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구미 항
비렁길은 금오도의 끝자락인 함구미(含九味)마을에서 시작된다. 마을 이름이 독특하다.
한자 대로 풀자면, 아홉개의 맛을 지니고 있는 마을이란 뜻일 터.
그런데 이름의 연원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멸치나 군벗, 방풍나물 등 아홉 가지 마을 특산품을 일컫는 표현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해안절벽이 9개라거나, 금광 9개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고종은 금오도를 명성황후가 살고 있던 명례궁에 하사했으며,
명례궁에서는 이곳에 사슴목장을 만들어 사람의 출입과 벌채를 금했다고 한다.
금오도는 결국 소나무숲과 원시림이 잘 보존된 모습으로 거무→거마를 거쳐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마을에 들면 상큼한 유자 향기가 이방인을 맞는다. 다소곳한 자태로 매달려 있는 노란 유자가 짙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며 제법 장한 풍경을 펼쳐낸다.
마을 고샅길을 5분 정도 오르면 곧바로 바다를 낀 길이 시작된다.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동백잎
지금은 페허가 된 집
살던 사람들은 다 떠나고 빈 집들만 남았다.
그러나 경치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첫 번째 만나는 풍경은 ‘미역바위’. 해안절벽의 생김새가 마치 미역이 늘어진 것 같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절벽의 높이가 수십 미터는 족히 된다. 깎아지른 절벽 위로 길이 나 있는 모양새가 독특하고 웅장하다
선조들이 지혜롭게 줄을 매달아 힘들이지 않고 미역을 옮겼다고 한다.
90도가 될 정도로 깎아질듯한 절벽으로 된 바위
길은 여기서 수달피벼랑으로 이어진다. 수달이 올라와 놀았다는 곳이다. 벼랑엔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길을 걷다 뒤돌아 본 미역널방이 더 아찔해 보인다.
뒤돌아 본 미역널방
이어 또 다른 전망대, 수달피비렁전망대에 이르렀다. 수달피들이 바다에서 놀다 지치면 절벽 위에 올라와서 몸을 말린다고 한다.
푸르디푸른 쪽빛의 겨울바다는 눈을 부시게 했고, 겨울 정취를 물씬 풍겼다. 바다와 인접한 갯바위의 아슬아슬한 곳에선 가끔 낚시꾼들도 보였다.
팽나무가 자라고 있고, 뒤로는 갈대, 앞으로는 쪽빛바다가 펼쳐져 있는 금오도 비렁길의 휴식처
얼마 지나지 않아 옛 송광사 절터가 나온다. 전설에 의하면 보조국사가 모후산에 올라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해 나무로 조각한 새 세 마리를 날려 보냈는데,
한 마리는 순천 송광사 국사전에, 또 한 마리는 여수 앞바다 금오도에,
다른 한 마리는 고흥군 금산면 송광암에 앉았다고 하며, 이를 삼송광(三松廣)이라 부른다고 전한다.
고려 명종 25년(1195) 보조국사 지눌이 남면 금오도에 절을 세운 기록이 있어, 이곳 절터는 송광사의 옛터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공터로 남아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주변은 전부 밭으로 변해 농부들이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마늘, 고구마, 방풍나물 등이 자란다. 금오도의 대표적 특산물인 방풍나물은 겨울의 모진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봄에 수확하는 작물로, 중풍 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
바다 풍광도 더 멋스럽다. 발걸음이 절로 더뎌진다. 영화 <인어공주>, <혈의누>, <하늘과바다>의 배경이 된 풍경이다
살짝 돌아서면 보일듯 말듯한 길로 이어진다.
금오도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바다에 물들은 하늘도 푸르다.
해안길을 하늘거리다 쉼터를 만난다. 함구미항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이다.
두부 한 모에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적시면 좋으련만 추워서인지 파는 사람이 안보인다.
길을 걷다 쉬어가는 묘미를 마다하고 주변 방풍나물을 띁어서 씹어보니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함구미항이 내려다 보인다.
함구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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