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n domestic/영남

백두대간 허리에 걸린 경북 봉화

봉들레르 2013. 9. 13. 23:49

Scene #1 굽이굽이 끼고 도는 '작은 금강산' 청량산과 청량사


봉화의 험준한 산들은 대개 1000m를 넘는데, 청량산은 최고봉이 870m다.

그래도 낙동강과 몸을 섞으며 천길 단애를 이룬 12개 기암절벽은 뭇사람들에게 쉬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작은 산이지만 언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른 청량산을 마주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풍경 속으로 들어갈지, 풍경 밖에서 감상을 할지 결정한 뒤 산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각 봉우리에 오를 때마다 절경이 이어지고 굽이굽이 산을 끼고 도는 낙동강 줄기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당대 유학자 주세붕이 청량산을 일러 '작은 금강산'이라 부른 까닭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풍광이다.

이런 곳에서 사진 한 장 찍는다면 누군들 작가 소리를 듣지 않을까

청량산엔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해서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연화봉, 향로봉 등 12개 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아 있다.

청량사는 그 한가운데에 자리한 형국. 원효대사가 663년 창건했다는 절로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명필 김생이 10년간 은거하며 글을 썼다는 김생굴,

퇴계 이황이 성리학을 집대성한 청량정사 등도 여행객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청량사에서 숨을 돌리고 30분 정도 오르면 하늘다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높은 현수교다.

 해발 800m 높이에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한 하늘다리는 보는 것만으로 아찔하지만 다리 좌우로 펼쳐진 풍경은 장관이다.

청량산도립공원 054-679-4994

Scene #2 산간 협곡 달리는 눈꽃 기차 승부역

석포면 승부리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란 역사 앞 석비의 글귀처럼 첩첩산중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역이다.

낙동강변의 기암괴석과 태백 준령 험한 산간 협곡을 꿰뚫은 철로 위로 이따금 화물열차가 거친 숨을 내쉬며 달린다.

승부역은 1999년 환상선 눈꽃 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봉화의 겨울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승부역에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대합실이 있다. 오글오글 복작대는 대합실 안에는 흑백 톤의 철길 엽서가 마련돼 있다.

문득 보고픈 이들에게 편지를 띄워보라. 철길 엽서는 애잔한 느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줄 매개체가 된다.

첩첩산중에 들어앉은 간이역의 여운과 함께 말이다. 협곡 사이로 이어지던 길은 승부리에서 처음으로 한적한 마을을 만날 수 있다.

태백산 자락인 비룡산과 오미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에 둘러싸인 자태가 꼭 육지 속 섬마을을 연상케 하는 승부마을이다.

이곳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고요함 자체를 느낄 수 있다.

승부역 054-673-0468

 

Scene #3 계서당

이몽룡과 성춘향 하면 누구나 전남 남원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봉화의 계서당은 이몽룡으로 추정되는 성이성이 살던 집이다.

성이성은 실존 인물로 조선 광해군~인조 때 사람이다. 그는 부친 성안의가 남원부사로 있을 때 남원에서 공부했고,

과거에 급제한 뒤 암행어사로 서너 번 출두했다. 이후 출사를 거절한 뒤 봉화에서 계서당을 짓고 살았다.

성이성이 호남 암행어사 때 지은 시가 계서당 입구에 걸려 있다. 춘향전 암행어사 출두 때의 시구와 흡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향전'은 부친 성안의의 친구가 지었다고 한다.

당시 양반의 실명을 거론할 수 없어서 성을 이씨로 바꾸고 춘향의 이름에 '성'씨를 붙였다는 것.

계서당을 방문하면 이몽룡이 머물던 방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소나무 등을 구경할 수 있다.

계서당 054-679-6341~4

Scene #4 워낭 소리 울리는 산골마을 상운면 하눌리


독립 영화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워낭소리'의 촬영지다. 그 덕에 영화 속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의 주변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집 앞에 번듯한 공원이 생겼고 집까지 가는 언덕길 또한 말끔하게 포장됐다.

30년간 할아버지와 동행했던 누렁이는 생전 풀깨나 뜯어 먹었을 야산 자락에 묻혔다. 사람의 무덤처럼 봉분도 조성됐다.

주위를 돌아보니 가지런히 난 길을 따라 느릿한 걸음을 옮기는 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할아버지가 탄 달구지를 끌고 있다. 누렁이 조형물이다. 한창 힘을 자랑할 적 누렁이 모습이다.

털은 윤기가 흐르고 바싹 말랐던 몸은 근육질을 자랑한다. 논밭 주위 영화 속 대사가 적힌 벤치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

노인네들 겨울 잘 보내라고 나무를 이레 해놓고 떠났다 아입니꺼."

 

Scene #5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지형 닭실마을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넉넉한 논과 밭이 이어지다간 깨끗한 물길이 마을을 감싸고 흘러간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金鷄抱卵) 지형'이란 데서 유래됐다.

