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푸른 청보리밭
3월 하순, 이즈음 초록의 싱그러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는 보리밭만한 게 또 없다.
그중 30만평 규모의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보리밭이 단연 으뜸이다.
해남, 영암 등의 보리밭이 이른 봄소식을 담아낸다면 학원농장의 것은 장대한 스케일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푸르름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이국적 정취마저 느껴진다.
좁은 땅덩어리에서만 살았던 탓일까. 광활한 스케일의 청보리밭을 일궈 놓자 사람들은 너나없이 '속이 다 툭 트인다'며 환호했다.
3월의 끝자락, 고창 공음면 일원은 완전 녹색지대로 변했다. 한뼘 이상 자란 부드러운 청보리가 학원농장 일대 30만평의 구릉에 끝없이 이어진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청보리밭. 회색빛 도시에 익숙한 이들에겐 '초록 바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특히 톱니바퀴처럼 쉼 없이 이어지는 갑갑한 일상 속에 대하는 보리밭은 꽃구경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저 그런 보리밭이 부려대는 신통력은 대단하다.
출렁이는 푸른 물결 속에 잠시 마음을 풀어놓고 있노라면 잔뜩 흐려진 마음도 어느새 맑게 갠 하늘처럼 밝고 환해진다.
고창 청보리밭은 소문 듣고 찾아온 사진작가, 관광객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진다.
노송이 몸을 비틀고 서 있는 청보리밭 산등성이 마루와 전망대가 사진 포인트로 봄날의 추억을 담아내기에 분주하다.
청보리밭은 봄이 익어갈수록 시시각각 새로운 풍광을 그려댄다. 이른 봄 잔디만큼 자란 보리 새순을 아이들이 뛰놀며 보리밟기를 해준다.
보리가 한 뼘 길이로 자라는 3월 하순에는 보리밭에 탐방로를 만들어 방문객을 맞고 있다.
구불구불, 줄을 쳐놓은 탐방로를 따라 보리밭 안쪽 깊숙이 들어가 느릿한 산책에 추억도 담는다.
만춘에 접어들어 보리가 무릎 높이로 자라면 완만한 구릉을 따라 부드러운 신록이 넘실대고, 5월을 지나 보릿대가 허리춤까지 성큼 자라면
'서걱 서걱, 쏴~' 광활한 대지 위에 봄날의 교향곡이 쉼 없이 울려 퍼진다.
때를 맞춰 축제도 펼친다. 올해는 4월 24일부터 5월 9일까지 잔치를 연다.
학원농장 진영호 사장은 "축제 기간과 앞뒤로 2주 가량을 포함한 시기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고 귀띔한다.
초여름의 보리밭은 완전 또 다른 세상을 펼쳐놓는다. 초록의 지평선은 이내 누런 황금물결로 넘실대며 여름을 재촉한다.
학원농장의 광활한 보리밭은 계절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한다.
보리걷이가 끝나고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한여름을 지나면 마치 영화 '해바라기'속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해바라기 밭을 옮겨 놓기라도 한 듯,
수만 여 평의 해바라기밭이 이국적 풍광을 자아낸다.
노란 감동의 물결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즈음이면 가을의 전령사, 하얀 메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마치 굵은 왕소금을 흩뿌려 놓은듯 대지는 온통 하얀 메밀꽃 천지로 뒤덮인다.
그리고 한겨울, 푸른창공에 형형색색의 가오리-방패연이 생기발랄한 꽃이 되어 피어오른다.
초가을이면 메밀밭
부드러운 구릉을 따라 이어지는 고창의 메밀밭은 '메밀꽃밭'의 원조격인 '봉평'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강원도 평창이 소설로 인해 '메밀꽃'의 대명사쯤으로 불리었지만 근자에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광활한 규모면에서는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이 국내 으뜸이다.
8월말, 9월초가 되면 팝콘처럼 망울을 터뜨린 하얀 메밀꽃이 하늘이 맞닿은 데 까지 펼쳐진다.
봄에는 푸른 보리로 넘실댔던 밭고랑에 초가을이면 메밀꽃이 만개한다.
학원농장에만 10만여평, 주변 농가 것까지 합치면 20만평의 메밀밭이
마치 부드러운 구름이 내려앉기라도 한 듯 온통 하얀 바다를 이루고 있다.
특히 가을바람이 한소끔 불어오기라도 하면 너울대는 하얀 꽃대가 마치 거대한 꽃파도를 연상케 한다.
메밀은 보통 7월 말쯤에 파종하는데, 파종하고 한 달쯤 지나면 꽃이 피기 시작하여 열흘 뒤에 만개한다.
올해는 8월말에 개화해 9월 중하순 까지 자태를 뽐내게 된다.
메밀꽃을 감상하는 데 특별한 시간제약은 없지만 아침이슬을 머금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 메밀꽃 향기를 맡으며 꽃밭을 거닌다면 더 운치 있다.
