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투데이 김영렬 기자 = 인도차이나반도 대부분의 국가는 아열대성 기후로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라오스를 비롯해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에 위치한 나라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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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도 쉬어가는 땅 라오스 최북단 퐁사리 전경. 멀리 주정부청사가 보인다. [사진/아세안투데이DB] | 이런 계절적 특성으로 건기에는 걸어 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햇볕이 온 종일 내리쬔다. 그나마 라오스는 자외선은 많지만 습도가 적은 편이어서 폭우가 쏟아지는 우기에도 끈끈함이 덜하다.
보통 사람들은 라오스가 일 년 내내 더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념일 뿐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다.
안남산맥과 가까운 북동부 후아판주(州)는 높은 고도로 12월부터 2월 초까지는 수은주가 뚝 떨어져 추울 정도다. 또 후아판 길목인 씨엥쿠앙주(州) 주도인 폰사반은 도시 전체가 해발 1,100m로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차갑게 다가온다.
이곳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높게는 1,500m에 위치한 마을도 있다. 이 고지대 마을들은 아침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져 새벽에 불을 지피지 않으면 움직이는 것 조차도 편치 않을 정도다.
또 라오스 최북단에 위치한 퐁사리(Phongsali)는 위도가 높은데다 1,200m의 고지대여서 우리나라 처럼 계절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산간지방에서는 얼음이 얼 정도로 동남아 아열대기온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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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 정상에 도시를 조성한 탓에 골목이 가파른 편이다. 옛 우리나라의 풍경과 많이 닮았다. [사진/아세안투데이DB] |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4월 중순에도 퐁사리는 비엔티안이 가장 추운 날씨보다도 더 수은주가 내려가 아침기온이 섭씨 12도 내외를 가리킨다. 추위에 강하다고 자부하는 한국인도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어야 할 정도다.
퐁사리는 비엔티안을 출발해 13번 국도를 따라 루앙프라방까지 10시간, 다시 110Km 떨어진 빡몽(Pakmong)을 지나 우돔싸이(Udomxay)까지 5시간이 더 걸린다. 그곳에서 2번 국도를 따라 북으로 가다가 신싸이(Sinsay) 삼거리에서 1번국도로 도로를 갈아타고 험난한 자갈길로 들어선다. 이 신싸이 삼거리부터 문제의 구간으로 총 170Km구간 중 약106Km가 비포장도로다. 평평한 비포장이 아니라 주먹만한 돌로 된 자갈길이다.
최대속도 30Km이상 달릴 수 없는 이 길을 따라 퐁사리까지 9시간. 가는 중간에 원주민 마을을 기웃거리며 구경이라도 하면 하루가 부족한 여행길이 된다. 비엔티안에서 아무리 빨리 가도 24시간, 버스로는 28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런 악조건 때문에 우돔싸이에서 하루 쉬고 이튿날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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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퐁사리 입구 본느아에 위치한 공항이다. 외부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부정기선을 운항하고 있다. [사진/아세안투데이DB] | 신싸이 삼거리에서부터 풍사리 구간에서 만나는 차량은 손에 꼽을 정도다. 퐁사리는 남부인 비엔티안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오히려 중국으로 올라가는 길이 양호하고 훨씬 수월하다.
비행기로 1시간 남짓한 거리를, 자동차로 24시간 이상 가야하는 여정은 때로 불편할 때도 있지만 신천지를 찾아가는 개척자처럼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라오스는 국도와 주요 지방도로에는 우리나라 비석처럼 만든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정확하게 1Km마다 세워진 이 이정표가 없는 주요도로는 후아판(Houaphan)주 푸라오(Phou Lao)에서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주 빡몽(Pakmong)구간과 퐁사리주 신싸이(Sinsai)부터 퐁사리 본느아(Bounneua)까지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듯 소외된 퐁사리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날씨처럼 이국적인 특징이 또 있다. 유난히 눈에 띄는 한문 간판이 여기가 라오스 맞는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중국 냄새가 물씬 풍긴다.
다른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열심히 배운 라오스 말이 썩 잘 통하지 않는 지역이 퐁사리다. 시장에 좌판을 벌인 사람들도 중국인들이거나 중국계 라오스사람들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자신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라오스 말을 겨우 구사하는 필자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도시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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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본 돌 보도블럭이 깔려있다. 이곳은 밀려드는 중국인들로 라오스가 맞나 착각이 들 정도다. [사진/아세안투데이DB] | 중국에서나 보았던 돌로 조성한 보도블럭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 여행객들의 입맛에 맞춘 음식점 메뉴판도 한문으로 표기되어 있다.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야채나 과일은 라오스 도시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북부 우타이(Outhai)를 거쳐 중국으로 팔려 나간다. 이처럼 경제 권역이 다른 것은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지만, 소비층이 라오스보다 더 많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퐁사리는 도시 전체가 가파른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건물이나 주택이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높낮이가 심한 도로를 따라 걸으면 때로 등산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런 퐁사리는 전력사정이 여의치 않아 밤마다 제한 송전을 실시하고 물 부족으로 급수도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 불편할 뿐 조용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구름속의 도시다.
퐁사리 주민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쳐흐른다. 이웃한 중국 상인들의 집중매집에 따른 영향으로 농산물생산이 해마다 증가하고, 도시 규모와는 다르게 물류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라오스 중남부에서 태국 바트화가 모든 경제활동에서 사용하듯이 중국 위안화가 라오스 낍화처럼 통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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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 만난 노점상도 중국인이다. 이 상인은 필자가 유년시절에 먹었던 술빵을 팔고 있다. 맛도 우리가 먹던 것과 똑같았다. [사진/아세안투데이DB] | 고립무원의 지형과는 달리 먹거리가 풍부하고 거리에는 우리나라 빅뱅의 노래가 하루 종일 울려 퍼지는 곳. 이런 탓일까? 이곳 사람들은 한국 사람에 대해서는 몰라도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여느 도시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것이 흠이다. 시내 중심가에 비파폰호텔, 퐁사리호텔, 푸파호텔을 비롯해 대여섯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시설은 낡았지만 이용 요금은 호텔인 경우 10만낍(11달러), 게스트하우스는 5달러 선이면 편안한 숙박이 가능하다. 음식점은 10여개 업소가 관광안내소에 등록되어 먹거리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퐁사리는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없어 낍화를 미리 챙겨 가는 것은 필수사항이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두 개뿐인 은행도 문을 닫아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불편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가까운 호텔을 찾아 부탁하면 적은 돈은 환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수료가 조금 비싸다는 것은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발아래 구름이 보이고 희뿌연 새벽안개가 도시를 감싸는 곳.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을 보면 이곳이 더운 나라 라오스가 맞나 착각할 정도로 이국적이다. 밤 열시, 제한 송전으로 도시가 어두워지면 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라오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땅이 바로 퐁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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