경주의 양동마을, 안동의 하회마을과 내앞마을 그리고 '닭실마을'까지 영남의 4대 길지로 꼽는단다.

충재 권벌이 조선시대 기묘사화로 관직에서 물러나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래 5백여 년간 지켜오고 있는 안동 권씨의 집성촌.

마을 전체가 사적 및 명승 제3호 '내성 유곡 권충재 관계 유적으로 지정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가지런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기억 속의 할머니가 버선발로 달려 나올 것처럼 정감 그득한 마을이다.

마을 명물 '닭실 한과'는 충재 선생의 제사와 마을 구성원들의 혼례 등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대를 이어 전해온다.

 닭실 한과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닭실한과 054-674-0788

여성동아

 

송이요리 전문점 솔봉이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리 232-11번지

전화번호   054-673-1090


봉화의 맛집이라면 안동봉화축협에서 운영하는 봉화한약우프라자(054-674-3400)를 첫손으로 꼽을 수 있다.

 36번 국도 변에 있다. 한약재를 먹여 키운 질 좋은 한우를 내놓는 정육식당으로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해

옆 식당에서 따로 상차림 비용을 지불하고 먹는 방식이다.

고기의 질이 최상인 데다 가격도 저렴하며 식당도 정갈하고 서비스도 좋다.

봉성면 소재지의 숯불돼지구이집도 유명하다. 돼지고기를 석쇠에 올려 투박하게 숯불에 구워내는데,

야외에 놀러 가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이다.

구운 돼지고기를 솔잎 위에 얹어서 내오는 오시오식당(054-672-9012)이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하다.

솔잎 위에 고기를 얹었을 뿐인데도 솔향이 제법 진하게 배어 있다.

두리봉식당(054-672-9037), 상봉식당(054-672-9783) 등 여덟 집이 몰려 있다

 

경북 봉화는 오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북의 오지 '무진장'(무주·진안·장수)에 견줘 경북의 'BYC'(봉화·영양·청송)라 불릴 정도였다.

중앙고속도로가 놓이고 36번 국도가 확장되는 등 나날이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긴 하나, 여전히 닿기 힘든 곳이 많다.

 특히 경북 울진과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 그렇다. 이 지역에 '낙동강 세평하늘길'이 조성되고 있다.

봉화군이 코레일과 함께 개발 중인 트레킹 코스로 철길과 낙동강 상류의 물길, 그리고 산길이 한데 어우러졌다.

오로지 철길에만 허용됐던 오지를 걷는 길이라 보면 알기 쉽겠다.

세평하늘길의 총길이는 32㎞다. 소천면 임기역에서 승부역을 잇는다. 길은 모두 네 구간으로 구성됐다.

분천에서 승부까지 '협곡 트레킹', 승부역에서 양원역까지 '낙동강 비경길',

양원역에서 구암사까지 '수채화길', 승부역에서 비동임시승강장까지 '가호 가는 길' 등이다.

'양원~승부 비경길'은 이 가운데 양원역과 승부역을 잇는 5.6㎞ 구간을 일컫는다.

겨울에만 운행하는 '환상선눈꽃열차'의 하이라이트 구간이기도 하다. '가호 가는 길'은 앞서 조성됐고, 나머지 두 개 구간은 개발 중이다.

'양원~승부 비경길'의 들머리는 승부역이다. 역사 왼쪽의 동구마을 방향으로 접어들면 '영암선 개통비'와 만난다.

1955년 12월 영암선 개통을 기념해 세운 비다. 마을을 지나면서 강변길이 시작된다.

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낙동강 최상류의 모습이 더없이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다.

주변 산세는 험하다. 오미산(1071m)이 우뚝하고, 비룡산(1129m)의 자태도 늠름하다.

산길은 약 3㎞쯤 된다. 그 안에 모두 169개의 계단을 세워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했다.

길을 걷다 보면 낡은 풍경과 만나기도 한다. 각금터널을 돌아서면 인적이 끊긴 마을이 나온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 옆 나무엔 리어카가 걸려 있다.

나무가 자라면서 리어카를 땅에서 들어 올린 것.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승부터널을 지나면 철길과 물길 사이를 걷게 된다. 철길은 여태 단선이다. 그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른다.

열목어가 산다는 청정수역이다. 사방을 둘러친 협곡의 모습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길의 끝은 양원역이다. 딱 '손바닥만 한' 역이다. 규모는 작지만 엄연히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역사다.

한데 민간 자본으로 역사가 세워진 과정이 애처롭다. 양원역과 마주한 마을은 경북 울진 원곡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봉화 5일장에서 생필품을 조달하곤 했다.

장터에서 산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서 기차에 오른 주민들은 양원역에 이를 때쯤 가져온 짐을 차창 밖으로 내던졌다.

