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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없이 별을 찍을 수 있는 고정촬영의 노하우

봉들레르 2012. 12. 30. 13:21







Canon EOS 5D Mark II, EF 24mm f/1.4L II USM lens, ISO 6400, f/2.2, 15sec

Kilimanjaro, 2010.

킬리만자로에서 가장 높은 키보(Kibo) 봉우리 위로 엄청난 밝기의 별똥별(화구)이 떨어지고 있다. 중간 왼쪽에 보이는 불빛들은 키보 캠프에서 자정쯤에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는 등산객들의 헤드램프 불빛이다. 왼쪽 능선에서 보이는 불빛은 바라푸(Barafu) 캠프에서 출발한 사람들이다. 킬리만자로의 동쪽과 서쪽에서 며칠씩 걸어서 올라온 이들은 이제 마지막 정상을 향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자정 전후로 출발하는데, 영하의 추위와 바람, 고산병 등을 이겨내고 급경사를 밤새 올라가야 하는 가장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등정에 성공한다면 정상인 우후루 피크(Uhuru Peak)에서 일출을 보게 된다.


천체사진 하면 망원경으로 촬영하는 아주 작고 희미한 성운, 성단 같은 것들을 상상하기 쉽습니다.

이런 사진들은 우주에 떠 있는 허블 망원경이나 천문대의 장비들로 촬영한 사진들이 많습니다.

망원경으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별이 이동하는 속도에 맞추어 정밀하게 추적하는 장치 등 많은 복잡하고 값비싼 장비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담는 데에는 일반적인 DSLR과 렌즈, 그리고 삼각대와 릴리즈 정도로 충분합니다.

필름 시절에는 촬영하기 매우 어려운 분야였지만, 디지털 카메라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누구나 그리 어렵지 않게 촬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별을 촬영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는 것입니다.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곳이 좋습니다.

날씨도 중요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기후가 점점 아열대성으로 바뀌어서 맑고 깨끗한 밤하늘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날씨 좋은 날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면 이제 아래와 같이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담아 봅시다.


(1) 카메라와 렌즈 : 렌즈는 밝을수록 좋으며 밤하늘의 촬영에는 표준~광각 계열을 많이 사용합니다.
(2) 삼각대 : 장시간 노출에도 흔들리지 않게 촬영할 수 있는 튼튼한 삼각대를 준비합니다.
(3) 릴리즈 : 보다 안정적인 촬영을 위해 릴리즈가 필요합니다. 일주 사진과 같이 여러 장을 연속으로 촬영할 경우에는 필수적입니다.


밤은 낮과는 또 다른 풍경입니다. 빛이 거의 없기 때문에 카메라의 자동 초점(AF)와 자동 노출(AE)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작을 수동으로 해야 합니다. 수동 촬영을 위해 카메라 상단의 다이얼을 수동 모드를 의미하는 [M]으로 맞춥니다.


밤에는 어두운 대상에 대하여 자동초점(AF)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별이 또렷하게 나타나도록 초점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멀리 가로등이나 밝은 달에 AF로 초점을 맞춘 뒤 MF로 전환하여 고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라이브 뷰 기능을 이용하면 보다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1) 밤하늘의 밝은 별이 많은 쪽으로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하고, 렌즈의 초점 모드를 MF로 전환합니다.

(2) 카메라 메뉴의 라이브 뷰 설정에서 [노출 시뮬레이션 보기]를 선택합니다. 감도를 ISO 400~1600 정도로 맞추고,

    조리개는 최대개방, 셔터속도는 15초 정도로 설정합니다.

(3) 이제 라이브 뷰 버튼을 누르면 액정화면에 밝은 별들이 점으로 나타납니다.

(4) 확대 버튼을 눌러 화면을 최대로 확대합니다. 화면에 별이 보이지 않으면 상하 좌우키로 별이 화면에 들어오게 한 다음

    수동(MF)으로 초점을 맞춥니다.

초점이 틀어지지 않도록 테이프로 붙여두면 안전합니다. 줌렌즈의 경우 화각이 바뀌면 무한대 초점의 위치가 미세하게 바뀌기 때문에

초점을 다시 맞추어야 합니다.

4. 조리개의 설정

밤하늘은 매우 어둡기 때문에 조리개는 가능한 개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조리개를 개방할수록 화질이 떨어집니다.

특히 가장자리의 별들이 점으로 나타나지 않고 번지거나 일그러지며, 화면 가운데보다 가장자리가 어둡게 보이는 비네팅 현상이 발생합니다.

대개 최대 개방 조리개에서 1~2 스톱 조여서 촬영합니다.
하지만 꼭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선호하는 쪽으로 결정하면 됩니다.

화질이 떨어지더라도 보다 많은 별이 빛나는 사진을 얻고 싶으면 조리개를 더 개방하고,

별이 좀 더 적게 나오더라도 가장자리까지 또렷한 별이 나타나게 하고 싶으면 조리개를 더 조입니다.

액정화면에서 촬영 결과를 확인해보고 조정하도록 합니다.
아래 사진 예는 각각의 조리개별로 촬영하여 화면 가운데(오른쪽 위)와 가장자리 부분(왼쪽 위)를 확대하여 본 것입니다.








가장자리의 별이 크게 일그러져 보입니다. 가장자리가 화면 중심부보다 훨씬 어둡게 촬영되었습니다.


가장자리의 별이 일그러져 보입니다. f/1.4에서보다는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비네팅 현상이 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자리의 별들의 일그러짐이 개선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중앙부만큼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비네팅 현상이 아직도 약간 보입니다.

