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n abroad/동남아시아

태국 시밀란군도

봉들레르 2012. 9. 1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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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태국관광청>

◆행복을 속삭이는 비밀번호 9=시밀란은 말레이어로 아홉을 뜻한다. 태국 시밀란 국립공원이 9개의 섬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마다 보석 같은 물빛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곳은 선택받은 자에게만 허락된 것일까. 1년에 절반만 개방하다보니 11월에서 4월 사이에만 들어갈 수 있다. 나머지 기간엔 우기이다 보니 관광하기엔 위험해서 출입을 막았다. 자연스레 자연보존의 효과도 크다. 특히 태국 왕실은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늘 노심초사한다.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유명했던 이곳은 원래 발길이 뜸한 비밀의 섬이었다. 유럽인들이 귀신같이 알고 찾아온 것이 고작이었다. 요즘엔 아시아 관광객들도 부쩍 늘었다. 신혼부부는 물론 가족끼리 온 팀도 여럿 보였다.

물속에서도 육지에서도 그들은 일상의 스위치를 끄고 행복을 속삭였다. `아시아의 몰디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감동적인 매력을 다 느끼려면 최소 2박3일은 필요할 것만 같았다.

◆니모를 찾아서=푸껫에서 차로 2시간 달려 카오락 해변에 도착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비치`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피피가 가까워진 것이다. 여행은 자고로 발길이 뜸해야 제격인 법. 오늘의 목적지는 다행이도 피피보다도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시밀란이다.

스노클링 장비와 오리발을 빌려 서둘러 스피드보트에 몸을 실었다. 여기서 잠깐. 신발은 모두 벗어야 한다. 시밀란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한다. 맨발로 섬을 걷는 기분을 상상하며 출발했다.

여행자들은 돌고래떼의 출현에 모두가 환호를 보낸 것도 잠시, 속력이 너무 빨라 자리에 꼭 앉아 있어야만 했다.

1시간 반 정도 달렸을까. 물빛이 확연히 달라진 곳에서 섰다. 코발트블루 하늘빛이 내 발 밑에 있다니.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에 사진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수심이 생각보다 깊었지만 바닷속 보석들을 찾아내는 기쁨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산호초 사이에서 니모를 발견할 때의 감동은 아무데서나 느끼지 못할 것이리라.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이름 모를 물고기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에 40분은 너무 짧았다. 다음에 찾을 땐 꼭 바다거북을 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보트에 올랐다. 비치타월에 몸을 닦고 셔터를 누르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도착한 곳은 4번 섬.

티없이 맑다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왠지 침범해서는 안되는 것을 건드린 것만 같다는 찜찜함과 보물섬을 나만 알고 있는 듯한 기쁨이 공존했다. 일행을 반긴 건 뜬금없게도 박쥐였다. 큰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그들은 무인도의 주인답게 여유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 난 여행자들도 해변가에서 모처럼 사색에 잠기는 사치를 부렸다.

시밀란엔 리조트가 없다. 대신 4번 섬은 숙박이 가능한 곳이다. 캠핑장에서 텐트를 사용하거나 방갈로를 예약하면 된다. 가격은 1박에 2000바트(약 8만원) 정도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찬란하게 눈부신 해변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도 괜히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다.

◆시밀란의 힐링캠프, 8번 섬=`Don`t worry~ Be happy~`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쿨렐레 연주가 귓전을 때린다. 4번 섬에서 휴식을 마치고 다시 보트에 승선한 일행은 시밀란 현지 가이드의 라이브 연주에 미소를 보이며 행복한 상상을 한다.

잠시 쪽잠을 즐긴 일행이 내린 곳은 8번 섬. 우뚝 솟은 바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8번 섬의 상징인 세일록(sail rock)이다. 항해 중인 배를 닮았다는 이도 있고, 도널드 덕과 비슷하다는 이도 있다. 감탄만 하기엔 아쉬워 걸어 올라가보았다.

오솔길과 바위틈을 비집고 10분 정도 걸었을까. 맨발로 오르려니 발바닥이 따끈따끈하다 못해 바비큐가 되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지.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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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어느 곳을 둘러봐도 신비로웠다. 아 내가 타고 온 보트가 저렇게 조그맣다니. 순간 고독한 가운데 느껴지는 평화로움이 밀려들었다.

산호가 모래로 변한 순백의 백사장도 놀라웠다. 너무 보드라워 밀가루보다는 파우더에 가까웠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자국이 모래 위에 남는다. 파도가 밀려오기 전까지 나의 흔적이 그렇게 남았다. 파도가 나를 덮치고 지나갈 때마다 나의 흔적이 지워진다. 내가 어떻게 걸어왔고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세상 시류에 휩쓸리는 것도 이와 같다는 생각에 잠겨 걷고 또 걸었다. 때묻지 않은 시밀란을 알게 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여기 내가 지은 작은 노래가 있어요. 이 노래를 악보대로 불러 드릴게요. 염려 마세요. 행복하세요. 당신이 염려하면 얼굴이 찡그려지고 그러면 모든 사람이 풀이 죽게 되죠. 염려 마세요. 행복하세요."

가이드가 들려줬던 보비 맥페린의 노래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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