마을 위쪽의 승부역에서 빈손으로 철길을 되짚어 와 짐을 찾을 요량이었다.

오래전엔 분천역과 승부역 사이에 기차역이 없었다.

그 탓에 원곡마을 주민들은 꼼짝없이 무거운 짐을 들고 승부역에서부터 철길을 걸어 내려와 집으로 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기차와 부딪혀 다치는 등 사고의 우려도 높아졌다.

참다 못한 마을 주민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직접 양원역을 지었고, 여기저기 탄원을 내 마침내 기차를 세울 수 있게 됐다.

그게 25년 전쯤의 일이다. 그 시간의 흔적이 역사 내부 서랍장의 'GOLD STAR' TV 위에 더께로 쌓여 있는 듯하다.

양원역 왼쪽으로 기가 막힌 길이 또 하나 숨어 있다. 이른바 '체르마트길'이다.

원래 이름은 분천역과 양원역 사이 7.2㎞ 구간에 있던 '가호 가는 길'이다.

지난 5월 분천역이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하면서 이를 기념해 '체르마트길'이란 새 이름을 갖게 됐다.

별밤열차는 야간에 운행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을 이르는 이름이다.

객차 내부를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밝힌 열차는 겨울밤의 낭만을 싣고 분천역에서 철암역까지 낙동강 상류를 따라 달린다.

백두대간 협곡과 낙동강 비경 구간을 서치라이트 불빛으로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승무원의 우쿨렐레 공연과 딜라이트 조명쇼, 신청음악 방송(이상 분천→철암행) 등 이벤트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별밤열차가 정차하는 분천역과 승부역, 양원역엔 경관 조명이 설치돼 긴 겨울밤을 밝힌다.

풍경이 빼어난 승부역과 양원역엔 10분씩 정차한다. 특히 양원역에서는 간단한 야외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 눈꽃열차 : 매년 12월 ~ 다음해 2월.

- 단풍열차 : 매년 10월 말 ~ 11월초.

- 봉화군청 054-679-6321~3

운행개시 : 4월경

운행횟수 : 1일 3회 운행(편도 70분 소요/8,400원)

운행시간 : 9월 분천역 기준 10:20, 14:00, 17:10

운행구간 : 분쳔↔양원↔승부↔석포↔철암(27.7km)


     이름 한 번 끝내준다. 얼마나 코스가 ’환상적’이면 환상선 눈꽃열차일까. 당일치기니 일정까지 환상이다.

    사실 원래 이름은 겨울 눈의 명소를 한 바퀴 휙 둘러온다고 ’환(環)상선’이다.

    간이역의 소박함에 아찔한 설경, 최고의 먹거리까지 삼박자를 갖춘 환상선 눈꽃열차는 그야말로 ’스테디셀러’다.

    게다가 당일치기로 깔끔하게 다녀올 수 있어 일찍 매진되니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코스도 환상이다. 오전 7시 20분 서울역을 출발, 곧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으로 향한다.

    아침잠 설쳐 슬슬 쏟아지는 졸음은 공연 한 방에 훌훌 날아간다.

    추전역으로 향하는 동안 훈남 3인조 밴드 ’바겐 바이러스’의 공연히 시종일관 펼쳐진다.

    4㎞의 정암터널을 지나면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해발 855m’라는 글귀가 새겨진 석비가 여행객을 반긴다.

    여기가 추전역이다. 추전역은 그야말로 기록의 역이다. 가장 높은 것만도 기록인데,

    연평균 기온 최저 역, 적설량 최대 역이라는 두 가지 기록을 더 가지고 있다.

     실제 한여름에도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 추전역에서 열차가 머무는 시간은 20여 분이다.

    다음 코스는 승부역이다. 이 역도 재미있다. 승부역은 기차가 아니면 갈 수 없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역이다.

    사방팔방 둘러봐도 첩첩산중. 역사 앞 석비의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문구처럼 그야말로 소박한 간이역이다.

    비룡산 자락을 따라 난 눈꽃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절로 승부역의 겨울 매력에 빠진다. 이곳에 기차는 1시간 정도 정차한다.

    마지막 코스는 풍기. 바로 앞이 명품 인삼향 가득한 풍기 인삼시장이다.

    풍기인삼은 영주사과와 함께 작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일행의 방한 선물로도 선정된 대표 특산물.

    소백산 기운을 가득 품은 풍기인삼으로 원기 회복의 기회를 누려 보자.

    풍기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먹거리 대한민국 생강 도넛의 원조인 정도너츠 역시 놓칠 수 없는 먹거리다.



    ▶환상선 눈꽃열차 즐기려면=1월 26일과 2월 14ㆍ22일 딱 세 번만 출발한다.

    당연히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성인은 5만4000원, 소인은 4만9000원씩.

    식사비와 기타 개인 경비는 별도다. www.korailtravel.com. (02)2084-7786