가장자리의 별들도 선명하게 촬영되고, 비네팅 현상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어두워졌습니다.
5. 셔터속도의 설정
밤하늘의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일주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 노출하면 별이 점으로 나타나지만, 일정 시간 이상 촬영하게 되면 별이 기다란 궤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별이 점으로 나타나는 한계시간은 촬영하는 방향, 촬영하는 렌즈의 화각, 카메라의 해상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북극성 주변의 별들은 적도 쪽의 별들보다 같은 시간에도 움직이는 거리가 짧기 때문에 더 오래 노출을 줄 수 있습니다. 화각이 넓은 광각 렌즈일수록 같은 시간 동안 화면 내에서 별들이 움직이는 거리가 짧기 때문에 더 오랜 노출을 줄 수 있습니다. 우선 15초 정도의 노출로 시작해 봅니다. 촬영한 결과를 액정화면에서 확인해 보면서 별이 점으로 나타나는 한계 시간을 확인해 봅니다. 셔터속도의 결정은 본인의 선호도에 따라 조절하면 됩니다. 별이 약간 길쭉한 타원으로 촬영되는 것은 인터넷에 올리는 정도로 작게 줄인 사진에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별이 약간 길게 궤적으로 나타나더라도 더 많은 별을 담고 싶다면 노출시간을 좀 더 늘여줍니다. 단, 노출시간이 늘어날수록 노이즈와 핫픽셀이 증가합니다. 핫픽셀은 흰색이나 붉은 색의 점으로 나타나는데 [장노출 노이즈 감소] 기능을 사용하면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 촬영시간은 두 배로 늘어납니다. 예를 들면 15초를 촬영하면, 장노출 노이즈 감소기능이 추가로 15초 동안 작동하므로 그만큼 기다려야 합니다.
EF 24mm f/1.4L II USM 렌즈로 10초 노출을 준 사진. 100% 확대
EF 24mm f/1.4L II USM 렌즈로 15초 노출을 준 사진. 100% 확대
EF 24mm f/1.4L II USM 렌즈로 20초 노출을 준 사진. 100% 확대

6 감도의 설정

밤하늘은 매우 어둡기 때문에 감도를 높게 설정합니다. 감도를 높일수록 노이즈와 핫픽셀이 증가합니다. [고감도 노이즈 감소] 기능을 강하게 설정하면 감소시킬 수 있으나 한계가 있으므로 본인이 판단해서 적절하게 조절합니다. 일반적으로는 ISO 400 ~ 1600 정도로 촬영하게 됩니다. 노이즈가 많더라도 많은 별이 나오게 하고 싶다면 감도를 더 높여서 설정하도록 합니다. 아래 촬영 예제를 보겠습니다. 조리개, 셔터속도 등 다른 조건을 동일하게 두고 ISO감도만 바꿔가며 촬영한 것입니다. 감도를 높일수록 별이 많이 나타나지만, 그만큼 노이즈도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ISO 1600, 100% 확대
ISO 3200, 100% 확대
ISO 6400, 100% 확대

 

7. 화이트배런스의 설정

어둡기 때문에 우리 눈으로는 잘 볼 수 없지만 밤하늘에도 색깔이 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다르고 날씨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맑은 날 해가 진 후의 검푸른 밤하늘이 있는 반면 황사가 날아와서 황토색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밤하늘은 색온도에 의해서도 다른 색으로 표현됩니다. [그늘] 등과 같이 색온도를 높이면 붉게 되고,

[백열등], [텅스텐]과 같이 낮은 색온도를 선택하면 푸르게 바뀝니다.

물론 촬영 후에 Digital Photo Professional이나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색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약간 푸르스름한 하늘색을 선호합니다.

이렇게 촬영하려면 화이트밸런스를 [백열등] 또는 [텅스텐] 정도로 설정하면 됩니다.

낮은 색온도(3200K) 태양광(5200K) 높은 색온도(7000K)
8. 드디어 촬영시작

이제 촬영 준비가 끝났습니다. 촬영하고 싶은 밤하늘로 구도를 잡고 촬영해 봅니다. 촬영 후 액정화면에서 촬영한 사진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합니다. 어둡기 때문에 구도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하는 별자리가 제대로 화면에 들어왔는지 수평선이 삐뚤어지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봅니다. 최대로 확대하여 초점이 잘 맞았는지도 확인해봅니다. 밤에 액정화면에서 보는 사진은 실제보다 훨씬 밝게 느껴지므로 약간 밝은 느낌이 들도록 촬영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소백산천문대. EOS 5D Mark II, 24mm f/1.4L II lens, f/2.8 15sec, ISO 3200
소백산천문대. EOS 5D Mark II, 24mm f/1.4L II lens, f/2.8 15sec, ISO 2000
울산바위. EOS 5D Mark II, 24mm f/1.4L II lens, f/2.8 15sec, ISO 1600
한라산 정상. EOS 5D Mark II, 16-35mm f/2.8L II lens, f/4 15sec, ISO 1250
권오철
천체사진가. 세 번의 개인전(삼성포토갤러리, 1996 /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2007 / 캐논 플렉스 갤러리, 2011) 및 서울포토 2008~2011에 참여했다. 2001년과 2011년에 미국 NASA의 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한국인 최초로 선정되었고, National Geographic (영문/인터넷)에도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유명 천체사진가 30인으로 구성된 TWAN(The World At Night)의 일원으로 UNESCO 지정 '세계 천문의 해 2009'의 특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1년에는 천문달력을 출간하였다.
블로그 : www.astrophot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