불교의 중심으로 자리하면서 오늘도 사원의 독경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불상을 전시해 놓은 호 파케오(Ho Phako)사원은 원래는 왕실사원으로 에메랄드 불상을 안치하기 위해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