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omestic travel/강원내륙

석회암 계단에 앉아

봉들레르 2020. 10. 24. 11:43

 

 

 

 

 

 

그는 햇빛이 쏟아지는 발코니가 붙은 아파트를 계약했고 스쿠터를 빌려 리파리 구석구석을 쑤시고 다녔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건설한 원형극장에 앉아 있을 때는

열아홉 살의 봄에 경험했던 찬란한 행복을 다시 음미할 수 있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셔틀버스를 타고 연세대 원주캠퍼스로 내려가 학생식당에서 밥을 사먹고

노천극장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시라쿠사의 퇴색한 석회암계단에 앉아 저멀리 희붐하게 빛나는 지중해의 수평선을 보며

열아홉 살의 봄에 경험했던 찬란한 행복을 회상했다.

모두 같은 색의 티셔츠를 입고 손을 높이 쳐든 채 〈젊었다〉를 부르던 그날을.

그럴 때 여행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갈 데 모를 방랑이 아니라

어두운 병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과거의 빛나는 편린들과 마주하는, 고고학적 탐사, 내면으로의 항해가 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타오르미나의 그리스식 극장에 앉아 나는 그때의 노래를 소심하게 웅얼거린다.

간단한 가사를 계속하여 반복하던, 그래서 신입생들도 쉽게 따라 배울 수 있었던 그 응원가는 이렇게 끝난다.

그대여, 그대여어어, 너와 나는 태양처럼 젊었다. (본문 91쪽)”


'My domestic travel > 강원내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 만나러 가는 길  (0) 2021.02.01
학곡저수지  (0) 2020.11.14
6월 10일 평창자생식물원  (0) 2020.06.12
용수골 양귀비  (0) 2020.05.28
평창 자생식물원   (0) 20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