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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붙은 쇠똥구리에 붙여

봉들레르 2021. 1. 10. 07:16

2011년 아라비카 커피를 선전하는 그 녀 고현정의 한 컷의 사진이 바다를 건너게 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그곳이 크로아티아의 드브로브닉이란 걸 알았다.

아직 크로아티아가 유명세를 타기 전이라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다

드브르브닉에서 3일밤을 잤다

아침 일찍 지그재그로 된 길을 걸어서 스르지산에 올랐다

스지르산에서 본 쇠똥구리

그 쇠똥구리가 현상금이 붙었던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2018년 국립생태원은 몽골에서 소똥구리(학명 Gymnopleurus mopsus) 200마리를 들여왔다.
소똥구리 '몸값', 인건비·항공료 등으로 약 5000만원을 썼다.
'해외입양'에 앞서 환경부는 국내에 서식하는 소똥구리를 찾기 위해 5000만원을 내걸었지만,
한 마리도 구하지 못했다. 

보라금풍뎅이, 애기뿔소똥구리

국내산 소똥구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1970년대 전까지 소똥구리는 농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곤충 중 하나였다.
환경부가 국내산 소똥구리를 찾던 때, "소똥구리를 봤다"는 제보가 여러 건 있었지만,
확인 결과 '보라금풍뎅이'나 '애기뿔소똥구리'이었다.
한국에서 소똥구리를 볼 수 있는 곳은 현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유일하다.
 
학계에선 소똥구리가 1970년대 이후 멸종한 것으로 본다.
소를 곡물 사료로 키우면서 사료 내 화학물질이 소의 분변을 먹은 소똥구리 체내에 과도하게 쌓였고,
결국 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과거와 달리 축사에서 소를 키우면서 소 방목지가 줄어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 정착한 소똥구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입국 1년여 만에 개체 수는 342마리로 훌쩍 늘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원들이 식사부터 번식까지 정성스레 보살폈기 때문이다.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소똥구리는 암수로만 짝을 지어 산다.
먹이 주변에서 수십 마리가 각축을 벌이다가 마음이 맞는 암수가 한 편이 돼 경단을 굴린다. 
암컷은 물구나무서서 경단을 밀고, 수컷은 앞에서 끌어당긴다.
짝을 찾지 못한 소똥구리는 먹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소똥구리를 들여온 후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는 새로운 식구도 생겼다.
경기 중 다리가 부러져 퇴역한 경주마 포나인즈다.
지난해까지 연구원들은 소똥구리에게 필요한 깨끗한 분변을 찾아 제주까지 원정을 갔다.
매달 분변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공수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한국마사회에서 퇴역마를 기증하면서 수고를 덜게 됐다. 
소똥구리의 '영양사'로 재취업한 포나인즈의 분변을 한 움큼 쥐어 수거 봉투에 담았다.
몰캉한 촉감과 온기가 올라왔지만,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소똥구리의 먹이를 만들어야 해서 사료를 쓰지 않고 깨끗한 풀만 먹인다"고 설명했다. 
 
소똥구리 10마리가 먹는 말똥의 양은 1주에 2㎏ 정도.
포나인즈는 하루에 수십㎏의 말똥을 만들기 때문에 300여 마리 소똥구리의 먹이 걱정은 사라졌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소똥구리의 수를 더 늘린 뒤 적절한 서식지를 찾아 풀어줄 계획이다.
깨끗한 먹이가 있고 농약과 같은 '위험 요인'이 없는 곳을 물색 중이다.
소똥구리를 '우선 복원 대상 7종' 중 하나로 선정한 환경부도 복원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들판을 거니는 소조차 보기 힘든 2021년, 한국에 소똥구리를 복원해야 하는 이유는 
소똥구리는 소똥뿐 아니라 각종 분변을 분해해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자연의 청소부라
증식과 정착에 성공한다면, 우리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출처: 중앙일보] 5000만원 걸어도 못찾았다…멸종돼 해외입양해온 소똥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