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보/여행지정보

[스크랩] [이해선의 세계오지기행]<3〉남태평양의 진주 보라보라 섬

봉들레르 2010. 5. 21. 00:43



남태평양의 타히티 군도는 낙원의 섬, 비너스의 섬으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섬들이 많다. 대표적인 섬은 타히티, 모레아, 보라보라 등이다. 이 중 가장 큰 섬이 타히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타히티'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타히티 군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보라보라(Bora Bora)섬은 고갱의 그림으로 잘 알려진 타히티 섬에서 서북쪽으로 2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을 정도로 아름답다.

타이티 파페에테 공항을 이륙한 소형 비행기는 태평양을 45분 정도 날아 보라보라 섬 상공에 다다랐다. 기장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비행기는 섬을 한 바퀴 선회하고 있다. 상공에서 내려다 보니 화산 봉우리가 불쑥 솟아오른 보라보라 본섬과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모투(motu·산호초 섬)들이 짙푸른 남태평양에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것 같다. 비행기가 기수를 돌릴 때마다 보라보라섬의 산호초 바다가 스펙트럼처럼 수십 가지의 푸른색을 연출하고 있다. 하나의 섬이라기보다 신이 만든 에메랄드 목걸이였다.



◇마티라 곶에 있는 보라보라 호텔 방갈로.
보라보라는 원래 '바우아바우'라는 원주민 말로, '어둠 속에서 솟아났다'는 뜻과 신이 만들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이 섬의 전설은 이렇게 전해져 온다. 폴리네시아의 최고 신 타로아는 지상에 바다와 육지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파라다이스를 창조하려 했다. 아름다움의 신과 하늘의 신에게 자연을 만들게 하고, 바다의 신에게는 푸른 물감을 풀고 다양한 색의 물고기와 산호 등을 만들게 했다. 보라보라 섬은 이렇게 탄생했다.

비행기는 작은 산호초 섬인 모투무테에 사람들을 내려준다. 공항에서 보라보라 섬까지는 에어 타히티의 고속 셔틀보트가 운행한다. 섬에 도착했을 때 섬은 온통 축제 열기로 가득했다. 티아레 꽃을 머리에 꽂은 타히티 여인들이 배에서 내린 사람들을 반갑게 맞는다. 부둣가 가설무대에서는 미스 보라보라 선발대회가 개최되고, 바다에서는 카누 시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숙소 구할 생각도 잊은 채 축제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섬의 최고봉인 오테마누(722m)가 바라보이는 바닷가 작은 오두막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숙소 주인은 한국 사람이 처음이라며 무척 반가워한다. 외딴섬에 작은 오두막 하나 생기자 더 이상 부러울 게 없었다.



야자나무 사이로 펼쳐지는 보라보라섬의 풍경.
숙소가 정해지자 트럭을 개조한 로컬 버스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해안을 끼고 도는 도로의 길이는 대략 29㎞이며, 자동차로는 약 1시간30분이면 일주할 수 있다. 총 면적이 불과 30㎢인 이 섬에는 약 42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한다.

보라보라 섬은 1767년 영국 함대에 의해 서방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보라보라는 유명해졌다.

숙소 주인은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동참하기를 권했다. 라군 투어를 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투명한 바다 속에는 산호와 열대어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솥뚜껑만한 가오리들이 떼지어 몰려다닌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잇감을 좇아 새끼 상어들이 물살을 퍼덕이며 튀어 오른다.

무인도에 사람을 내려준 보트가 어디론가 가버리자, 남은 사람들은 아담과 이브가 된다. 무인도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그야말로 '그랑블루'다. 이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색깔의 바다를 가진 섬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풍광 덕에 수많은 영화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영화 '남태평양'을 비롯해 '허리케인' '트리플 엑스' 등이 촬영됐고, 국내에 방영된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도 이곳이 배경이다. 몇몇 할리우드 스타들의 별장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늘은 섬의 해안선을 따라 무작정 걸어보았다. 가슴속까지 푸른물이 드는 것 같다. 영혼까지 푸르게 물들도록 저 바다만 보고 또 보리라….



◇보라보라섬 선착장 풍경.
쉬엄쉬엄 바닷가를 걷다 보니 마티라곶까지 닿는다. 이곳은 보라보라 섬에서도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세계적인 고급 리조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리조트의 숙소는 바다 위에 기둥을 세우고 지은 방갈로인데, 거실 바닥이 유리로 돼 있어 마치 바다 속에 와 있는 것 같다. 이곳을 찾은 연인들은 방갈로에서 좀처럼 떠날 줄을 모른다. 이 파라다이스의 시간이 영원히 멈추기를 바라면서….

어느새 블루의 바다는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수상 방갈로 앞 모래톱에는 저녁 식탁이 차려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만찬인가?

석양을 배경으로 방갈로 베란다에서 두 남녀가 춤을 추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아리다. 타히티섬은 사랑의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행객들은 대부분 연인이나 부부들이다. 행여 혼자 갈 기회가 있으면 아예 포기하라던 친구의 말이 절절히 가슴에 닿는다. 하지만 어차피 여행이란 이런 외로움을 자청한 것이리라.

어둠이 내리자 섬은 별들의 세상이다. 은하수가 길게 하늘을 가로지르고, 별들은 수평선 부근까지 내려와 반짝거린다. 유성 하나가 밤하늘에 얼굴을 내민다. 원시의 섬 타히티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여행작가
≫여행정보

먼저 타히티까지 가야 한다. 한국에서 타히티까지 직항편은 없다.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에서 에어 타히티누이(02-775-4697) 편으로 갈아타고 약 12시간을 날면 타히티 섬이다. 타히티에서 보라보라섬까지는 76인승 소형 비행기로 약 50분 정도 걸린다. 지정석이 없으므로 섬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왼쪽 앞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기후는 연평균 25도로 연중 따뜻하다. 11∼3월은 우기, 4∼10월은 건기다. 보라보라 섬 전문 여행사인 투어 타히티(02-773-9009, www.tourtahiti.co.kr)가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매주 일요일 출발하며 도쿄에서 하루 묵는다.

출처 : 茗田의 차사랑
글쓴이 : 茗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