농장주 진영호씨는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 대기업에서 이사까지 지냈지만 이제는 베테랑 농군으로 변신했다.
국내 경관농업의 대표격인 학원농장은 1960년대 야산을 개간 해 오늘의 광활한 농장을 일구었다.
본래 두루미가 많이 날아들던 곳으로 황새골이라 불렸다. 학원(鶴苑)이란 이름도 학이 많다는 뜻이다.
이즈음 학원 농장을 찾으면 해바라기의 정취에도 흠뻑 젖어 들 수 있다.
해바라기는 본래 여름의 꽃이지만 초가을까지는 그 자태를 볼만하다.
올해 학원농장에는 1만여평의 해바라기밭을 일궜는데 지금은 그 절반 가량이 남아 1~2주는 더 꽃을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
학원농장은 봄이면 청보리 밭으로도 유명하다. 여름과 가을에는 해바라기와 메밀,
그리고 겨울이면 푸른 창공에 형형색색의 가오리-방패연이 생기발랄한 꽃이 되어 피어 오른다.
여름부터 초가을 해바라기
9월의 대지엔 고추잠자리가 부쩍 늘었다. 강렬한 햇살이 아직 무더위를 떠올리게 하지만 한소끔 불어 드는 바람엔 벌써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만개하는 환한 해바라기는 가을의 초입, 마음까지 다 밝게 해준다.
이즈음 고창에 가면 하늘을 향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노란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다.
뭉게구름 아래 넘실대는 해바라기 밭이 장관이다. 반 고흐가 사랑했다던 눈부신 노랑에서는 '태양과 생명에 대한 예찬'을 흠뻑 느낄 수 있다.
학원농장은 부드러운 곡선의 구릉이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그 완만한 능선 위에 훌쩍 자란 해바라기가 바람에 너울대는 모습은 싱그러움 그 자체이다.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초록잎새와 노랑의 어우러짐은 대지를 흔들어대는 바람 이상으로 경쾌하다.
마치 영화 '해바라기'속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해바라기 밭을 옮겨 놓기라도 한 듯, 이국적 느낌 또한 물씬 풍긴다.
수만여평의 해바라기밭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담아낸다.
바람이 부는 방향, 태양의 위치에 따라 쟁반 같은 해바라기의 얼굴이 방향을 달리한다.
해바라기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망루에 올라서면 노란 물결의 감동이 물밀듯 밀려 온다.
꽃밭 가까이 에서 바라보던 큼직한 해바라기의 자태와는 사뭇 다르다.
밭 가운데 전망 좋은 곳에는 초가 원두막이 있다.
비바람 몰아치고, 땡볕이 작열하는 동안에도 원두막만큼은 여유가 살아 있는 느릿한 공간이다.
가을이면 상사화
봄에 붉은 동백꽃으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는 가을이면 붉은 꽃무릇으로 장관을 이루는 국내 최고의 꽃무릇 감상지이다.
선홍빛 동백꽃은 초가을 절 주변을 수놓는 꽃무릇의 장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입구 매표소 앞에서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무릇은 매표소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계곡변에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듯 붉게 피어있다.
극락교를 건너 도솔암 쪽으로 가다보면 길가에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있어 보다 가까이서 꽃무릇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는 개화가 좀 늦은 편이다. 선운사 측에서는 9월20을 개화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그 무렵이면 초목에는 여름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을 때이다.
짙푸른 주변 녹음과 붉은 잎이 극명하고도 싱그러운 색상대비를 이뤄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선운산(355m)은 숲이 울창하고 기암괴석이 많은데, 특히 진흥굴, 도솔암, 용문굴, 낙조대 등 절경들을 품고 있다.
산세가 험하지도 않아 남녀노소 타박타박 담소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편안한 트레킹 코스이다.
왕복 3시간 정도면 도솔암~용문굴~낙조대~도솔암 코스의 산행이 충분하다.
도솔암에서 마주 보이는 천마봉을 향해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영광 칠산 앞바다와 곰소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낙조 포인트가 나선다.
해질녘 서해바다로 사라지며 붉은빛을 토해내는 낙조는 호남의 내금강, 선운산의 진면목을 드러내 준다.
◇가는 길=학원농장: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빠지자마자 3거리에서 법성포 방면 우회전~15번 지방도. 5분 정도 달린 뒤
3거리 갈림길~무장 방면 좌회전~공음(무장)-동호 3거리에서 좌회전~무장 방면 796번 지방도.
무장읍내 6거리에서 공음 방향으로 꺾어 4㎞를 달리면 계동 버스승강장이 있다.
그 옆에 한자로 쓰인 '학원농장(鶴苑農場)' 입석이 있다.
선운사: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사 IC~선운사
▶그 밖의 볼거리
고창은 문화유적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인돌, 조선 초기에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고창읍성,
고찰 선운사, 미당문학관, 신재효 생가 등 곳곳에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스포츠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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